협동조합 시대의 개막과 서울시-②
협동조합 시대의 개막과 서울시-②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11.16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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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협동조합 역사와 한국경제의 특징
▲박원순 지난 12일(현지 시간) 스페인 프로축구단 ‘FC바르셀로나’를 방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유럽 순방 중이던 12일(현지 시간) 스페인 프로축구단 ‘FC바르셀로나’를 방문했다. 박 시장은 ‘FC바르셀로나’의 산드로 로셀(Sandro Rosell) 회장, 카를레스 빌라루비(Carles Vilarrubi) 부단장을 만나 경영노하우를 들었다.

박 시장이 스페인의 명문 축구단 방문은 이번 순방의 목적인 '협동조합 사례 시찰'에 따른 행보였다. ‘FC바르셀로나’는 유럽의 수많은 협동조합 가운데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는 구단이다.

박 시장은 이날 “상암경기장은 지금 서울시설공단에서 운영하고 있고, 명예의 전당은 대한체육회에서 운영하는데 문제가 많다"며 "(상암구장이) 하나의 산업이기 때문에 공단에서 제대로 운영하게 하든지, 우리가 환수해서 하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FC바르셀로나’ 방문 이유

이같은 말에는 상암경기장을 유럽식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복안이 깔려있다.

실제로 박 시장은 “우리가 직접 하긴 어렵지만 서울유나이티드 같은데서 원한다니까 FC바르셀로나와 연결을 시켜준다든지 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게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며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서울유나이티드는 최근 구단을 협동조합으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 또한 서울시의 경제발전 청사진을 사회적 경제 모델인 협동조합에서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마을공동체 사업 등도 향후 협동조합 설립을 통해 활성화될 수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을 찾은 이태리의 협동조합 분야 석학 스테파니 자마니 교수와 베라 자마니 교수 일정도 서울시 마을공동체지원단 관계자들이 챙겼다.

서울시는 정부의 12월 협동조합기본법 발효에 앞서 유럽식 협동조합 도입을 적극 추진해 왔다. 그렇다면 유럽식 협동조합이 우리 실정에 얼마나 맞는지 미리 살펴보아야 한다. 많은 협동조합 전문가들은 협동조합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가치 공유’가 급선무라고 말한다.

이같은 말은 협동조합을 꾸리기 위해서는 경제 논리에 앞서 인문·사회적 소양을 갖춰야 한다는 말로 바꿔 쓸 수 있다.

협동조합 기본 이념은 상생과 나눔

협동조합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산업화를 이룬 영국에서 태동했다. 영국은 또 근대 의회 민주주의의 발상지로 의원내각제를 발전시켰다.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의 발생지인 동시에 칼 막스가 사회주의 운동을 벌인 곳이기도 하다.

협동조합은 영국의 자본주의 가치와 사회주의 가치가 충돌하며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첫 협동조합인 ‘로치데일 공정선구자조합’(The Rochdale Society of Equitable Pioneers)은 맨체스터 인근의 로치데일(Rochdale)에서 1844년 설립됐다.

당시 28명의 방직공과 숙련공들이 자율적이고 공정한 규율을 정해 필요한 음식을 사고파는 가게를 직접 경영하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 자발적으로 공평하게 배분하는 기업모델을 도입하자는 취지였다.

로치데일 조합은 영리의 추구를 그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 조합원에게 필요한 상점을 설치, 조합원이 거주하는 주택 구입이나 건축, 저임금 조합원에 대한 새로운 직업 알선 지원, 다른 조합들과의 협력 지원 등을 주요 사업으로 진행했다.

기존의 자본주의 사업조직과는 다른 가치를 목적으로 둔 것이다. 지배구조 또한 매년 조합원 총회를 통해 이사장, 회계, 총무, 감사 등을 선출하는 민주주적인 운영방식을 채택했다. 이같은 원칙과 가치는 현재 국제협동조합연맹이 채택한 협동조합 7대 원칙으로 남아있다.

이후 영국에 비해 산업화가 뒤진 프랑스에서 농민들이 결성한 협동조합이 태동했고 고리대금업자의 농민 수탈이 심했던 독일에서는 대안적 금융기능을 제공하는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이들 협동조합은 모두 지역과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고, 자발적으로 자율적으로 조직돼 왔다. 또 협동조합원의 혜택(benefit)은 당장의 금전적 보상이 아니었다.

금전적 혜택 아닌 보다 나은 가치 추구

박 시장이 방문한 ‘FC바르셀로나’ 또한 19만 명의 조합원이 연간 28만 원 정도의 조합비를 내지만 금전적 배당은 전혀 없다. 단지 조합원들은 유럽 챔피언스 리그 등이 진행되는 시즌에 입장권 구입의 우선권을 주는데 그친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자기 지역의 구단을 세계적 명문구단으로 키운다는 자긍심을 갖고 기꺼이 조합에 참여한다.

국내 정서는 유럽의 이같은 협동조합 정신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이는 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급격한 산업화와 이에 따른 물질만능 풍조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또 6·25 전쟁 이후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바탕 위에 기본적으로 사회주의적 경제구조를 가진 유럽식 가치와 동떨어져 있었다.

이 때문에 당장 다음 달부터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다고 해도 빠른 시일 안에 협동조합이 연착륙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단체에서 조합설립부터 서두르다보면 부실한 사례만 남기고 해체하게 되고 국민들의 불신을 자초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도 있다.

따라서 서울시와 협동조합 사업을 주도하는 단체 등은 먼저 시민들에게 협동조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또 지금 살만한데도 더 잘 살기 위한 욕망의 조합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는 협동조합의 가치를 확산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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