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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효보다 ‘친절’이 낫다!
2012년 11월 16일 (금) 13:44:24 이승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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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법 개정으로 오는 15일부터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해열제, 진통제, 감기약, 파스류 등 13개 상비약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약국과 병원이 문 닫은 늦은 시간에 아이의 갑작스런 고열과 감기 등으로 고생해 본 경험이 많은 지라 반가운 마음이 먼저 앞선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론 걱정이 많아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약품 오남용 상황을 잘 알기 때문이다. 주변사람만 보더라도 머리가 약간 아파도 두통약을 사러 약국을 찾고 몸이 조금만 쑤셔도 진통제를 찾는다.

의사들은 통증을 미련스럽게 참는 것도 문제지만 약간의 통증도 참지 못하고 습관처럼 진통제를 찾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열과 통증은 우리 몸의 특정부위가 이상이 있음을 알리는 신호인데, 진통제를 먹어 대증적으로 해결하면 정작 원인을 놓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아울러, 습관적인 복용은 약에 대한 내성을 키워 점점 더 많은 양을 복용하거나 더 강한 약을 찾게 한다는 것이다.

원인을 분명히 알고 있는 통증이나 치료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겪어야 하는 통증에 대해 다른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연구들이 있어 흥미롭다. 여러 임상실험에서 친절한 행동은 신체적인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만성요통에 시달리는 환자에게 같은 통증을 느끼는 환자를 돕게 하면 큰 진통 효과가 나타났고, 알코올 의존자에게 다른 환자를 보살피게 하면 금주(禁酒) 성공률이 훨씬 높아졌다고 한다.

남을 돕는 것만으로 지긋지긋하던 통증이 약해지고 힘든 알코올에 대한 유혹을 떨칠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도대체 어떤 원리로 이런 효과가 나타난 것일까.

과학자들은 우리 뇌에서는 친절을 베풀 때 술을 마실 때보다 더 강력한 화학작용이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엔도르핀, 옥시토신과 세로토닌 같은 뇌 내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 것이다.

엔도르핀은 특정 뇌 세포와 결합해, 아프다고 느낀 신호를 전달하는 화학물질의 분비를 억제한다. 따라서 엔도르핀이 분비되면 뇌 속에서 통증이 전달되기 어려워진다. 이처럼 엔도르핀은 마약과 유사한 작용을 하지만 진짜 마약과 달리 우리 몸에 전혀 해롭지 않다.

또한 옥시토신과 세로토닌은 기분은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줘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심리 상태를 만들어낸다. 특히 옥시토신은 친밀감을 높이는 역할을 해 다른 사람과의 유대를 강하게 만들어준다.

그동안 옥시토신은 분만을 촉진하고 젖이 잘 나오도록 돕는다고만 알려져 있었는데, 최근 친밀감과 사회적 교감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학계도 뜨겁게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친절’은 다른 사람과의 좋은 관계 형성에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본인의 고통을 줄이고 행복을 고조시키는 데 즉시 효력을 보이는 ‘즉효 약’이다. 이 정도라면 머뭇거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가까운 편의점의 약을 찾기 전에 지금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친절부터 베풀어보자.



이승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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