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문화와 사회의 건강성
음주문화와 사회의 건강성
  • 천성수 삼육대학교 보건관리학과 교수
  • 승인 2012.11.1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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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스타와 술

몇 주 전 국제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아시아권의 연구자들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지에서 내한한 연구자들조차도 너나없이 ‘강남스타일’ 춤을 언급하는 것을 보고, 세계적인 한류열풍을 다시 한 번 실감하였다. 세계 어딜 가나 ‘말 춤’과 ‘강남스타일’이 화제이다. 한류만세다.

월드스타 김연아. 밴쿠버에서 세계 모든 시청자들의 넋을 빼놓던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감동은 2년 반도 더 지난 오늘날에도 생생하게 회자되고 있다.

앞으로도 어느 누가 5000만 국민을 이처럼 오랫동안 자랑스럽고 기쁘게 할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대한민국 만세다.  

우리나라의 음주문제는 참으로 심각하다. 대검찰청 자료(2010년)에 따르면 폭력범죄의 38%, 살인사건의 33%, 강간의 32%, 방화의 45%, 자살시도자의 41%가 음주상태에서 발생된다. 특히 폭력범죄 가해자의 57%와 피해자의 29%가 음주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다.

조사 시점마다 다르긴 하지만 음주문제가 가정폭력의 1~3위 원인에 기록되며(한국가정법률상담소, 2007), 가정폭력행위자의 51%가 알코올중독자로 분류되기도 한다. 사회 대부분의 문제가 음주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소년의 음주도 심각하긴 마찬가지이다. 청소년의 21%가 현재음주자이고 음주자의 49%가 위험음주자이다(질병관리본부, 2012). 이대로 가다간 미래에도 우리사회는 음주문제로 여전히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예측된다. 음주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알코올문제는 치명적인 가족 살인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외국의 연구이긴 하지만 파트너 살해자의 76%, 가정폭력살인자의 70%가 알코올과 관련되어 있다.

지난달 4일 서울시청광장 공연 중 싸이가 소주 병나발을 분 장면을 두고 이런 저런 토를 달며, 열광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용기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한 귀엽고 깜찍한 모습으로 술 광고를 한 자랑스러운 월드스타 김연아의 행동에 누가 감히 토를 달 수 있을까?

싸이와 김연아. 그들이 우리사회에 기여한 공이 너무나 지대하기에 사소할 수 있는 그래서 그냥 묻혀서 보낼 수 있는 가십거리를 다시 끄집어내기엔 너무나 큰 부담이 있다.

그러나 사소한 듯 보일 수 있고, 꼬투리를 잡는 듯 한 느낌이 드는 이야기를 새삼스레 끄집어내는 것은 그들이 월드스타인 만큼 이면의 세계를 배려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어서이다.

그들은 청소년의 삶의 모델이며 아이돌(우상)이다. 그래서 100여 개국에 방영되는 영광스런 공연에서 마신 술의 광고효과가 250억 원의 효과라니, 엄청난 파장을 실감할 수 있다. 해당주류회사는 이 효과에 편승하여 싸이를 모델로 내년의 매출목표를 금년의 2배로 설정했다한다.

주류회사의 매출이 증가한다는 의미는 음주문제도 증가한다는 의미이다. 월드스타를 모델로 한 주류회사 역시 입꼬리가 귀에 걸려있다.

지난 여름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51.2%의 응답자가 만25세 미만 아이돌 스타(idol star)의 주류광고 금지를 찬성한 반면, 62%가 김연아(22세)의 주류광고는 괜찮다고 반응한 것만 보더라도 김연아의 주류광고효과가 얼마나 큰 것인지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회적 기여가 크고 심리적 영향력이 클수록 그들의 모든 행동들은 양해되고 모방된다. 특히 미성년자들에게 그들의 영향력은 너무나 위대한 것이다. 비록 외국의 연구결과이긴 하지만 음주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뮤직비디오를 청소년이 1시간 시청할 때 음주할 가능성이 30%나 더 커진다.

그러므로 그들에게는 영향력이 큰 만큼 청소년들에 대한 사회교육의 책임이 함께 주어져 있다. 싸이와 김연아는 이제 그저 그런 평범한 스타가 아니다.

평범한 인기인들이 하는 그런 류의 행동이 아니라 월드클래스 스타로서, 자신의 행동이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들에 대해서 좀 더 사려 깊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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