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청소년에게 술 권하는 서울-②
[기획] 청소년에게 술 권하는 서울-②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11.16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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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강남 스타일’, 소주 원샷이 부르는 음주 찬양

 술 권하는 사회다. 지속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서민들의 생활고가 음주를 더 부추기고 있다. 여기다 술에 관용적인 한국 문화가 사회적 규제를 더 느슨하게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급속히 늘고 있는 청소년 음주다. 청소년 음주와 이를 부추기는 사회는 미래 우리나라의 동력을 크게 떨어트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당장 음주로 인한 범죄와 이에 노출된 피해자도 증가하고 있다. 본지는 음주조장 환경의 실태와 개선을 위한 기획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연재 순서
①서울, 편의점 청소년주류판매율 71.3% 전국 1위
②싸이 강남 스타일, 소주 원샷이 부르는 음주 찬양
③청소년 음주 예방을 위한 사회작 과제와 해법

▲ 가수 싸이가 10월 5일 시청앞 광장에서 무료 콘서트를 진행하던 도중 소주를 마시고 관중에게 뿌리고 있다.
‘강남 스타일’로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수 싸이가 지난달 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무료 콘서트 도중 소주를 마시고 관중석에 뿌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싸이의 ‘소주 원샷’은 한국 아티스트 최초로 미국, 영국 아이튠즈 차트 1위를 기록하고 빌보드 차트 2위에 오르는 등 연일 대기록을 갱신하는 데까지 보내준 대중의 응원에 고마운 마음에 대한 표현과 동시에 축배였다고 미화됐다.

인터넷 중계를 통해 싸이의 공연을 보던 팬들도 대부분 그의 퍼포먼스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싸이는 이후 10일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메르세데스 벤츠 Night of Stars 2012 행사에서도 갈등을 빚어온 김장훈이 소주를 들고 찾아오자 무대 위에서 ‘러브샷’을 벌였다.

이를 지켜본 청중, 특히 청소년들은 ‘술=멋진 퍼포먼스’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는 특히 술에 관대한 문화를 갖고 있다. 오히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모임에서 으레 우대를 받게 된다.

시인 변영로의 <명정(酩酊) 40년>은 술꾼들의 필독서가 되기도 했다. 변영로는 이 책에서 자신의 음주기를 특유의 해학적 문체로 발가벗겨 드러낸다.

그가 털어놓는 음주 일화는 가벼운 웃음 뒤에 ‘술에 취해 벌인 일은 용서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술로 인한 수많은 일탈을 벌인 필자 자신이 저명한 문인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인식 때문인지 싸이의 무대 위 소주 퍼포먼스도 ‘국제가수의 화끈한 쇼맨십’ 쯤으로 치부된다. 또 기분이 내키면 언제, 어디서라도 술을 마실 수 있다는 면죄부로 작용하기도 한다.

방송 드라마 등 온 가족이 보는 프로그램의 음주 장면도 무분별한 술 마시기 풍조를 조장한다.
대한보건협회의 모니터 결과에따르면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지상파(KBS1, KBS2, MBC, SBS) 4개 채널을 통해 방송된 드라마에서 음주장면이 등장한 것은 모두 1219건에 달했다.

올 상반기의 방송사별 주류간접광고 횟수도 SBS는 111개나 됐다. 이밖에 KBS-1(40개, KBS-2(6개), MBC(0개) 순이었다. 김 교수는 MBC의 간접광고 통계가 잡히지 않은 이유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을 거치지 않고 방송사나 외주 프로적션, 작가, 연출가, 출연진이 저마다 은밀하게 간접광고를 행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모두 포함할 경우 방송을 통한 간접 술 광고는 지금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각 채널별 드라마의 음주행동은 SBS(125회), MBC(95회), KBS-2(76회),  KBS-1(48회) 순이었다.

음주행동 유형은 원샷이 가장 많았고 사발주와 병째마심, 술잔 돌리기, 폭탄주, 2~3차 등으로 나타났다. 음주자의 연령대는  30대, 4?50대, 20대, 60대, 10대의 순이엇고 특히 미성년자의 음주도 13건이나 그려졌다.

특히 음주 후 행동변화 유형을 보면 수다스러워짐(19.4%), 혀가 꼬임(13.2%), 숙취(7.2%), 눈물흘림(5.7%), 음주가무(4.5%) 등이었고, 기타(사진촬영, 전화통화, 키스, 술을 얼굴에 부음, 사랑고백, 독백 등등)도 많았으며, 심지어 폭력(8건), 자살 장면(4건), 음주운전(3건)까지 묘사됐다.

이러한 방송 음주 장면이나 간접광고는 전국민의 음주를 조장하는 행위와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시민들도 TV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음주에 관대해진다. 또 술 마시는 장면을 보다가 음주 충동을 일으켜 자신도 마시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우리나라는 대중적 인기를 모으는 연예인부터 지상파 방송까지 나서서 음주를 찬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술 때문에 빚어진 범죄 사례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경찰은 올 여름부터 ‘주폭’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면서 음주 후 범죄를 강력히 닪속하겠다고 나섰지만 실효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보다 필요한 일은 사회에 만연한 음주찬양 풍조를 버리고 음주 환경 개선을 위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 술을 마시고 벌인 일이라고 해서 중범죄자를 ‘심신이 미약한 상태’라고 규정한 뒤 감형하는 관행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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