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 송송이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
  • 승인 2012.11.16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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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평일 저녁, 집안일을 도와주시는 고마운 도우미 아주머니를 모시고 우리 가족 모두 함께 외식을 했다. 이렇게 여유 있게 식사를 한번 대접했어야 했는데, 그 동안 퇴근하고 돌아오면 아주머니도 또 집으로 돌아가셔야 하고 쉽지 않았는데, 마침 기회가 생겼다.

네 살 아들은 이미 3년 이상 얼굴을 보는 그 아주머니를 가족처럼 생각한다. 어린이집에서 무언가 작은 것이라도 만들기를 하면 꼭 “엄마 꺼, 아빠 꺼, 누나 꺼, 아주머니 꺼” 라고 4개를 만들어 온다.

며칠 전에도 종이 팔찌를 예쁜 색깔의 장식으로 꾸며 4개를 구분해서 만들어 오면서 아주머니 것을 챙겨드려 아주머니께서 감동하신 적이 있었다.

한창 크는 아이들은 정말 많이도 먹는다. 그에 비하면 아주머니께서는 몸도 워낙 마르셨지만, 정말 조금 드셨다. 그래도 여유 있게 조용한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간만에 서로 길게 시간을 두고 이야기를 할 수 있어 감사했다.

돈을 주고 받고 고용하고 고용 당하는 입장이지만, 돈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감사함이 우리 서로에게 있다는 것이 나는 참으로 기쁘고 감사했다.

돈을 내고 서비스를 받는 것이니, 이렇게 부려도 당연하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이들을 볼 때, 나는 참으로 안타깝다.

그들은 마치 베푸는 것인 양 고용한 사람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는 '갑'의 정신으로 가득 차 있다.그러니 사람들은 가진 것 없고 배우지 못한 이들을 '을'로 생각하며 소중히 대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그런 작은 존재가 되어 무시당할까 두려워하면서 자식은 꼭 '갑'이 되도록 키우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 바로 과도한 사교육 릴레이인 듯하다.

나는 길을 가면서, 운전을 하면서, 공사장을 지나면서 생각한다.
짓고 있는 건물들, 지하철 공사 현장들, 환경 미화원, 택시 기사 아저씨 등등을 볼 때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을 대신해 주셔서 참으로 감사하다고, 나는 그분들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그리고 기도 드린다. 저 위험한 일을 해내시는, 저 귀찮고 힘든 일들을 가족들을 위해, 살기 위해 해내시는 그분들이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 이유가 온전히 실현되기를 마음 속으로 되뇌어본다.
당연한 것은, 어디에도,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은, 너무나 감사한 것이다. 작고 미천하고 못생겨 보이는 모든 것들을 소중히 여길 때, 엄마 아빠들이 그런 모습을 보이며, 서로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같은 아파트 동의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서로 웃을 때, 택시를 타고 내리면서 기사님께 정성스레 감사하다는 인사를 할 때, 아마도 이 세상에 수많은 몰상식한 범죄들로 아파하는 이들과 학교폭력의 상처로 멍든 아이들의 마음, 부모들과 선생님들의 마음이 치유되기 시작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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