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난 뒤 첫 휴일인 지난 11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대형교회 부흥회를 방불케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이날 잠실체육관에서는 입시전문학원 메가스터디의 ‘2013 정시 지원전략 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오전에 내린 비로 쌀쌀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입시설명회 시작 1시간 전부터 잠실종합체육관 앞은 긴 줄이 끝없이 이어졌다. 설명회가 시작될 때쯤 참가자는 1만3000여 명으로 늘었다.
설명회도 믿을 수 없는 변수 ‘수두룩’
설명회가 시작되자 학부모와 수험생의 눈과 귀는 강단에 선 입시 전문가의 입과 나눠받은 자료집을 오가며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예상 배치표에 있는 점수와 자신의 가채점 결과를 비교하느라 잠시도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설명회가 끝난 뒤에도 자리를 뜨는 학부모와 학생들은 별로 없었다. 이들은 강의를 진행한 대입전문가에게 찾아가 자녀의 성적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을 묻기 위해 북새통을 이뤘다.
이뿐만 아니다. 수능 후 각 대학과 학원, 심지어 지자체에서 주최한 입시설명회장마다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의 한탄이 그치지 않는다.
학부모 오석준(50·송파구 잠실동) 씨는 “대학별로 너무 많은 전형방식을 내놓고 있어 어느 대학, 무슨 계열에 지원해야 안전할 지 가닥을 잡을 수 없다”며 “설명회에서 나온 합격 가능 점수도 워낙 많은 변수를 포함하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실제로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이사는 이날 “예상배치표의 점수를 보고 사람들은 천차만별로 대응하기 때문에 입시 예상은 절대로 맞을 수 없다”며 “최근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수시에서 합격 후 정시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실제 우리가 발표하는 ‘정시 누적석차’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험생들에게 또 다른 변수가 생긴 셈이다. 올해 대입에서는 수시에 합격한 수험생의 정시 응시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전국 수능 점수분포가 공개되더라도 자신의 성적에 따른 합격 가능성을 예측하기 더 어렵게 됐다. 수능 점수분포도에 허수가 많기 때문이다.
수시에 ‘올인’하는 수험생이나 학부모는 더하다.
수시지원 제한에도 원서비만 100만 원
고3 수험생인 이상오(송파구 방이동) 군은 서울 H대 수시합격 통보를 받았다. 또 Y대는 수능 2개 영역 이상 1등급일 경우 합격, K대는 수시 논술 성적에 따라 합격 여부가 갈린다. 이 군은 이밖에 S대 수시논술고사도 이미 치른 상태다.
수시 지원은 6개 학교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 군은 각 대학 원서비로만 벌써 100만 원 이상이 나갔다. 여기다 단기 논술 특강비로도 적지 않은 비용을 들였다.
대학과 계열마다 입시요강이 다르고 같은 논술도 출제 경향이 다르기 때문에 수헙생들은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대입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홍후조 교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14일 “우리나라의 입시제도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이날 교육과학기술부 주최로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5회 미래교육공동체포럼’에 참석해 “우리나라의 입시제도는 설명회가 따로 필요할 정도로 매우 복잡한 수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입시제도는 변별력, 공정성, 객관성 등은 추구했으나 고교-대학간 학습을 연계해주는 타당성은 상대적으로 도외시되어 온 측면이 있다”며 “그 타당성의 핵심은 진로맞춤형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의 바칼로레아가 지난 200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것도 진로별로 꼭 필요한 공부를 유도하는 타당성을 갖추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