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정치-문재인 안철수 후보 캠프 유감
시민과 정치-문재인 안철수 후보 캠프 유감
  • 이영주 내밀사회문화연구소장
  • 승인 2012.11.23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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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에서 우리가 더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후보가 속해 있는 부족이다.

어떤 구성원들로 구성된 부족에 그 후보가 속해 있는지를 살펴보고 이들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보가 아무리 훌륭해도 부족 구성원들의 야망과 욕망들이 얽히고설켜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방향을 잃고 실종되는 경우가 많다.

2012년 12월 대선의 절대 과제는 ‘정권교체’이다. 사실 정권교체라는 말 자체가 주는 느낌은 그리 강렬하지 않다. 오히려 지금까지 한국을 지배해 왔던 깨지지 않고 계속해서 부활하는 극단적이면서 허구적인 반공냉전보수기득권 세력의 재집권을 그 어떤 희생을 치루더라고 막아야 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이때 희생되어야 할 것은 자신들이 축적해왔던 정치적 이권이다.

문재인 후보는 사실 잃어도 별로 잃을 것 없다. 아무리 못해도 90석 이상의 국회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정당이 민주당이며, 민주당의 후보이자 노무현 정부의 부정할 수 없는 계승자로서 누리고 있는 정치적 이권 또한 순식간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의 캠프 또한 박근혜 후보가 집권한다 하더라도 제1야당으로서 누릴 수 있는 수많은 이권들을 빼앗기는 것은 아니다. 안철수 후보 또한 잃어도 별로 잃을 것이 없다. ‘무릎팍 도사’나 ‘힐링캠프’, 저서와 토크 콘서트 등을 통해 최고의 스타 자리에 올랐고, 지금까지 형성된 정치 팬덤을 쉽게 잃지는 않을 것이다.

답답하고 짜증나고 찌질하고 하루하루 힘든 삶을 이어가면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안철수 후보에게 거는 기대가 사라지지 않는 한 그는 계속해서 정치 팬덤의 대표적인 주자로 남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는 언제든지 다시 도전할 수 있다. 충분한 돈도 있고 자신의 부족 또한 갑자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많이 누려왔고 또 누릴 수 있는 것이 많은 사람들일까? 재집권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살 떨리는 긴장감이나 책임감을 발견하기 힘들다. 두 캠프는 단일화를 위한 룰 협상에서 눈꼴사나운 풍경들을 연출하고 있다. 대변인을 포함한 캠프 관련 인사들의 설전이 오가는데 서로 잘난 두 후보 간의 자존심 싸움 정도로 보인다.

2013년 대한민국이 반인권국가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영동 1985>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13년 대한민국이 반노동국가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노동의 가치가 부활하고 노동자의 삶들이 조금이라도 더 안정되고 나아졌으면 좋겠다.

2013년 대한민국이 20세기의 한국을 지배해왔던 기득권 집단의 손에 다시 쥐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치, 경제, 군사, 안보, 교육, 종교, 언론과 미디어, 문화예술 등 모든 영역에서 깨지지 않는 기득권 구조가 조금이라도 변화하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2013년 대한민국의 정치가 구시대적 덫을 빠져나와 보다 매력적이고 품격있는 단계로 넘어갔으면 좋겠다. 2013년 대한민국 경제의 보다 민주화된 틀이 구성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2013년 대한민국의 개인들이 자신의 안정된 노동의 터전을 마련하고 가정을 꾸리고 사소한 행복의 단초들을 만들어가는 토양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그런데 이것을 가로막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의 캠프 인사들이 자신들에게 위임된 시대적 역할을 배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패의 고통은 결국 사람들에게 닥쳐오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닌 바로 99%의 ‘사람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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