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협동조합-③
서울시의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협동조합-③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11.24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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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시대의 개막과 서울시]
▲ 지난 10월 17일 서울 안국동 윤보선 고택에서 열린 국내 대표적인 사회적기업 아름다운가게의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시민들이 버린 헌 옷, 잡화, 옷감 조각들을 붙여 네팔의 ‘아름다운 도서관’을 재현한 꼴라주 작품을 배경으로 한 어린이가 말춤을 추고 있다.

다음달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여야 176명의 국회의원 전원이 찬성해 가결된 법이다. 협동조합은 저성장 궤도로 접어든 세계경제를 이끌 제3의 섹션으로 부르기도 한다. 정부는 고용창출을 기대하고 협동조합법 제정을 추진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주식회사가 주축을 이룬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사회적 기업을 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세우고자하는 서울시의 경우 이번 협동조합기본법은 지역경제 활성화의 필수적인 수단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협동조합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진 시민은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4회에 걸쳐 협동조합을 집중 분석한다.

연재 순서
①유럽에서 온 낯선 손님과 구름 청중의 열기
②유럽 협동조합의 역사와 한국경제의 특징
③서울시의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협동조합
④자본주의 경제 제3의 섹션, 협동조합의 미래

지난달 30일 협동조합 분야의 석학인 이탈리아 테파노 자마니, 베라 자마니 교수가 하루 2회씩 진행한 강연장은 서울의 청중들로 가득찼다.

이들 청중은 지역 시민단체나 소규모 직능단체, 그리고 사회적기업 관계자들이었다. 정부의 12월 협동조합기본법 발효를 앞두고 사회적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의 차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포함하는 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은 비영리법인이나 단체, 조합, 상법상 회사 등의 조직을 갖추고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말한다.

이들은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면서 재화·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한다.
반면 사회적협동조합은 지역사회 발전, 지역 주민들의 권익ㆍ복리 증진,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 등의 공익사업을 전개하는 등 비영리 조합으로 규정한다.

얼핏 보면 공익적 목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협동조합은 사회적기업에 포함되는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번 협동조합기본법에서도 사회적협동조합을 사회적기업이 택할 수 있는 조직형태로 규정했으나 확실한 구분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 둘의 차이점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느냐, 단지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조합원들의 복리를 목적으로 하느냐는 점이다. 사회적기업은 취약 계층을 배려하는 한편,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리도 추구할 수 있다.

이같은 사회적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의 병존은 이탈리아 등 국제적인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때문에 영리추구보다는 지역사회에 공헌한다는 취지로 사회적기업을 경영해 온 창업자들이 협동조합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울형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전환 전망

하지만 이들 사회적기업, 특히 서울형 사회적기업 관계자들의 협동조합 전환을 위한 행보의 이면은 그리 밝지 않다.

서울시는 고용노동부에서 정한 사회적기업 인가 요건 중 몇가지 항목을 제외한 서울형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당초 서울형 사회적기업에는 2년 한도로 월 96만 원의 인건비를 서울시 예산에서 지원해 왔다. 2010년 처음 시행된 이 제도로 지금까지 총 411개 업체가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이같은 인건비 지원은 시에서 지정하는 사회적기업을 일원화한다는 이유로 폐지한 상태다. 이같은 결정은 일부 서울형사회적기업이 취약계층 고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데다 경영 실적도 부진하기 때문에 나왔다.

실제로 한 의류생산 서울형 사회적기업은 인건비 대부분을 시에서 나오는 지원금으로 충당하면서 시장에 내놓을만한 제품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업체는 시의 지원금이 중단되면 그대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고 근로자들은 모두 실직하게 된다.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한다 해도 형편이 나아질 수는 없다.
사회적협동조합은 뜻을 같이한 조합원이 모여 설립한 뒤 각 조합원은 물론 지역사회에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사회적협동조합 사례로 AP통신을 꼽을 수 있다.

세계적 사회적협동조합 AP통신

AP통신은 다른 언론사들에게 기사를 전해주는 비영리 성격의 회사로 1848년 뉴욕에 입항하는 선박으로부터 유럽 뉴스를 공동으로 취재하기 위해 뉴욕의 6개 신문사가 모여 결성한 ‘항구뉴스협회(Harbor News Association)’로부터 시작됐다.

현재 AP통신은 미국의 1700여개 신문사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조합원 언론사들은 발행부수에 따라 취재관련 비용을 분담한다.

1700개 신문사가 조합원으로서 동등한 권한을 가졌기 때문에 AP통신은 특정 관점에서 취재하지도 못하고 편향된 논조도 갖지 못한다. 협동조합이란 형태가 언론의 생명인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추도록 한 셈이다.

캐나다 퀘벡 재능기부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모여 서로의 재능을 교환하고 사회공헌사업을 벌인다. 한국도 협동조합 형태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례가 있다. 강원도 원주시의 떡집 ‘친환경 행복한 시루봉’은 1구좌당 1만 원씩 출자한 조합원들이 모여 장애인 7명, 비장애인 6명이 떡을 만들어 파는 업체를 설립했다.

이들은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 곧바로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친환경 행복한 시루봉’의 경우 취약계층 고용효과와 유기농 농산물을 활용한 농민 지원, 그리고 시민들에게 양질의 상품을 제공한다는 사회공헌을 달성할 수 있다.

서울의 사회적기업도 ‘친환경 행복한 시루봉’과 같은 자립기반을 먼저 확보한 뒤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또 물적, 정신적 가치를 출자할 수 있는 조합원을 확보한 뒤 협동조합 설립에 나서야 성공할 수 있다.

‘선키스트’는 다국적기업 아닌 협동조합

협동조합이라고 해서 굳이 사회적협동조합에 국한하지 않아도 된다. 협동조합은 크게 소비자협동조합과 생산자협동조합, 그리고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나뉜다.

소비자협동조합은 ‘한살림’과 같은 생활협동조합이 있다.
또 국내 최대의 협동조합인 농협은 생산자협동조합에 포함된다. 지금까지 농협 등 생산자 협동조합은 최소 1000명 이상의 조합원을 구성해야 설립할 수 있었지만 협동조합기본법은 이같은 제한을 철폐했다.

세계적인 생산자협동조합은 1893년 미국 감귤 재배농가들이 중도상인들의 횡포에 반발, ‘남부 캘리포니아 과일거래소’를 만들면서 시작한 ‘선키스트’를 꼽을 수 있다. ‘선키스트’는 현재 미국 서부의 6000여 감귤 재배농가가 조합원으로 참여,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가장 성공적인 농업협동조합이 됐다.

서울에서도 당장 다음달부터 새로운 협동조합 시대가 열린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철저한 준비와 생산성 검토를 거친 다음 설립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일부 실패한 서울형 사회적기업의 뒤를 따를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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