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상 넝마공동체 이사
송경상 넝마공동체 이사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12.07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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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면 불행한 도시빈민, 함께 하면 활력 넘치는 한 가족”

“해마다 겨울철이면 넝마공동체 회원이 2배로 늘어납니다. 당장 갈 곳 없고 먹을거리도 찾지 못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죠.” [관련기사 6면]

요즘 송경상 넝마공동체 이사의 목소리 톤은 평상시보다 훨씬 높아졌다. 안 그래도 회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겨울 문턱에 25년 동안 뿌리내려왔던 작업장 겸 숙소가 강남구청의 손에 모두 해체됐기 때문이다.

송 이사는 1986년 넝마공동체 설립 초기부터 90년대 초까지 공동체에서 숙식을 함께 하며 총무일을 맡아 일했다. 당시 그는 공동체에서 유일한 ‘먹물’이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빈민운동에 뛰어든 그는 1984년 12월 서울에서 넝마주이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윤팔병 전 넝마공동체 대표와 함께 강남에 넝마주이들의 터전을 만들었다.

송 이사는 1990년대 초 결혼과 함께 영동5교 아래를 떠났다. 하지만 논술강사로 일하는 지금까지도 넝마공동체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 왔다.

송 이사는 “지난달 9일 영동5교 아래에서 쫓겨난 뒤 회원들은 강남구청과 사회의 냉대에 심리적인 공황을 겪고 있다”며 “그동안 강남의 고층아파트 사이에서도 스스로 일해 먹고산다는 자부심이 강했는데 이번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고 했다.

송 이사에 따르면 공동체 회원 중 최고령자는 올해 78세인 김순희 어르신이다. 넝마공동체 초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일하며 함께 살아온 가족이다. 송 이사는 넝마공동체의 장점으로 함께 돕고 살아가는 공동체의식을 꼽았다.

그는 “공동체 가족들은 누구보다 헌 옷이나 신발, 구두, 가방 등 재활용품을 잘 수집하는 전문가들”이라며 “여기다 일하지 않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는 공동체 내부 규약을 잘 이해하고 밥 한 술이라도 먼저 먹으라고 내놓은 넉넉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 공동체가 강남구청의 행정편의 때문에 무너진 사실이 그에게는 너무 큰 고통이다.
송 이사는 “공동체는 누구나 월 1만원의 회비만 내면 차별 없이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서울 빈민의 생활터전”이라며 “개인으로 떨어져 있으면 얼마 되지 않는 보조금에 겨울철 난방조차 어렵지만 함께 모이면 얼마든 활력 넘치는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 공동체적 삶의 기반이 하루아침에 뜯겨나갔다. 송 이사는 “공동체 회원인 어르신들이 말은 하지 않아도 모두 자기 살점이 뜯겨나간 듯한 아픔을 느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저녁이면 돈벌이를 위해 주행거리 35만km인 승용차를 끌고 성남과 용인의 고등학교 논술강의에 나선다.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서울의 논술학원 자리도 있지만 학교 강의가 속 편하다.
하지만 요즘은 거리에 남겨진 넝마공동체 어르신들이 눈에 밟혀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도 죄스러울 뿐이다.

송 이사는 “공동체에 가장 절실한 것은 마음껏 작업할 수 있는 일터”라며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일해 살아가겠다는 이들을 영하의 날씨로 내몬 처사를 절대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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