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 광주의 상처 헤집는 영화 <26일>대선 앞 흥행몰이
1980 광주의 상처 헤집는 영화 <26일>대선 앞 흥행몰이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12.0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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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6일만에 100만 관객 동원, ‘단죄’의 대상은 아직 전직 예우 그대로
▲ 1980년 광주 민주항쟁 피해자들의 아픔을 그린 영화 <26년>이 개봉 초기 1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영화 <26년>이 개봉 6일만에 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개봉 첫 추말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선전한 결과였다.

<26년>은 강풀의 만화를 영화로 각색했다. 2008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에 들어갔으나 보이지 않는 외압에 4년만에 개봉할 수 있었다. 영화 속 복수의 대상인 ‘그 사람’이 아직 연희동에 버젓이 살아있기 때문에 제작자는 물론 출연 배우에게도 외압이 작용했다.

영화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26년 후인 2006년을 배경으로 한다. 1980년 이후 태어난 젊은 관객은 영화를 통해 역사를 만난다. 80년대 트라우마를 가진 세대는 생활을 핑계로 잊으려 했던 광주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래서 <26년>은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만든 조근현 감독은 “특별히 정치적인 성향이 강한 건 아니지만 이 영화가 대선을 앞두고 어떤 식으로든 좋은 의미로 작용하길 바란다”며 “이 사회가 잘못된 것을 이야기할 수조차 없다면 건강하지 못한 게 아니겠나. 이건 정치적인 의미를 떠나 상식적인 것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상식적인 것은 우리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광주 시민을 학살한 주인공은 아직 전직 대통령 이상의 예우를 받으며 측근을 거느리고 산다.

<26년>은 그로부터 가족을 잃거나 현재진행형의 상처를 가진 광주 시민들이 스스로 ‘단죄’에 나선다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80년 광주를 알지 못하는 세대에게 1980년은 영화 도입부에 나오는 애니메이션이 전부다.

도입부 애니메이션은 과거 외신 기록필름으로 남은 실사보다 더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단죄’를 기획한 보안업체 대기업 회장 김갑세(이경영 분)는 광주 진압군 출신이다. 그는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단죄’를 기획하고 수호파 중간보스 곽진배, 국가대표 사격선수 심미진, 서대문서 소속 경찰 권정혁 등 광주 민주화운동 희생자 2세를 끌어들인다.

하지만 이들의 ‘단죄’ 프로젝트는 순탄치 않다. 시작부터 끝까지 영화는 팽팽한 긴장을 유지한다. 그리고 후반부에 이르면 객석 이곳저곳에서 눈물을 닦는 관객이 점차 늘어난다. 이들 관객의 입소문이 번지는데다 광주 개봉관에 시민들의 예매가 몰리면서 <26년>은 일찌감치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관객이 유난히 많다는 점이다.
바로 영화제작을 후원한 시민 명단을 확인하는 관객들이다.

<26년>은 메이저 투자배급사가 외면하는 바람에 아예 제작을 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가수 이승환이 10억 원을 내놓으면서 물꼬를 텄고 공교롭게 대선 코앞에 개봉하게 됐다.

한편, 고 김근태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고문을 다룬 <남영동 1986>은 관객 30만 명 동원에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당초 관객 10만 명을 예상했던 만큼, 3배의 흥행실적을 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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