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적’이지 못한 교육감 선거, 색깔론 구태 재연
‘교육적’이지 못한 교육감 선거, 색깔론 구태 재연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2.12.1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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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사퇴 종용 전화’, 색깔론 덧씌우기 구태
▲ 남승희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용린 지지자가 협박 전화를 걸어 후보 사퇴를 종용했다고 밝혔다.(사진 왼쪽)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 출마한 문용린 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교육청 2층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 후보는 “이수호 후보를 앞세운 전교조의 학교장악 음모를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19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재선거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후보 사퇴 압력’, 상대 후보 비방 등으로 혼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 등 보수단체가 보수 단일 후보 문용린 후보의 지지 대신 이상면·최명복·남승희 후보의 사퇴를 촉구한 10일 기자회견에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단체와 사람들이 참여했다는 지적에 따라 11일 조사에 들어갔다.

선관위는 일부 참여인사와 단체 이름이 보도자료에 적혀 있는 것에 대해 실제 본인들의 의사였는지부터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현직 교장, 공무원, 동창회, 언론사 등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는 10일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참여한 인사와 단체 중에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현직 교장과 교원단체, 언론사, 동창회 등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남승희 후보에 대한 ‘사퇴협박’도 논란이 되고 있다. 남 후보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 쪽 인사로부터 ‘후보사퇴 협박’을 수차례 받았고 신변의 위협까지 느껴 수행원이 목검까지 들고 다닐 정도라고 말했다.

남 후보는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정식 신고가 들어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진보 단일 후보 이수호 후보 측은 12일 시선관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감 출마 후보를 협박한 문 후보 지지선언 관련자들의 불법 선거 운동을 조사하라”며 조사를 의뢰했다.

이 후보 측은 이어 “(10일 기자회견)1000여개 단체 중에는 현행 선거법상 지지 선언을 할 수 없는 개인과 단체가 다수 포함돼 있으며 본인 허락없이 이름을 도용한 사례까지 밝혀지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진보 1 VS 보수 4

보수진영이 후보 사퇴 ‘압력’과 무리한 지지 선언 등을 하는 배경엔 성향이 비슷한 후보가 나와 있는데다 여론에서 이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시교육감 재선거 후보는 모두 5명이다. 진보 단일 후보로 추대된 이 후보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보수성향으로 분류된다. 이렇게 되면 보수표가 분산돼 진보 후보에게 유리해 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010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보수 단일화’를 하지 못해 곽노현 후보에게 패한 보수 진영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S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TNS에 의뢰해 7~8일 서울의 성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유무선 전화면접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7%포인트)에 따르면 서울교육감 선거의 후보 지지율은 이 후보 21.6%, 문 후보 20.5%로, 두 후보가 오차 안의 범위에서 1, 2위를 다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모름·무응답’의 비율은 40.2%로 부동층이나 무관심 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 후보 측 ‘전교조 때리기’ 집중

상황이 이렇게 되자 문 후보는 이 후보를 겨냥해 “전교조 후보”라고 규정하며 ‘전교 때리기’에 나섰다.
문 후보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교육감 재선거에 대해 “부패로 구속된 곽노현 교육정책 심판과 이 후보를 앞세운 전교조의 학교장악 음모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곽 전 교육감 재직 당시 시교육청은 시도교육청 평가 3년 연속 꼴찌,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 전국 최고, 학생인권조례로 교사의 지도력을 훼손하고 학생과 갈등만 남겼다며 곽 전 교육감과 각을 세웠다.

이는 지난 11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곽 전 교육감이 교육 인식의 지평을 넓힌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한 태도와 사뭇 다르다.

또 문 후보는 전교조가 이 후보를 내세워 학교를 장악하려 한다며 ‘전교조 때리기’에 집중했다. 문 후보는 “이 후보가 내건 혁신학교 확대, 내부형 교장공모제 확대, 교무회의 법정화 등은 학교 내 민주화로 포장했지만 사실은 순차적으로 교육계를 장악하려는 음모”라며 ‘전교조 음모론’을 주장했다.

문 후보 측은 ‘전교조 교육의 폐해’라고 설명자료를 첨부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전형적인 극우적 사고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수 색깔 드러내 결집 유도

문 후보 측은 전교조가 ‘종북적, 편향적인 이념교육’을 한다며 ‘색깔론’을 씌웠다. 예로 노동절 인권교육(2004), 전태일 독재항거 교육(2005년), 5·18광주민중항쟁(2007년), 미국쇠고기광우병(2008년), 6·15공동수업(20009년) 등을 들었다. 그러나 문 후보 측의 ‘전교조 때리기’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5·18광주민중항쟁은 국가가 기념일로 지정한 국가기념일이다. ‘전태일 독재항거 교육’은 전태일 열사는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희생한 이의 뜻을 기리는 교육으로서 문제될 게 없다는 평이다.

이렇게 문 후보 측이 곽 전 교육감과 전교조 ‘때리기’를 하는 이유는 보수표의 분산을 막고 최근 사교육 업체와의 ‘밀착’ 의혹 등을 돌파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문 후보는 서울시교육감은 ‘순수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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