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가 있는 날 눈은 결코 그치지 않았다-이현채
생리가 있는 날 눈은 결코 그치지 않았다-이현채
  • 박성우 시인·우석대교수
  • 승인 2012.12.1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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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무로역 8번 출구로 빈 눈을 한 바람이 들어와 에드 싸인볼을 돌려주어요 에드 싸인볼이 돌자 나도 돌고 싸인볼도 돌아요 가로등은 빨주노초파남보의 눈가루를 뿌려주며 간판이 차곡차곡 쌓인 거리를 비춰주고요 신발을 잃어버린 아이 하나가 신문지 속으로 들어가요 신문지는 웅얼웅얼거리며 아이를 감싸 주어요 신문지 속에 웅크리고 앉아 까만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며 눈 내리는 세상을 바라다보아요 죽은 별들이 지상에 내려와 반짝거리며 시장의 골목을 떠돌고 있어요 홍어 냄새로 가득한 골목 계란판에 쌓인 겨울바람 사이로 우박이 내리고 금지구역에서 달을 뜯어 먹는 고양이 한 마리 갸르릉거리며 어둠 속의 거리를 어슬렁거려요 즉석복권 같은 나의 하루는 다람쥐 같은 아이들과 저물어 가고 시끄럽게 골목을 누비던 오토바이는 비상등을 깜빡거리며 신호대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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