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현재 미래가 섞여있는 ‘쿠바’
과거 현재 미래가 섞여있는 ‘쿠바’
  • 다율(多律) (재)월드뮤직센터 이사장
  • 승인 2012.12.1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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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소리- ③
▲ 아바나 시내의 체 게바라 상.

‘관따나메라   Guantanamera’
나는 야자나무 무성한 나라에 태어난 진실한 사나이
죽기 전에 바라는 것은 나의 마음에서 우러난 시를 들어달라는 것
나의 시는 연푸른색 그리고 새빨간색
나의 노래는 산속에서 은신처를 찾고 있는 상처 입은 사슴
조국의 가난한 사람들과 나의 운명을 함께 하리
산속의 작은 계곡이 나는 바다보다 좋아
이 세상을 떠나 땅으로 돌아가서 살고 싶네
푸른 나뭇잎 수레를 타고 저 세상까지

이 노래는 쿠바에 도착하여 떠나는 시간까지 거의 쉬지 않고 들을 수 있는 그야말로 쿠바를 대표하는 명곡 ‘관따나메라’이다.  쿠바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호세 마르띠의 시에 페르난데스가 곡을 붙인 것인데 우리로 치면 아리랑 격이다.

▲ 시가케이스 형태의 음반케이스.
쿠바는 음악의 나라, 리듬의 나라, 노래의 나라이다. 쿠바인들의 모든 생활에 리듬이 녹아있어 나라 전체가 거대한 리듬의 용광로같이 느껴진다.

시골의 작은 선술집에도 전속밴드가 있다. 20세기 초부터 세계를 흔들었던 리듬들, 룸바, 맘보, 차차차, 아프로-쿠바 재즈에서 시작하여 뉴욕에서 발전한 살사에 이르기까지 음악과 춤의 다양성은 단연 세계의 으뜸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1492년 후의 포스트-콜럼비안 세계의 출발점이 바로 쿠바였기 때문이다. 당시에 라틴아메리카 지역 전체를 통치하는 거점이 쿠바였기 때문에 그 전통에 유럽의 음악문화가 접속되어 쿠바의 (음악)문화가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문화의 뿌리를 제공하게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쿠바의 음악 문화의 뿌리는 스페인 통치 시대의 수도였던 쿠바섬 동쪽 끝에 있는 도시 산디아고 데 쿠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지역은 카스트로 혁명의 진원지로 지방 도시 중의 하나에 불과하지만 꼭 방문해 볼 가치가 있다.

쿠바의 음악의 로칼리티를 찾으려면 산디아고 데 쿠바를 찾아 세월이 바랜 옛 음반을 들어야 한다. 그러나 살사와 같이 미국(뉴욕)에서 역수입된 음악도 쿠바에서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이 음악백화점 쿠바의 현주소이다.

미국의 라이 쿠더가 만든 필름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이 쿠바음악을 세계에 알린 신호탄이었다면 세월이 지나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의 기억이 희미해지면서 그 노틀들의 얼굴에 가려졌던 현재의 젊은 쿠바음악의 발랄한 모습을 접할 수 있는 것도 쿠바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음악의 즐거움이다.

쿠바 현대음악의 뿌리는 손(son)이다. 손은 춤을 의미한다고 한다. 쿠바의 율동감의 뿌리가 <손>이다. 손의 형식은 우리 민요와 비슷하다. 독창자와 후렴이 서로 주고 받는 형식이다. 여기에 즉흥성이 가미된다.

쿠바는 음악 외에도 시가(담배)와 설탕 그리고 술(럼주)로 유명하다. 시가와 럼주는 국가가 관리한다. 금연운동이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었지만 시가는 쿠바 여행의 매력 중의 하나이다. <아바나 클럽>이라는 이름의 국영 럼주도 매력적인 선물이다.

여행
쿠바의 수도 아바나까지 가려면 캐나다나 멕시코 등을 경유해야 하므로 시간이 많이 걸리고 항공요금이 만만치 않다. 쿠바는 가난한 사람들의 조그만 섬이지만 활기찬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준다.

친절한데다 물가도 싸고 치안도 비교적 안정되어 있어 여행하기에 좋은 여건이다. 덤으로 여러가지의 체제가 혼합되어 있어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음미하면 흥미롭기도 하다.

거기다가 화학비료가 없어 유기농 농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여건 때문에 친환경 농업견학이 관광상품이 되어 연구대상이 되어있는 것도 재미있다.

아바나는 50년대의 올드카가 거리를 누비고 있는 것도 구경꺼리이고 건물도 낡았지만 그런데로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다. 도시 자체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 유산인 만큼 음미하면 아름다운 건물이 많다. 중심가는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옛것과 새것이 어울려 뿜어내는 열기는 대단하다.

쿠바섬 중앙의 북쪽에 있는 산타클라라(Santa Clara)는 쿠바 혁명의 상징이다. 체 게바라의 유골이 묻힌 그의 기념관과 광장은 꼭 보아야 할 곳이다. 지난 세기의 아이콘 체 게바라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쉽지 않은 행운이다.

그 남쪽에 있는 트리니다드는 농업의 중심도시로 가장 쿠바스러운 마을이다. 주민들과 바로 정이 들 수 있는 매력이 있는 트리니다드는 수백년 전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아기자기한 관광도시로 관광객이 몰리는 소도시이다.

바라델로는 아바나에서 자동차로 3시간 거리의 국제적인 휴양지로 관광객만의 세계이다. 왜냐하면 내국인은 호텔 종업원밖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헤밍웨이의 팬들은 아바나시대의 그가 묵었던 호텔과 바 그리고 아바나 근교의 낚시터에서 그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별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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