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51.42%의 두 번째 선택
서울시민 51.42%의 두 번째 선택
  • 서울타임스
  • 승인 2012.12.2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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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자는 서울시와 광주, 전남북을 제외한 전 지역을 석권했다.
이 가운데 서울시의 개표결과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우연이겠지만 서울의 여야 후보 지지율은 전국 지지율과 거의 일치한다. 물론 서울시의 후보별 지지율은 전국 개표결과와는 반대다.

전국 지지율은 박 당선자 51.55%, 문재인 후보 48.02%로 나타났다. 반면 서울시에서는 박 당선자가 48.18%를 얻었고 문 후보는 51.42%를 확보했다.

서울시의 투표결과도 당초 예상에 비해 여당으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지난 4월 총선에서 48개 지역구 가운데 단 7곳만 새누리당에 내준 사실에 비추어볼 때 이번 대선 결과는 세대별 투표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50대 89.9%가 투표에 나섰고 이 중 60%가 박근혜 당선자에게 표를 던졌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어쨌든 서울시민 과반은 자신이 지지하지 않았던 대통령이 통치하는 5년을 살아야 한다. 특히 MB정부에 반대해 온 서울의 진보진영은 엄청난 충격과 허탈감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바탕으로 대선 승리에 전력을 다해왔기에 당분간 아노미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야당인 민주당보다 더 큰 상처를 입은 쪽은 진보정당과 진보적 시민단체, 구성원들이다. 지난 4·11 총선에서 심각한 균열을 보인 통합진보당은 이정희 후보를 대선에 내세웠다가 막판에 사퇴했으나 오히려 더 큰 상처만 남겼다. 통합진보당은 진보정당의 존립기반까지 허물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 대선에서 야당의 패배는 통합진보당의 위축과 같은 맥락에서 앞으로 민주세력의 퇴보까지 불러올까 우려된다. 서울시민들은 대선에서 그나마 야당을 더 많이 지지했지만 교육감선거에서는 보수진영 단일후보인 문용린 당선자에게 압도적인 표를 던졌다.

진보진영의 이수호 후보는 보수진영이 만들어낸 ‘급진 좌익 정체세력 전교조’라는 프레임을 극복하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아직까지 시민들은 진보진영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재확인했을 뿐이다. 진보진영은 그동안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창을 통해서만 시민들과 소통해오지 않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때다.

이와 같이 스스로 만든 진영에만 갇혀 있었기 때문에 이번 대선 패배라는 결과를 감수하게 됐다는 자성도 필요하다. 문제는 앞으로 5년 동안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대통령이 이끄는 나라에서 살아야 하는 과반수 이상의 서울시민들이다.

많은 시민들이 개표 결과를 지켜보며 ‘이민’을 얘기했고 ‘귀농’을 꿈꾸기도 했다. 이들은 박근혜 당선자의 물리적, 정신적 태생이 1970년대 10월 유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 들어설 정부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단적으로 말해서 앞으로 5년은 진보적 발전이 아니라 퇴행을 막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자는 당선 직후 ‘통합의 정치’를 내세웠다. 통합은 의견이 다른 사람들도 흔쾌히 함께 동참할 수 있는 넉넉한 공간부터 마련해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박 당선자의 정부가 그런 틀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과반 이상의 서울시민들은 어디에 설 자리를 마련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국가 발전은 통합으로만 이룰 수 있는게 아니다. 이성적인 대결과 견제, 비판이 적절히 제기될 때 더 건강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이제 굳건히 발딛고 서서 새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단단한 자리를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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