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한 삼국지’ 12권 한 질 출간한 김경한 마포구 부구청장
‘김경한 삼국지’ 12권 한 질 출간한 김경한 마포구 부구청장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12.21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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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가치 훼손하는 나관중본에 맞설 삼국지 펴낸 공무원

조조, 유비, 손권이 각각 위나라와 촉나라, 오나라를 이끌며 중원을 손에 넣기 위해 끊임없는 전쟁을 벌인 이야기가 ‘삼국지’다.

삼국지는 정사보다 나관중의 삼국지 연의가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황석영, 이문열 등 소설가를 비롯해 고우영의 만화까지 수많은 삼국지가 나왔다.

지난 9월 서울시민들은 현직 공무원이 12권의 삼국지를 펴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그것도 지금까지 나온 삼국지와 전혀 다른, 정사를 바탕으로 새롭게 쓴 작품이란 사실도 전해졌다.

바로 김경한 마포구 부구청장이 새로운 삼국지를 써내려간 주인공이다. 공무에 매달려야 하는 공무원이 12권이나 되는 한 질의 책을 쓴다는 일은 만만치 않다.

하물며 전업작가로 사는 소설가들도 이만한 분량의 대하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몇 년 동안 방석을 깔고 앉아야 한다.

김 부구청장은 왜 이런 고초를 스스로 택했을까.

나관중 삼국지는 반민중적 영웅주의

그는 먼저 “나관중의 삼국지는 천하에는 하나의 정통만이 존재한다는 주자학적 명분에 따른 흑백논리와 반민중적 영웅주의로 일관되어 있다”며 “거기다 지나치게 권모술수 지향적이라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잘못 읽으면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 적합하지 않은 가치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삼국지를 잘못 읽으면 민주적 가치마저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 새로운 책을 쓰게 된 직접적인 동기라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삼국지를 청소년들이 많이 읽기를 바란다.
김 부구청장은 “자라나는 청소년 세대들이나 이미 잘못된 삼국지를 읽어 왜곡된 가치관에 오도된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삼국지 시대는 영웅호걸들이 활약을 펼치는 멋진 세계가 아니라 5000만 명의 인구가 1000만 명으로 줄어들 정도로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살육의 시대였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내용을 제대로 알려 자라나는 세대들이 잘못된 삼국지를 통해 과도하게 정치권력 지향성을 갖게 되지 않길 바란다고 김 부구청장은 강조했다.
그는 “정치권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 하나하나의 삶이다. 가장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개인의 행복을 찾으라고 권하고 싶다”고 했다.

대화 내용과 상소문도 정사 바탕으로

새로운 삼국지를 쓰기 위해 김 부구청장은 나관중 삼국지의 의도적인 왜곡을 바로잡는데 가장 중점을 뒀다. 진수가 쓴 정사삼국지와 역사가 배송지의 주석을 참고하는 등 철저하게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기술하는데 역점을 뒀다.

그는 “심지어 대화내용이나 상소문 이런 내용조차도 정사 삼국지에 나오는 그대로 쓰려고 노력했다”며 “처음부터 정사를 나누어 미분법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지양하고, 최대한 객관적 사실 위주로 기술했고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사건에 대한 평가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었다”고 전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2005년 미국 버클리대 연수기간에 동아시아연구센터 도서관에 소장된 중국 고서 중 정사(正史) 삼국지로 알려진 진수의 삼국지와 이에 대한 배송지의 주석 등을 읽으면서 얻게 됐다. 나관중 삼국지연의가 특정의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체계적으로 사실을 왜곡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그 때였다.

지나치게 악인 평가 받는 조조에 애착

이후 2010년 장기연수 기회를 얻자마자 삼국지 집필을 시작했다. 아침 저녁 자전거로 1시간 30분 정도의 거리를 출·퇴근을 하며, 머릿속에 소설 구상을 했다가 귀가하면 미친 듯이 글을 썼다.

이렇게 쌓인 12권 분량의 원고 중 10~20매 분량을 일주일에 한편씩 블로그에 올렸다. 그렇게 꼬박 2년간 글을 썼고 이 글들을 모아 다시 정리하고 다듬는데 7개월이 걸렸다. 

그렇다면 김 부구청장이 삼국지의 많은 인물 중 누구에게 가장 큰 애착을 갖고 있을까.
김 부구청장은 “애착이 간다기보다는 동정심이 이는 대상으로 조조를 꼽을 수 있다”며 “처절한 노력과 빼어난 재능으로 큰 업적을 세웠는데 지나치게 악인으로 폄하되고 있지만 인격적으로나 실력 면에서 뛰어난 인물”이라고 털어놓았다.

마포구 부구청장으로 일하는 요즘에도 그는 책과 펜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업무에 바빠 평일에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시간이 거의 없어 주로 주말이나 늦은 밤 시간을 독서와 집필에 쏟는다.
현직 공무원의 다음 작품이 은근히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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