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동 아리랑-조기조
구로동 아리랑-조기조
  • 박성우 시인
  • 승인 2012.12.2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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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 구종점 네거리 인력시장
가로등은 꺼지고 해는 높았는데
아라리요 아라리요 얼굴 보고 골라가고
쓰라리요 쓰라리요 덩치 보고 골라가고
팔려가지 못한 사람들 진눈깨비로 서성이네
서울에 일할 곳이 이다지도 없단 말가
일자리 없는 사람 이다지도 많단 말가
아리랑이 쓰리랑인가 쓰리랑이 아리랑인가
몇 개비 던져놓은 모닥불은 사그라지는데
찬바람에 멱살 잡히고 발만 동동 굴러보네
몇몇은 애가 타서 화투판 일당 벌어볼까
몇몇은 속이 쓰려 한잔 대포로 풀어볼까
구로동 고개 넘어간다 진양조로 넘어간다
일하고 싶네 일하고 싶어 젊어서 일해야지
늙어서도 일할 팔자 일하다가 죽고 싶네
아리랑 쓰리랑 아라리요 쓰라리요
혼자 남은 내 발길은 공단 쪽으로 돌려지는데
일하던 우리 공장은 문 닫은 지 석 달째라
아라리요 쓰라리요 쓰라리가 지라리요
밀린 월급 떼어먹고 도망간 사장님은
십 리도 못 가서 새 공장을 차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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