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제자리에 두는 삶
모든 것을 제자리에 두는 삶
  • 송송이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
  • 승인 2012.12.28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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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송이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혼인강좌 강사

성탄절 아침. 정말로 싼타 할아버지가 다녀간 걸까?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 놓인 선물을 발견한 아이들의 눈이 빛난다. 싼타께서 힘들여 정성스레 포장하신 건데 마구 뜯으려고 하는 아이들을 나는 살살 말린다.

포장비를 줄이려고 2장에 1100원 하는 미색 모조전지에 1000원짜리 별자리 야광스티커를 사서 붙였는데 꽤 어울리고 예쁘다. 나보다 훨씬 세련된 싼타의 생각! 참으로 감사하다.

아이들은 원했던 선물에 무척 기뻐하며 “싼타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하고 외친다. 문득, 생각해본다. 나도 저런 적이 있었을까? 아이들의 기쁜 얼굴을 보면서 나도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어제 저녁 늦게까지 넘치게 놀았으므로 성탄절인 오늘은 조용히 흘러간다. 심심해하는 딸이 놀도록 친구 집에 데려다 주었는데, ‘오늘 밤 재우고 내일까지 계속 놀게 하겠으니 마음 편히 출근하라’는 친구 엄마의 메시지에 눈물이 솟아난다.

내일 출근해야 하는 나의 마음을 헤아린 그 엄마의 마음 씀씀이가 예쁘고 감사하다. “다른 이의 마음을 헤아려 작은 행동으로 실천하며 내 불편을 기쁘게 감수하는 것”. 오늘 느낀 사랑의 정의이다.

사랑의 힘으로 장을 보고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또 내가 받은 그 사랑을 다른 이에게 전달하고 싶어서 씩씩한 네살 아들과 함께 이웃의 아기 엄마에게로 향했다.

이제 더 이상 아이들이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들을 정리하며 누구를 줄까 생각했는데, 이제 막 둘째를 낳아 두 살 터울 아기들을 키우느라 애쓰고 있는 아파트 옆 동의 그 엄마가 떠올랐다.

아이와 함께 찬바람을 가르며 씩씩하게 밤길을 잠시 걸었다. 아들은 처음엔 자기 것이라고 주지 않겠다더니, 기특하게도 자기가 동생들에게 주기 위해 장난감을 끌고 가겠단다. 

금세 집으로 돌아와 아이를 재우고 집안을 돌아보니 모든 것들이 어질러져 마치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있는 듯하다.

늦은 밤, 나는 하나씩 하나씩 정리를 시작했다. 장난감들을 제자리에 놓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들을 개고, 옷들을 걸어놓는다. 생각해보니, 우리의 삶은 매 순간 모든 것을 제자리에 놓는 과정인 듯하다.

선물을 사고 포장하고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놓는 것도, 쓰지 않는 장난감을 이웃집에 가져다주는 것도, 쓰레기를 버리는 것도, 헌 옷이나 쓰지 않는 물건을 기증하는 것도, 역시 제자리에 놓는 것이다. 어디 이것뿐이랴! 시간과 사람과 일 역시 제 자리에 놓아야 할 것이다.

자야 할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먹어야 할 시간에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일해야 할 시간에 일을 하는 것,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할 시간에 함께 하는 것 역시 나와 그 모든 대상들을 제자리에 놓는 것이다. 어쩌면 나의 생각과 마음까지도 제자리에 두어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을 제자리에 잘 두지 못한 나는 넘쳐흘러 무리를 하고 누군가를 서운하게 하며 굴곡을 거치고 있다. 하지만 이것 또한 내게 선물이 되어 지나간다. 나의 부족함에 눈물방울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감사하다…. 내가 제자리로 가고 있는 과정이리라. 새해에는 모든 것을 제자리에 놓으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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