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에서 시작, 문용린으로 마감한 서울 교육
곽노현에서 시작, 문용린으로 마감한 서울 교육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2.12.28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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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9월 교육감 직 상실… 문용린, ‘곽노현 지우기’ 쉽지 않을 듯
▲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왼쪽)과 12월 20일 오후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으로 들어서고 있는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사진=뉴시스]

2012년 서울 교육계는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으로 시작해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으로 마무리 됐다. 꼭 11개월 만에 서울 교육계 수장이 바뀐 것이다. 올 1월 19일 ‘후보 사후 매수죄’로 1심에서 벌금 3000만 원을 선고 받은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 사전구속영장 발부로 구속됐다 석방됐다.

당시 교육감 직에 복귀했지만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곽 전 교육감은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될 경우 교육감 직을 잃게 돼 자신의 핵심정책에 속도를 냈다.

특목고·자율고 체제 개편, 문·예·체 교육확대, 학급당 학생 수 감축,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 강남·북 교육격차 해소, 학교 밖 아이들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서울교육희망선언’을 발표했다.

곽노현, 재판으로 불안한 한 해 시작

‘교육희망선언’은 곽 전 교육감의 교육 철학과 주요 사업이 망라돼 있다. 게다가 박원순 서울시장, 허광태 당시 서울시의회 의장 등의 참여도 이끌어 내면서 시교육청-서울시-시의회가 협력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당시 구체적 실현 가능성 보다는 당위성 위주의 정책이 발표되면서 실효성 논란에 휘말렸다. ‘알맹이 없는 선언’만 했다는 비판이었다. 곽 전 교육감이 교육감 직 상실에 대비해 ‘혁신교육’의 틀을 마련해 놓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실제로 서울시의회의 민주통합당 교육위원과 진보성향의 교육의원들은 곽 전 교육감의 직 상실 여부와 상관없이 서울의 혁신교육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교육희망선언, 혁신교육 추진 협력 끌어내

서울교육희망선언에서 밝힌 바 있는 서울시립대 입시개선안이 마련됐다. 시립대에 걸맞는 교육 공공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요구에 맟춰 시립대-시청-시의회-전문가 등이 모여 수시 전형 수능 최저등급 폐지, 토익·토플 등 외부 ‘스펙서류’ 제출 금지 등을 마련했다.

그러나 곽 전 교육감은 교육과학기술부와 번번히 충돌했다. 진보교육감이자 서울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곽 전 교육감에 대해 교과부는 집요하게 공격했다.

시의회에서 제정한 ‘교권조례’도 반대했다. 학생인권조례에 이은 ‘2라운드’였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학생생활기록부 기재를 놓고 강행하려는 교과부와 곽 전 교육감이 충돌했다. 일제고사를 놓고서도 대립했다.

교과부와 번번히 충돌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여론의 관심을 받자 학생인권조례 흔들기가 본격화 됐다. 학생인권조례 시행으로 학교 현장 혼란과 학교폭력 증가로 이어진다고 보수층은 공격했다.

또 교과부의 전국 시·도교육청 평가결과 서울시교육청을 비롯 경기도교육청, 전남도교육청의 평가 낮게 나오자 이른바 ‘진보교육감’ 무능론을 제기하며 공격했다. 한편 교과부의 시·도 교육청 평가는 ‘진보교육감’을 깍아 내리기 위한 평가라는 지적도 있었다.

2심에서도 법정 구속은 면했지만 당선 무효형인 징역 1년형을 선고 받은 곽 전 교육감은 조직 개편과 인사에 속도를 냈다. 곽 전 교육감의 색깔이 담긴 체제를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곽 전 교육감의 조직 개편은 미완성이다. 곽 전 교육감이 9월 27일 대법원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형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곽 전 교육감은 구속 수감됐고 서울시교육감 직을 상실했다.

이대영, 학생인권조례 무력화

이어 이대영 부교육감이 교육감 권한 대행을 맡았다. 교과부 관료 출신으로 교과부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지적을 받은 이 부교육감은 곽 전 교육감의 조직 체계 개편은 밀실에서 부당하게 시행된 것이라며 전면 중단시켰다.

곽 전 교육감이 추진한 소규모 테마수학여행과 학교장 평가도 흐지부지 됐다.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초중등법 시행령을 일선 학교에 내려 보냈다. 곽 전 교육감의 핵심 사업인 혁신학교 추가 지정도 보류됐다. 

보수 문용린, ‘곽노현 지우기’

12월 19일 보수진영 단일후보로 추대된 문용린 전 서울대 교수가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 곽 전 교육감에 이어 서울시교육감이 됐다. 보수진영 단일 후보로 추대된 만큼 문용린 교육감은 보수적 색채를 명확히 하며 ‘곽노현 정책 지우기’를 표방했다.

문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수정 입장을 밝히고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도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학교에 대해선 추가 지정은 일단 보류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26일 시의회 교육위에 출석해 신청한 6곳은 지정하고 예산을 배정하겠다고 밝히며 기존 방침에서 선회했다.

그러나 보수진영의 추대를 받았고 곽 전 교육감과 차별성을 두려는 문 교육감은 보수적 교육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곽 전 교육감과 교육철학을 공유하는 시의회와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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