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배 문화시민운동중앙협 부회장
이진배 문화시민운동중앙협 부회장
  • 이인우
  • 승인 2013.01.1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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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난한 동네 화장실 보며 마을공동체 생각했지요’

이진배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이하 문민협) 부회장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이 단체에서 종로 창신동과 돈의동 쪽방촌 화장실 개선사업을 벌였다는 소식을 듣고부터였다.

문민협에 대해서는 한일월드컵을 전후해 아름다운화장실 가꾸기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쳤다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었다. 덕분에 우리나라의 공중회장실은 맨 바닥에 드러누워도 될 만큼 깨끗해졌다는 사실도 기억했다.

이런 단체가 다중 집합장소가 아닌 서울의 극빈층이 사는 쪽방촌에까지 손길을 내민 이유와 사업진행 과정을 직접 듣고 싶어졌다.

이 부회장은 전 문화부 차관보 출신이라고 전해들었다. 하지만 직접 만난 그의 인상은 관료라기보다 시민단체에서 잔뼈가 굵은 활동가와 같은 이미지가 더 강했다.
이같은 이미지가 만들어진 까닭은 이 부회장이 털어놓은 이야기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시민단체 찾아 나선 중앙정부 고위 관료

그는 “김영삼 정부 당시 공보실 홍보국장으로 일하면서 시민의식을 자발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찾기 위해 시민단체를 직접 찾아다녔다”고 털어놓았다.

당시는 가까스로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민주화의 초석을 놓기 시작할 때였다. 그런 시기에 정부 고위 관료가 시민단체를 직접 찾아다니는 일은 파격에 가까웠다.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신년업무보고 당시 “가슴에 와 닿는 민주시민의식이 뿌리내리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이같은 민주의식을 어떻게 국민에게 확산시키고 자각하도록 해야 할 지 고민할 때”라는 에두른 업무지시를 받은 뒤의 일이다.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찾았으나 이전 정부 기록실에 있을리 만무였다. 결국 정부 공보실 홍보국장이 시민단체 사무실을 방문하며 허리를 굽혀야 했다.

이 부회장은 “그 당시 최열 씨 등 환경운동가 등을 만나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그 때 만났던 시민운동가들이 나중에 문화시민운동을 할 때 큰 힘을 보태주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1997년 1월 문민협 발족을 위한 밑그림 만들기부터 시작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선택과 집중’이란 말을 거듭 강조했다. 그만큼 문화시민운동의 실체가 잡히지 않았고 범위가 너무 넓었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으로 시민의식 황무지 개간

그는 “다른 건 다 뒤로 하고 친절과 질서, 청결이라는 3가지 주제만 살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친절은 인사하기 운동과 미소짓기 운동으로 구체화했고 질서는 지하철 질서 정착과 한줄 서기 운동으로, 청결은 화장실 운동으로 발전했다.

이 부회장은 “캠페인을 하나씩 진행할 때마다 획기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며 “한줄 서기 운동과 지하철 질서 지키기는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베이징 올림픽을 유치한 중국 정부는 올림픽 사무총장과 지하철 당국 책임자, 언론인 등을 서울로 파견, 벤치마킹에 나서도록 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지금도 베이징 지하철은 서울의 지하철 운영체제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1999년 퇴직한 뒤 불과 2개월 쉬었을 때 이영덕 전 총리로부터 공식적으로 문민협을 맡아달라는 당부를 받고 다시 사회로 나와야 했다.

당시 문민협이 제정한 '아름다운화장실대상‘은 지금도 매년 수상작 선정 소식이 전국적인 뉴스가 되고 있다. 또 이를 통해 전국 화장실이 변화한 모습은 기대 이상이었다.
또 화장실 운동을 매개로 시민의식 개선과 관련법률 제정, 환경의식 확산, 관련 산업 발전 등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올릴 수 있었다.

올해 쪽방촌 화장실 개선 사업비 ‘막막’

이 부회장은 이제 저개발 국가의 화장실 개선사업으로 눈을 돌릴 때라고 한다. 화장실문화 원조인 셈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서울 시내 곳곳에도 당장 고쳐야할 화장실이 적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다. 지난해 서울시의 공모사업에 쪽방촌 화장실 개선을 제안하면서부터였다.

서울시는 문민협의 제안 규모를 크게 줄여 1000만 원의 사업비를 할당했고 이를 쪼개 쪽방촌 실태조사와 실제 화장실 개선공사를 진행했다.

이 부회장은 “서울에 남아있는 쪽방촌을 일일이 답사하며 조사한 결과는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열악했다”며 “화장실 하나만 놓고 보아도 더 이상 지원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올해 사업비 마련이 걱정이다. 서울시가 올해 또다시 문민협의 화장실 개선사업을 지원할 지 여부도 모르는 상태다.

이 부회장은 “문민협은 이번 사업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찾아 나서겠다”며 “서울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인 쪽방촌 화장실을 보며 서울시가 추진하는 마을공동체 사업을 다시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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