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돌자 서울 한바퀴 ⑬ 강동구
다함께 돌자 서울 한바퀴 ⑬ 강동구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3.01.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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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대로 모습 아름다운 서울 동남부 끝자락 ‘강동 그린웨이’
▲ 포털 다음 지도 갈무리.

지난 2011년 강동구 둔촌동 뒷길에 문을 연 작은 가게가 화제에 올랐다.
서울 도시농부 4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농업회사법인 강동도시농부(주)’의 직영 매장이었다.

강동도시농부의 박덕삼(50) 대표 등 4명은 전업농부다. 모두 강동구 고덕동에서 고소득 작물인 시설채소를 가꾼다. 그 중 이태리 파슬리나 타임, 바질, 코리앤더(고수) 등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특히 엎드리면 코 닿을 곳에 있는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서 강동 농부들은 갑(甲)으로 꼽힌다.

이들 도시농부는 강동구의 정체성을 누구보다 잘 드러낸다. 서울의 어떤 지역보다 자연에 가까운 모습을 간직한 곳이 바로 강동구다. 이곳 농부들의 경쟁력은 이같은 지역적 특성에서 나온다.
 

○서울의 허파, 녹지율 48.2% 강동구

▲ 지난 10월 어린이 가을걷이 체험행사가 열린 서울 강동구 둔촌동 일자산 자연공원에서 cjdthsus들이 벼 수확을 체험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도시농업 활성화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강동도시농부와 같은 본격적인 시설농가뿐만 아니라 집집마다 옥상이나 하다못해 아파트 베란다에서라도 텃밭을 가꾸는 대도시를 꿈꾼다.

하지만 요즘 아파트는 베란다마저 ‘분양옵션’으로 거실이 되고 만다. 서울의 웬만한 지역에서는 맨땅에서 얻을 수 있는 흙냄새 조차 맡기 어렵다. 강동구는 이런 서울의 허파와 같은 곳이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9월 서울 강동구 상일동 친환경농업 체험교육장에서 열린 개장식에서 농업체험교육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전체 면적 24.58㎢ 중 녹지가 48.2%다. 녹지 비율이 10% 이하인 영등포·양천·중구 등에 비하면 5배의 녹지를 갖고 있다. 높은 녹지 비율은 개발주의자들에게는 악재가 되겠지만 거주민들에게는 최상의 생활여건이 된다.

○낮은 산자락 끼고 도는 자연생태공원

▲ 길동 자연생태공원은 강동구의 자연친화적인 지역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시설로 꼽힌다.
천호대교를 건너면 하남시로 향하는 왕복10차선의 천호대로다. 천호대로 양 옆으로 번듯한 건물이 줄지어 선 것도 잠시, 길동사거리 지나 얼마 못가 야트막한 야산과 초지가 시작된다.

▲ 지난 10월 한국전기안전공사 임직원이 서울 강동구 둔촌동 소재 일자산 잔디광장에서 '제44회 강동그린웨이 걷기대회'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공사 임직원과 강동구 지역주민 약 2500여명이 참여했다.
둔촌동 보훈병원 맞은편에는 134m의 일자산(一字山)이 있다. 얼마 전 썰매장 개장으로 겨울방학을 맞은 인근 어린이들의 신나는 놀이터가 된 곳이다.

▲ 3일 오후 서울 강동구 둔촌동 일자산 영농체험장에서 어린이들이 얼음 썰매를 체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동구는 1월 한달 동안 매주 화, 목요일에 썰매, 팽이치기, 제기차기 등 전통놀이 체험장을 운영한다.
올 겨울 썰매장을 개장한 일자산 자연공원은 지난 2008년 2만5000㎡의 부지에 12억5000만 원을 들여 조성했다. 산책로와 배드민턴장, 체육관, X-Game장, 야외무대 등을 갖추고 있으나 봄부터 가을까지 수시로 열리는 영농체험행사가 명물로 꼽힌다.

모내기철이면 서울 초중고교생들이 옛 논농사를 체험할 수 있다.가을이면 황금빛으로 물든 벼를 수확하고, 직접 탈곡까지 하는 등 서울에서 접하기 어려운 농촌생활을 즐길 수 있다.

겨울을 맞은 요즘은 썰매를 갖고 방문하면 무료로 썰매장을 이용할 수 있다. 또 눈이 많이 온 날은 일자산 잔디광장에서 비닐 포대를 이용한 추억의 눈썰매를 즐길 수 있다.

여기서는 1월 한 달간 매주 화·목요일 오후2시 겨울전통놀이 체험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한다. 숲 체험 리더와 함께 연날리기 등 겨울철 전통놀이와 식물들의 겨울나기를 관찰해보는 초등생 대상 프로그램이다.

일자산 자연공원은 근처에 있는 길동생태공원, 생태문화센터, 허브공원 등과 연계, 아이들에게는 도시에서 접할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고 어른들은 옛 향수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된다. 강동구는 이곳에 강동그린웨이 가족캠프장을 만들어 시민들의 휴식을 돕고 있다.

○7000년 전 살았던 주민이 우리 조상일까?

▲ 서울 강동구 암사동 선사체험마을에서 여름방학 기간 중 열린 '원시체험' 1박 2일 캠프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신석기 시대 부족생활을 체험하고 있다.
암사동선사주거지는 올림픽대로 아래 길게 이어져있다. 일제강점기였던 1925년 대홍수로 한강변이 쓸려나가면서 신석기 시대의 유물이 무더기로 출토된 곳이다.

당시 대홍수로 송파구에 있는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들 백제 토성은 기원 1세기 전후에 쌓은 것으로 암사동선사유적과는 5000년의 시차를 보인다.

이후 1967년과 1971~1975년, 1984년, 1998년까지 재발굴 조사를 진행했다. 암사동유적지로 개관한 때는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이었다.

1997년 무주에서 열린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 당시 이곳에서 성화를 채화하기도 했다. 한반도가 기원전 5000년의 역사를 가졌다는 사실을 세계에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암사동선사주거지에서 발굴된 유물은 빗살무늬 토기가 대표적이다. 신서기시대부터 인근 한강에서 어로생활을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그물추와 돌화살촉, 반달 돌칼 등 수많은 마제석기도 함께 발굴했다.

현재 선사주거지는 제1, 2 전시관을 중심으로 10여동의 움집, 수렵체험장, 어로체험장, 선서체험교실, 발굴체험장 등이 조성돼 있다.

이 가운데 입장이 가능한 체험움집은 옷을 입고 있는 네 명의 가족이 가운데 화덕에 불을 피우고 있으며 한쪽에는 빗살무늬토기에 곡식을 담아 놓고, 위로는 고기를 잡을 때 쓰는 그물을 걸어 놓고 있는 풍경을 꾸며두었다.제1,2 전시관은 신석기시대 전반에 관한 내용을 비롯해 이곳에서 발굴된 집 자리 터 모형을 만들어 보여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시내용이 조금 어려운 감이 있었으나 최근 전시내용을 쉽게, 또 친근한 디자인으로 바꾸어 아이들뿐만 아니라 역사에 부담을 가지고 있는 어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겨울을 제외한 계절에는 주말마다 야외에서 미니 움집 만들기 체험을 진행해 살아있는 역사교육 장소로 손꼽힌다.

○120가지 허브 향 가득한 도시의 쉼터

▲ 강동구 관내의 한강공원은 잠실대교 하류와 달리 수자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자연환경이 비교적 잘 보존되고 있다. 한강 암사공원 억새밭에서 건너편 구리시 쪽을 바라본 모습.
일자산 자연공원과 연결된 일자산허브천문공원도 가볼만 하다.
일자산 기슭에 조성한  ‘색의 정원·감촉의 정원·향기의 정원·차의 정원·맛의 정원’ 등 5가지 허브원과 자생원, 약초원, 암석원, 온실, 관천대(觀天臺), 전망데크, 놀이터, 산책로 등을 조성했다. 120여 종의 허브 3만 2448본을 비롯해 약용식물과 자생식물 47종 9138본을 심었다. 

세계 각지의 허브를 총집합, 요리에 관심있는 시민들에게 인기 높은 공원이다. 5월부터 해설사와 함께 허브 이름을 알아보는 안내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공원바닥에는 282개의 조명을 설치해 쌍둥이자리·사자자리 등의 별자리를 연출하고, 빛의 색이 수시로 변하게 만들었다.

일자산에서 멀지 않은 길동자연생태공원은 서울시가 ‘공원녹지확충 5개년계획’의 일환으로 조성, 1998년 12월 14일 준공했다.

총 면적 8만683㎡에 수목 64종 3만1846그루, 야생 초화류 138종 18만8357포기가 자라고 있다. 하루 입장객 수는 200명으로 제한, 수목과 초본류의 서식환경을 보호한다. 그만큼 생태가 자연 그대로 본존돼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이용지역은 자유관찰지역과 제한관찰지역으로 나뉜다. 자유관찰지역은 생물서식처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다수의 인원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고, 제한관찰지역은 인간의 활동이 생물서식에 영향을 끼치는 지역으로 인솔자가 동행해야 이용할 수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길동자연생태공원이 활짝 피어나는 기간이다. 참나리, 패랭이 등 야생 초본류가 여기저기 피어나고 말잠자리, 호랑나비가 호숫가를 선회한다. 귀여운 물총새와 꼬마물떼새가 이들 곤충을 사냥하고 흰뺨검둥오리 부부가 호수를 누빈다.

조성된지 25년째인 생태공원은 이제 서울에서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생태박물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향락 이미지 벗기 위한 천호동의 재탄생

▲ 천호동 현대백화점과 이마트 뒷골목에 형성된 상권인 천호 로데오 거리. 강동구는 물론, 하남시에서 넘어온 청년층이 주요 고객이다.
강동구가 서울시로 편입된 것은 1963년이다. 이전까지 강동구는 경기도 광주군이었다. 서울 편입 후 처음에는 성동구와 강남구 관할이었다가 1979녀에야 강동구로 분리됐다.

당초 천호동 일대는 섬유제조업체가 밀집한 공업지대였으나 지금은 대부분 상업시설과 주택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3차 산업도시가 됐다. 강동구는 아직 서울의 다른 지역보다 덜 알려져 있다. 강동구에서 가장 번화한 곳으로 꼽히는 길동도 다른 자치구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낯선 동네다.

강동구를 유명하게 한 것은 유감스럽게도 천호동 텍사스라고 부르던 집창촌이었다. 천호동 텍사스는 중부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경기도는 물론, 멀리 충청도와 전라도의 땅부자들이 ‘원정’ 나오는 유흥가로 떠들썩하기도 했다. 당시 천호동은 1991년 부도로 사라진 목산백화점(지금의 천호동 현대백화점 자리)을 중심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목산백화점 뒤편에 있던 집창촌은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과 지속적인 단속으로 청량리, 용산, 영등포 등의 유사 업종과 함께 크게 쇠락했다. 아직 천호동 로데오 뒤쪽에는 일부 성매매업소가 남아있으나 뉴타운 개발과 함께 완전히 사라질 전망이다.

지난 3일 서울시는 그동안 진행해 온 뉴타운·재개발 지역 중 실태조사 우선실시 8개 구역 중 7개 구역이 사업 해제를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뉴타운 사업 계속 추진을 결정한 1곳은 다름 아닌 천호동 362-67 일대다.

이곳은 아직 일부 집창촌이 남아있는 지역으로 뉴타운 개발을 통해 ‘천호동’이 상징하는 부정적 이미지를 지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지역 주민들은 서울의 어느 지역보다 뉴타운 개발 욕구가 높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천호동은 로데오 거리가 만들어지는 등 양지로 나왔지만 다른 지역 로데오 거리에 비해 낙후됐다는 평을 들어왔다. 이른바 ‘물’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천호동 로데오 거리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인근 하남시 등에서 원정 나온 젊은 층이라는 서울내기들의 ‘깔봄’도 있다. 천호동 상인들은 뉴타운 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이러한 부정적인 시선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재개발 돈방석보다 좋은 울창한 수목

▲ 지난해 11월 서울 강동구 서울시립강동노인종합복지관(관장 장천식)은 '따뜻한 바자회'가 지하철 5호선 고덕역 광장에서 지역주민 5,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다. (사진=서울시립강동노인종합복지관 제공)
천호대로에서 하남 쪽으로 가다 길동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깊숙이 들어가면 명일동이 나온다. 명일동은 고려 성종 11년(994 이곳에 공용으로 출장하는 관리들의 숙박소인 명일원(明逸院)을 두었다는 사실에서 만든 이름이다. 명일동은 때문에 한때 ‘원터골’이라고도 불렀다.

▲ 강동구 고덕동과 강일동은 많은 도시농업 농가들이 각종 허브 등 고수익 시설작물을 재배,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또 천호동은 옛날부터 이곳이 인가 수 천 호가 살만한 지역이 된다는 풍수지리설에 따라 1963년 서울로 편입된 뒤 붙인 이름이다.

이밖에 둔촌동 또한 고려 말 이곳에 은거했던 이집(李集)의 호 둔촌(遁村)에서 유래했다. 고덕동은 고려 말 형조참의를 지낸 이양중(李養中)이 조선 건국을 반대, 이곳에 와서 숨어 살면서 굳은 절개를 지켜 주위로부터 덕이 높은 인물로 추앙받았다는 유래를 갖고 있다.

이와 같이 강동구의 각 지역은 오래된 지명유래를 갖고 있으면서도 유적지 외에는 이렇다 할 역사적 유물은 찾을 수 없는 곳이다. 이는 뒤늦게 서울에 편입된 뒤에도 1979년에 이르러서야 온전한 자치구가 됐다는 짧은 역사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강동구의 주민들은 토박이보다 대부분 외지에서 서울로 들어온 인구가 많은 편이다. 따라서 언제든 다른 지역으로 떠날 확률이 높은 주민이 많았지만 최근 뛰어난 자연환경과 교통시설로 정주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서울의 최대 재개발 구역으로 꼽히는 둔촌주공아파트의 경우 전국 어느 아파트단지보다 뛰어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1980년 입주를 시작한 둔촌주공아파트는 최고 10층짜리의 25개 동에 1480세대가 어깨를 부비며 살고 있다. 단지 전체는 수십년 수령의 나무로 뒤덮였고 위쪽으로 올라가면 서울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목가적 풍경이 펼쳐진다.

하지만 둔촌주공아파트도 최근 개개발을 둘러싸고 종 상향에 대한 조합 측과 입주자 측의 입장이 엇갈려 갈등을 빚고 있다. 재개발을 통한 돈방석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고덕동 고덕시영아파트와 상일동 고덕주공아파트 등도 재개발 열풍에 휘말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부동산 돈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재개발 과정에서 아름드리 나무들을 어떻게 보존할 수 있을 지도 지켜볼 일이다. 

○해공 신익희

 

▲ 천호동 지하철 5호선 강동역 3번 출구 앞에 있는 해공 신익희 선생의 동상. 신익희 선생은 1919년 3·1 운동을 주도한 뒤 상해로 망명 임시정부 내무부장으로 활동하다 광복 후 국민대를 설립했다, 1956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이승만 전 대통령과 맞섰으나 같은해 5월 호남 유세를 위해 열차 여행 중 뇌일혈로 운명했다

 

○광진교

▲ 지난 2009년 개통한 서울 광진교 걷고 싶은 다리 조성사업으로 4개 차로 중 2개 차로를 줄여 보행로 폭을 10m로 확대해 다리 위로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 휴식공간 등을 마련했다. 광진교 하부 UFO형상의 전망쉼터에는 연주회장과 미술 전시를 할 수 있는 갤러리가 마련돼 있다. 또 바닥이 투명 강화유리로 되어 있어 발 아래로 한강을 구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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