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 속의 비범한 아름다움, 보자기 전
평범함 속의 비범한 아름다움, 보자기 전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3.01.11 17: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사동 예화랑, 원로화가 김종학 소장품 전시 ‘보자기, 미학의 기하학’
▲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보자기, 미학의 기하학’전에 선보인 김종학 화백의 소장품.

원로화가 김종학(76)이 소장한 보자기가 세상에 수줍은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에서 8일부터 열리고 있는 ‘보자기, 미학의 기하학’ 전이다. 보자기는 가방이 없었던 우리나라 여성들의 필수품이었다. 물건을 덮거나 싸서 보관하기 위해 만든 크고 작은 천이다.

보자기는 펴고 접을 때마다 그 크기가 달라져 사용할 때는 넓게 펼쳐 물건을 담을 수 있고, 보관할 때는 작게 접어 부피를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자투리 천을 꼼꼼하게 기워 만든 보자기는 미학적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하다못해 옛날 밥상을 차린 뒤 덮어놓은 시골 농가의 보자기 하나에도 순연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곤 했다.

보자기에는 또 복을 싸 둔다는 기복 신앙적 요소도 배어 있다. 한자로 ‘보(褓)’라고 표기하거나 ‘복’이라고 한 까닭에 이와 발음이 유사한 ‘복(福)’과 뜻이 통한다.

수를 놓거나 작은 천 조각을 하나하나 이어 붙이면서 정성을 들여 만든 보자기에 물건을 싸 두는 것은 복을 싸 둔다는 뜻이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보자기는 김 화백이 50여 년 간 수집한 보자기 150점 가운데 보관상태가 좋고 미술적 가치가 있는 것들을 추렸다.

백운아 예화랑 기획실장은 “보자기는 당시에는 어떤 기능성으로 제작했지만, 지금은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되고 있다”며 “이번에 나온 보자기들은 100년 가까이 됐다”고 소개했다.

가격대는 최상급이 1000만원 에 가깝다. 하지만 판매용은 아니다.
전시장에 설치한 보자기는 본래의 기능을 충실하게 재현했다. 물건을 담은 입체 상태로 설치해 생생한 아름다움을 부각했다.

시인 김춘수(1922~2004)도 보자기의 미학을 칭송했다.
‘독특한 문화유산 우리의 보자기에는 몬드리안이 있고 폴 클레도 있다. 현대적 조형감각을 유럽을 훨씬 앞질러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서 그 표정은 그지없이 담담하다. 마치 잘 갠 우리의 가을 하늘처럼 신선하다.

거기에는 기하학적 구도와 선이 있고 콜라주 기법이 있다. 아름다움을 한결 따뜻하게 하고 한결 가깝게 느끼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이런 것이 바로 우리 배달겨레가 간직한 겨레의 슬기가 아니었던가?’
전시는 23일까지.(542-5543)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