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중문화 산책
서울, 대중문화 산책
  • 이영주 한국예술연구소 책임연구원
  • 승인 2013.01.18 13: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여진, 그냥 웃자 그리고 대안적인 무대를 창조하라!

미디어나 예술, 문화의 영역에서 활동하며 대중들을 만나는 유형의 사람들은 정치적일까? 비정치적일까? 또 시인, 소설가, 작가, 배우, 개그맨, 아나운서, 기자, 방송 진행자 등등 수많은 사람들을 선택해서 무대에 올리는 ‘보이지 않는 손’들은 정치적일까? 비정치적일까?

모든 사람들은 정치적이다. 모든 사람들은 특정한 견해를 가질 수밖에 없고, 생각과 견해의 차이는 지향하는 가치의 차이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모든 사람들은 특정한 가치를 지향하는 ‘정치성’을 갖는다.

어떤 정당이나 집단을 지지하고 이들을 위해 활동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모든 개인의 정치성에서 기인한다. 시인, 소설가, 작가, 배우, 개그맨, 아나운서, 기자, 방송 진행자 등등의 언론문화예술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글과 말, 취재 및 보도․작품 등을 통해 항상 ‘정치’적 의미들을 창조한다.

지금 소위 공영방송이라고 말하는 MBC와 KBS가 뉴스 프로그램들도 끊임없이 선택되고 가공된 것들이며, 이 선택과 가공 자체부터가 ‘정치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광고주들의 광고마저 그 안에는 기업에 대한, 상품에 대한, 사람에 대한, 사회에 대한, 국가에 대한 다양한 의미들을 담고 있고 이것들은 항상 ‘정치적’이다.

그러니 누군가가 정치적이라고 말하면서 이를 비난한다면 가볍게 웃어주면 될 일이다. 그럼 당신은 ‘비정치적인 존재입니까?’라고 되물으면 될 일이다. 이 질문을 이해하면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다.

배우 김여진 씨의 트위터 발언을 둘러싼 최근의 꼴사나운 논란도 그냥 웃어넘기면 된다. 김 씨의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아니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갑자기 이것  저것 다 끄집어 들여 논란을 확산시키는 것도 모자라, 연기력 따져가며 명예훼손을 일삼는 사람들은 그냥 대화가 불가능한 사람이라고 웃어주면 된다.

스스로 정치를 행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정치적’이라고 몰아붙이는 것. 스스로 객관적 사실들을 소홀히 다루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사실’과 ‘팩트’ 운운하며 몰아붙이는 것. 자신의 사적인 적개심과 증오를 공적인 것으로 포장하면서 마치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 이러한 사람들과는 대화가 불가능한 것이니 그냥 침묵하라.

배우 김여진. 그녀에게 필요한 일은 질 떨어지는 논란에 휘말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침묵하며, 대화의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아닐까.

어차피 언론문화예술계의 권력망은 지금 그녀를 감금시키고 싶어하는 ‘그 사람들’을 중심으로 형성될 것이다. 이 권력에 대해 맞서는 것도 의미 있겠지만, 저항의 책임감을 모두 짊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왜냐하면 궁극적인 저항은 바로 ‘사람들’로부터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김여진을 향해 저주에 가까운 말을 내뱉은 사람들도 언젠가는 ‘옳고 그름’, ‘진실과 거짓’, ‘참말’과 ‘사기말’을 알게 될 순간들이 올 것이다. 그 순간은 말과 논쟁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구체적인 삶을 통해서 확인될 것이다. 그 시간은 아주 오래 걸릴 수도 있고, 순식간에 올 수도 있다.

그녀를 거부하거나 짓누르려는 사람들에게 가벼운 웃음을 선물하며, 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더 자유로운 방식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대안적인 무대들을 만들어나가길 기대한다.

그 무대 앞에서 그녀를 지켜봐 줄 친구들이 많지 않은가. 그리고 혹시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트위터가 아닌 ‘수첩’과 ‘일기’에 기록하는 것이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