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된 선택형 수능, 학생만 혼란
준비 안된 선택형 수능, 학생만 혼란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3.01.1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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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 174개교 중 108개교 심화영어회화 개설 못해
▲ 서울의 대다수 고등학교가 올해 적용하는 수능 개편안의 출제 범위에 드는 과목 개설을 하지 않고 있어 학생들의 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해 수능 모의시험을 치르는 모습.

서울의 고등학교 10곳 중 6곳이 올해 치러지는 선택형 수능 개편안의 출제 범위에 해당하는 과목을 개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학생의 선택권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도입한 수능 개편안이 오히려 학생의 사교육 의존도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입시업체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는 지난해 11월 서울 일반계 고교 174개교의 교육과정을 분석한 결과 62.1%(108개교)가 수능 영어 B형의 출제 범위인 ‘심화영어회화’ 과목을 가르치지 않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심화영어회화를 개설한 나머지 학교들도 상당수가 고등학교 3학년 2학기에 수업을 편성해 사실상 수능 대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 영어 A형의 경우 고교 과정의 ‘영어’, ‘영어I’, B형은 ‘영어Ⅱ’, ‘영어 독해와 작문’, ‘심화영어회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소재와 자료를 활용해 출제 범위를 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선택형 수능의 난이도는 종전 단일형 수능과 같지만 출제 범위는 다르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영어는 한 학기에 한 과목만 편성해야 하는 2009 교육과정에 따르면 영어 B형을 택하는 학생들은 출제 범위 중 일부를 학교 수업에서 듣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의 대학 대부분은 영어 B형만 반영하거나 B형에 가산점을 주겠다고 밝혔다.
결국 올해 고3이 되는 수험생 중 상당수가 시험범위조차 다 배우지 못한 상황에서 수능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영어뿐만 아니라 국어에 대한 고등학교의 대응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능 국어 역시 각각 A형과 B형의 출제 범위인 화법, 작문I과 Ⅱ를 개설하지 않은 학교가 23곳이었으며, 독서와 문법II, 화법과 작문II 를 가르치지 않는 학교는 22곳이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시도 교육청과의 협의를 통해 오는 1학기 기준 수능 국어와 영어 A·B형의 출제 범위에 해당되는 과목을 86~98%까지 편성할 계획”이라며 “3학년이 1학급 정도로 학생 수가 적어 별도 교육과정을 편성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방과후 학교 등을 통해 해당 과목을 모두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의 8개 대학은 지난 10일 올해 수능의 A, B형 도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으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교과부 방침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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