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소리- ④
세상의 모든 소리- ④
  • 다율(多律) (재)월드뮤직센터 이사장
  • 승인 2013.01.18 17: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삶에 감사하며’ 안데스인디오의 들꽃같은 삶
▲ 메르세데스 소사.(왼쪽) 라틴 아메리카 인디오의 삶의 모습.

‘삶에 감사하며’ 안데스인디오의 들꽃같은 삶

내게 그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내게 웃음과 눈물을 주어
슬픔과 행복을 구별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 슬픔과 행복은 내 노래와
당신들의 노래를 이루었습니다.
이 노래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것은 우리들 모두의 노래입니다.
모든 노래가 그러하듯,
내게 그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합니다.

'삶에 감사하며 (gracias a la vida)'의 마지막 부분이다.
요즘 너무 쉽게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것을 보며 다시 한번 4년 전 작고한 영원한 프리나 돈나 <메르세데스 소사>의 이 노래를 듣게 된다.

400년 이상을 식민지 상태에서 노예생활을 해 온 라틴아메리카 인디오의 애환을 설득력 있는 개성적인 목소리로 대변해온 소사는 우리 시대의 으뜸가는 디바임이 분명하다.

소사는 20세기의 세계음악에서 커다란 발자국을 남긴 존재이다. 그녀의 독특한 음색과 음악성은 물론이지만 소사의 노래에는 아르헨티나 현대사를 포함한 인간의 역사, 라틴아메리카의 독특한 민중사와 그들의 나라, 고유의 언어를 포함한 모두가 녹아있는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소사의 삶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이다. 남미의 유럽이라고 불리던 아르헨티나 국적이지만, 탱고로 상징되는 도시 문화나 가우초의 목축문화도 아닌 전통인디오의 삶에 기초한 북부 고원의 외딴 마을 뚜꾸만에서 태어난 그녀는, 인디오와 유럽인의 피가 섞인 혼혈로, 모습은 전형적인 인디오의 그것이지만 그녀의 친언니는 전형적인 유럽형의 금발미녀이다.

소사의 인생은 그자체로 한편의 현대사이다. 40년의 음악인생에는 군부독재와의 끝없는 투쟁, 망명, 그 후에는 그녀의 건강과의 끝없는 대립이 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15세기 이후에 인류사에서 유례없는 핍박을 받아온 라틴아메리카 원주민의 삶과 문화는 우리와는 지구 반대편의 가장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가슴에 공명을 주는 요소가 적지 않다.

그들은 전통적인 음악문화를 유지하고 있었고 그들의 노래(칸씨온 cancion)는 그들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부화되어서 <새로운 노래(nueva cancion)>라는 형태로 식민지 지배와 이어지는 독재체제에 항거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되었다.

메르세데스소사는 누에바 칸씨온에 속하면서도 뛰어난 음악성과 다양한 레파토리로 민중가요의 한계를 벗어난 예술성을 갖춘 대중음악의 한 전형을 보여 주었다.

아르헨티나는 많은 영웅들(히어로와 히로인)을 배출하였는데 그들의 대부분이 인디오의 고단한 삶에 뿌리를 두고 있다.

체 게바라는 의사 출신이었지만 쿠바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등에서 게릴라 활동을 하면서 20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고, 아따후알파유팡키도 메르세데스 소사의 출생지 인근의 아르헨티나 북서부에서 태어나 안데스문화의 전통 아래 민중의 삶을 탁월하게 표현한 음유시인으로 그가 작곡한 대부분의 곡들이 라틴아메리카 음악의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기타는 총, 노래는 총알’

<삶에 감사하며>는 유팡키와 쌍벽을 이루는 비운의 작곡가 비오레따?파라가 작곡한 곡이다. 칠레 출신의 파라는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는데 이 곡은 소사뿐 아니라  존바에즈, 나나무스꾸리 등 많은 대중가요 가수들도 즐겨 불렀던 명실상부한 명곡이다.

이 곡의 뿌리인 누에바 칸씨온을 더 듣고 싶은 분은 아따후알파 유팡키의 곡들(그의 음반은 여러 종류가 시중에 나와 있다.), 칠레 출신의 비오레따 파라와 빅토르 하라가 작곡한 곡들을 들어보시기 권한다.

작곡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연주단체인데 인티이이마니(Inti Illimani), 낄라파윤(Quilapayun), 끼만투(Quimantu) 등의 연주가 정평이 있다. 앞의 두 그룹은 1967년 결성되었으니까 벌써 반백년 가까운 세월을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안데스 음악의 부활은 우리나라에서 민속악으로서의 국악을 떠오르게 한다. 누에바 칸씨온의 구호는 '기타는 총, 노래는 총알'이었다. 라틴 아메리카의 예술가로서 역사와 대면하여 그 의무를 다할 수 있기를 기원하는 안데스의 노래꾼들은 이러한 헌신적인 자세로 세계인들을 감동시켰다.

안데스인디오들의 언어는 케츄아어와 아이마라어이다. 누에바 칸씨온은 이들 언어로 되어있다. 그들의 악기는 께나(인디안 플롯), 시쿠(팬파이프), 차랑고(인디안 기타) 등이 유명한데 우리나라 지하철역 등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들 안데스의 여러 나라들 중 아직도 안데스 인디오의 개성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곳은 고원지대인 볼리비아와 페루의 고원지대(쿠스코와 막추피츄 등) 그리고 칠레와 아르헨티나 북부 고원지대 등이다.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고산증과 싸우면서 인디오들과 접촉해야만이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콘도르를 보아야 한다. 엘 콘돌 파샤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면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