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그들의 삶이 선물이었다!
레미제라블, 그들의 삶이 선물이었다!
  • 송송이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혼인강좌 강사
  • 승인 2013.01.25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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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송이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혼인강좌 강사

드디어 영화 ‘레미제라블’을 보았다. 아이들이 늦잠을 자는 토요일 아침을 이용해 8시에 시작하는 조조 영화를 보려고 새벽부터 아이들 먹을 주먹밥을 만들어 놓고 부지런히 뛰었다.

학생이었을 때 뮤지컬를 인상 깊게 본 기억이 있고 노래들이 너무 좋아 음반도 가지고 있었다. 과연 영화는 어떨까 기대가 되었다. 가장 가까운 이들은 많이 울었다고들 했다.

반면 음악에 관심이 그다지 많지 않은 어떤 이들은 너무 길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런 분들은 대부분 나이가 드신 남자 분이었다.)

158분이 흐르고 난 후의 소감은, 너무나 짧고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도저히 자리를 뜰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내 눈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계속 눈물이 흘렀다.

첫 장면부터 압도되었다. 뮤지컬로는 표현하기엔 한계가 있는 장면을 그 수많은 배우들과 감독과 스태프들이 찍었을 걸 생각하니, 숨 막혔다. 노래를 부를 때마다 배우들은 깊은 감정 몰입으로 눈물을 흘리며 불렀다.

뮤지컬로는 워낙 대형 공연이라 일단 너무 멀리서 보게 되기 때문에 배우들 하나하나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는데, 영화는 각각의 배우들의 표정을 다 보여주었다.

장발장은 많은 생명을 구한다. 어린 딸을 살리기 위해 창녀로 전락한 여직공의 생명을 구하고, 그 딸의 생명을 구하고, 마차에 깔린 한 늙은이의 생명을 구하고, 자신을 쫓아다닌 자베르 경감의 생명을 살려주고, 결국 황혼에 얻게 된 딸 코제트의 애인인 혁명가 청년인 마리우스의 생명을 구한다. 모든 순간, 대부분 자신의 삶을 통째로 던져 죽을 각오로 구한다.

자신으로 오인 받은 억울한 이의 재판에 가서도 결국 자신이 도망친 그 죄수라는 자백을 하고 모르는 이의 생명도 구한다.

온전히 사랑받고 용서받은 단 한 번의 기억으로, 그는 자신의 삶을 통째로 던질 각오로 사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누군지 철저히 가리고 수십년의 세월을 살아간다.

진짜 자기가 누구인지, 거울 속의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도 드러낼 수 없는 그 수많은 세월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누군지 알고 있는 걸까?! 우리도 우리 스스로에 대해 솔직하지 못한 채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 게다.

장발장은 삶의 마지막 순간 그래도 이 정도면 '축복받은 삶' 이었다고 감사하며 하늘로 간다.
혁명을 외치며 죽어간 수많은 시민들이 이미 하늘나라에서 사랑의 전사가 되겠다는 노래를 부르며 찬란한 빛 속에 행복하게 웃는 그들의 모습은 ‘참된 사랑과 용서의 길’이 진정한 혁명을 이루는 것이라고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았다.

프랑스 혁명의 무대에서부터 어느 한 구석에 있던 모든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의 삶이 21세기 대한민국에 사는 나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게 하고 내 마음을 흔들고 있다.

빅토르위고라는 거대한 작가로부터 그가 모델로 생각하며 글을 썼을 작가와 동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아름다운 뮤지컬 음악을 만든 작가와 오늘의 이 영화를 만든 감독과 제작자와 수많은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삶이, 참으로 감사하다.

그들의 삶 하나 하나는 이미 나에게 선물이 되었다. 나의 삶도, 우리 각자의 삶도,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것처럼 한 구석에서 쓰러져가는 삶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아마도 후에 누군가에게 선물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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