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남긴 시간의 기록, 그림으로 풀어내다
서울이 남긴 시간의 기록, 그림으로 풀어내다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3.01.25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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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석원의 서울 연가(戀歌)> 서울 사는 시민들에게 따스한 위안을…
▲ 서울에 담긴 추억을 그린 사석원의 <서울연가> 연작 중 ‘종로’.

서울은 기억의 도시다. 1980년대 서울 종로통은 두터운 방석복을 입은 전투경찰이 지배했다.
경찰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 남녀를 무조건 붙잡아 가방을 뒤졌다. 반정부 전단 등을 검색한다는 게 이유였다. 시위가 벌어지는 날이면 ‘사복’들이 나서서 젊은이를 체포해 끌고 가던 시절이었다.

화가 사석원이 당시의 풍경을 그리고 글을 써서 전시하는 ‘사석원의 서울연가’는 그런 서울 풍경을 오롯이 담아낸다.

사석원은 자신의 그림 ‘종로’에 다음과 같은 글을 달았다.

‘느닷없이 베이지색 점퍼를 입은 사복 형사가 내 교련복 목덜미를 움켜잡는 것이다. 순간 반사적으로 뿌리치고 죽기 살기로 뛰었다. 종로1가로 해서 무교동 뒷골목 어느 한적한 다방 안으로 들어가 숨었다. 다행히 거기까지 경찰이 들어오진 않았다. 거기서 한참을 숨어 있는데 레지가 다방 안에 있던 한 아가씨를 데려왔다. 애인처럼 서로 팔짱을 끼고 나가면 괜찮을 것이라며. 그녀는 성균관대에 재학 중인 여대생. 시위를 하다가 나처럼 검거를 피해 다방 안으로 피신한 처지였다. 그렇게 우리는 그곳을 나와 명동까지 갈 수 있었고, 나는 다행히 운행이 재개된 버스를 타고 불광동 집까지 무사히 갈 수 있었다. 우체국 여직원, 다방 레지, 여대생. 종로가 시작되는 그곳을 지나갈 때면 가끔 그때의 고마웠던 여성들이 생각난다.’

▲ <서울연가> 연작 중 늘 손님들로 북적이던 ‘광장시장’.
머리 위에서 터진 사과탄 분말을 뒤집어 쓰고 마침 길 가에 있던 미용실로 뛰어 들어가 물로 씻어낸 뒤 민망한 표정으로 다시 나가던 시절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당시 서울 종로는 이런 풍경이 ‘일상다반사’였다.

사석원은 시장 풍경도 그렸다. 언제나 사람들로 붐비는 광장시장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사석원은 당시 광장시장에서 주워들었던 얘기까지 풀어낸다. 여기다 “앞으로 500년, 1000년의 세월을 견뎌낸 자랑스러운 전통시장을 만들 순 없을까”라는 바램도 붙여 넣는다.

작가가 어린 시절과 청년기를 거쳐 중년이 되기까지, 서울 토박이로서 세월을 보내며 경험한 시간의 흔적을 기록한 ‘사석원의 서울 연가(戀歌)’가 28일까지 롯데갤러리 본점에서 열리고 있다.

이후 2월6일부터 3월5일까지 롯데갤러리 잠실점으로 옮겨 전시한다.
 ‘사석원의 서울 연가(戀歌)’에는 사람을 추억하고 장소를 기억하며 그려나간 작품 40여점과 서울의 옛 이야기를 담고 있다.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내가 성장하며 청춘을 보냈던 서울 곳곳에 대한 회상”이라며 “나의 성장기를 되돌아보는 자서전적인 의미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서울토박이의 잔잔한 서울사랑을 통해 지금 서울이 가진 아름다움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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