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조 운율로 탄생시킨 세익스피어의 ‘템페스트’
3․4조 운율로 탄생시킨 세익스피어의 ‘템페스트’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3.01.25 17: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태석 가락국 배경 연출,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공연
▲ 오태석이 가락국을 배경으로 세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각색, 연출한 무대의 한 한 장면.

세익스피어를 대문호로 일컫는 이유는 그의 작품을 배우들이 연기할 때 대사 하나하나가 아름다운 운율을 이루기 때문이다.‘

하나의 대사가 한 편의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하지만 16세기 중세 영어에 능통하지 않고서는 세익스피어 희곡의 진면목을 느끼기란 불가능하다. 세익스피어 문학의 절반도 채 즐기지 못하는 셈이다.

이러한 한계를 한국적 가락을 통해 일부라도 뛰어넘으려는 시도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오태석이 연출한 ‘템페스트’는 세익스피어의 원작을 토대로 각색한 작품이다.오태석의 ‘템페스트’는 17일부터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다.

세익스피어의 말년 걸작으로 꼽히는 ‘템페스트’는 밀라노 공작이었던 마법사 프로스페로가 나폴리 왕 알론조와 결탁한 동생 안토니오에게 배신당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프로스페로는 어린 딸 미랜더와 함께 외딴 섬에 버려진 뒤 복수를 꿈꾸지만, 자신의 딸과 나폴리 왕의 아들이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모든 것을 용서하고 화해한다.

‘템페스트’ 또한 세익스피어 특유의 아름다운 운율이 가득한 작품이다.  오태석은 이 작품의 무대를 5세기 가야(가락국)와 신라시대 남해안의 작은 섬으로 옮겼다.

프로스페로는 가락국 8대 왕인 질지왕으로 바꿨고, 알론조는 신라 20대 왕인 자비왕, 괴물 에어리얼은 한국 무속신앙의 액막이 인형인 제웅, 캐리반은 머리 둘 달린 쌍두아로 그렸다.

여기다 산대놀이·백중놀이·씻김굿·사물놀이·판소리·만담 등 우리의 전통적 공연양식을 동원해 극을 진행한다. 우리 전통가락인 3·4조와 4·4조의 대사가 운율의 멋을 최대한 살려낸다. 우리의 가락이 세익스피어의 중세 영어 운율을 대신하는 셈이다.

우리 가락의 빠른 북소리와 봉두난발을 한 질지왕(프로스페로),  흰 두루마기 차림의 자비왕(알론조)과 세자(퍼디난드), 신하 겸지(세바스천)와 소지(안토니오) 등은 원작 ‘템페스트’가 가진 배신 당한 왕의 분노와 갈등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여기다 산대놀이에서 빌려온 급박한 춤사위 등은 고전이 갖는 인간의 원형(原型)을 드러내면서 동서양의 경계를 허문다.

세익스피어 애호가라면 꼭 한번 보아야 할 한국형 ‘템페스트’이다.공연시간 1시간 30분, 27일까지.
문의: 745-3966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