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기쁨’ 마포대진유치원 김기정 원장
‘나눔의 기쁨’ 마포대진유치원 김기정 원장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3.02.08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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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졸업한 뒤에도 우유팩 저금통에 동전 모아 찾아와요”
▲ 지난달 30일 마포구 연남동자치센터에 불우이웃돕기 성금 250만 원을 모아 기부한 마포대진유치원 김기정 원장과 7세반 아이들.

예닐곱 살 꼬맹이들은 여럿일 때 더 예쁘다. 집에서 때때로 말도 안 듣고 응석만 부릴 것 같은 아이들도 여럿이 모여 재잘재잘 떠드는 모습을 보면 왈칵 안아주고 싶다.

아이들이 모여 선생님 따라 노래도 부르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익히며 신나게 노는 곳. 서울의 수많은 유치원에서 벌어지는 일상 풍경이다.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마포대진유치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유치원은 매년 특별한 일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마포대진유치원 7세반 아이들은 김기정 원장선생님의 손을 잡고 연남동자치센터를 찾았다.

그리고 원생 전체가 3~4개월 전부터 유치원에서 나눠준 저금통에 푼푼이 모은 돈 250만 원을 연남동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했다.

푼푼이 모은 동전 250만 원 기부

김 원장은 “아이들이 먹고 싶은 거 덜 사먹고 100원, 200원씩 아껴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아이들이 너무 어려 가난한 이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은 오산이다. 마포대진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이 거리 곳곳에 손수레를 끌고 폐지를 모으러 다니는 어르신을 무심코 보지 않도록 가르친다.

그리고 각자 조금씩 아끼면 그런 어려운 분들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을 깨우치게 한다. 그러다보니 이 유치원을 거쳐 간 아이들은 초등학교로 진학해서도 스스로 이웃돕기에 나선다.

김 원장은 “인근 초등학교에 간 아이들이 빈 우유팩 등으로 직접 만든 저금통에 동전을 모아 유치원에 찾아와 맡기기도 한다”며 “이런 아이들은 더 성장해서도 함께 나누며 사는 기쁨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아이들은 자기뿐만 아니라 형이나 누나, 동생까지 이웃사랑에 동참하도록 하는 메신저 역할까지 한다. 작은 나눔이 유치원 울타리를 넘어 가정으로, 이웃으로, 상급학교까지 확산되는 셈이다.

마포대진유치원은 지난 2009년 문을 열 때부터 이러한 성금 모으기를 시작했다. 올해로 벌써 5번째 기부를 진행했다. 연말에 한 번만 진행하는 것도 아니다.

김 원장은 “봄부터 가을까지 2~3번 성금을 모아 대한적십자사와 세계 기아난민 돕기 단체 등에 기부한다”고 했다. 많게는 1년에 4차례, 적어도 3차례는 아이들이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에 나선다는 얘기다.

그 가운데 연말에 모은 성금을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기 위해 연남동자치센터를 찾는다. 결국 마포대진유치원 아이들은 연간 약 1000만 원 정도를 이웃사랑 성금으로 내는 셈이다.

연간 3~4차례 이웃돕기 성금 전달

김 원장은 “적십자사나 기아난민돕기 단체에서는 성금을 낼 때마다 유치원에서 어려운 사람들의 영상자료 등을 보여주며 이웃돕기의 가치를 설명해준다”며 “아이들이 이를 통해 자신보다 어려운 이들에게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해야 할 지 배우게 된다”고 했다.

마포대진유치원의 교과과정은 교육부 등 정부에서 제시한 지침을 그대로 따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일부 유치원 등처럼 별도의 교육비를 받는 과도한 특별활동은 하지 않는다.

김 원장에 따르면 교과 과정 중에서도 인성교육과 바른 생활태도 교육에 가장 큰 비중을 둔다고 한다. 매년 진행하는 이웃돕기 성금 모으기도 이런 인성교육의 일환이다.

현재 마포대진유치원의 원생은 모두 250명. 17명의 선생님 등 30명의 교직원이 아이들을 돌본다. 처음에 특정종교재단에서 운영하는 유치원 아니냐며 경계하던 지역 학부모들의 기우는 일찌감치 사라졌다.

고사리 손으로 들고 온 작은 저금통에 한 푼 두 푼 사랑을 담아 이웃을 돕는 일에 학부모와 가족 전체가 자연스럽게 동참하면서 더 큰 기쁨을 돌려받을 뿐이다.

김 원장은 “아이들이 1년에 3~4 차례 들고 가는 저금통을 가족 모두가 채워가면서 더 따뜻한 세상을 꿈꾸게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며 아이들과 함께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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