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마음의 거울
눈은 마음의 거울
  • 송송이 한국무역협회 연구원
  • 승인 2013.02.08 13: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송송이 한국무역협회 연귀위원·혼인강좌 강사

어느 날 오후, 커다란 현수막이 붙어 있는 건물을 보게 되었다. 현수막에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고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쓰여 있었다.

그 현수막을 보고 옆에 있던 동료가 자신은 저런 현수막을 보면 화가 난다고 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실제로 고맙지도 않으면서 거짓말을 크게 떠드는 것 같다’고 답한다.

나는 그런 현수막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고 그에게 나누어 주었다. 저 현수막을 건 회사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비록 모두가 같은 마음은 아닐지라도 분명히 한 두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이다.

경영층의 방침에 따라 실무자들은 마음도 없이 그저 일을 처리해버린 것일 수도 있고, 고객들이 지갑을 더 열도록 이용하기 위해 한 것일 수도 있지만, 분명히 누군가 진정으로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없다면 힘들게 돈과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저렇게 큰 현수막을 만들어 건물 전면에 매달지는 않았을 것 같다.

같은 사물을 보고도 누군가는 분노하고, 누군가는 감사해 한다. 무엇인가를 보고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난다면, ‘내가 왜 지금 화가 나지? 무엇이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할까?’ 하고 나는 생각해본다.

그러다 보면, 분명히 마음속에 있는 숨겨진 어떤 상처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니 세상의 모든 것은 나를 비추어주는 거울이다.

늦은 밤 남편과 함께 대화를 나누다가 이 현수막 이야기가 나왔다. 남편은 그런 현수막을 보면 현수막이 사무실 창문을 덮고 있어서 그 안에서 답답하게 일할 사람들이 가여워서 화가 난다고 했다.

힘이 없다고, 가진 것이 없다고, 지식이 없다고 무시당하거나 억압당하는 이들에 대해 아파하는 마음 때문에 화가 난다는 것이다.

한편, 창문을 가리지도 않으면서 아름다운 글귀와 그림이 적힌 대형 현수막을 보면 마음이 참 좋다고도 했다. 같은 사물을 보고 화가 나는 것은 같은데, 이유는 또 다르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아픔과 기억으로 사물을 보고, 생각하고, 감정을 가진다. 사물을 보는 시각이 바로 우리 마음을 드러내 주는 것이리라. 사물을 보는 눈이 마음의 거울인 것이다.

‘눈은 마음의 거울’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이런 뜻이 있었으리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어쩌면 이런 뜻도 있을 것 같다. 그러니 같은 말 한 마디도 얼마나 다르게 들릴까?

누군가 내게 화를 냈을 때, 그것이 나에 대한 비난과 억압과 지시로 들려 속상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을 격려하는 고마운 조언이나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는 호소로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건강한 마음은 다른 이의 말과 글과 행동을 고맙게 느끼게 한다.
문득, 사람들이 생각을 하고, 감정을 가지고, 그것을 말로 표현하며 서로의 마음을 알아간다는 것이 무척이나 대단하고 위대하게 느껴진다.

비록 평생을 다 보내도 단 한 사람의 마음도 제대로 알아내기가 어려울 수 있겠지만 모두가 이런 과정을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 힘이 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