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고교 ‘교과교실제’ 부실운영 예산만 낭비
서울 중고교 ‘교과교실제’ 부실운영 예산만 낭비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3.02.0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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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교육청 8개 학교 감사결과 교과교실 활용 44%, 시설 투자만 하고 방치
▲ 서울지역의 많은 학교가 정부가 추진 중인 교과교실제를 예체능 과목 외에는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서울시교육청의 정책감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내 대부분의 중고등학교가 교과교실제 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아 예산 낭비만 초래하고 있다.

교과교실제는 2009년부터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사업으로 학생들에게 다양한 수업선택권을 준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이를 제대로 운영할 경우 자신이 원하는 특정 교과를 원하는 학생들은 해당 교실로 이동해 수업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의 ‘2012년 하반기 교과교실제 운영 실태 정책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지역 학교 8곳을 골라 감사한 결과 전체 예산 74억2650만 원 중 6억7676만 원(9.1%)을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 대상 학교들의 교과교실 활용도는 평균 44.4%에 불과했고, 고교는 37.3%로 더 낮았다. 특히 한 고교는 활용도가 12.0%에 그쳤다.

3개 중학교는 학년별 선택 과목을 1개만 지정해 학생에게 사실상 수업 선택권이 없었고, 고교 5곳은 선택 과목이 교과교실제 운영 이전과 같아 제도 도입의 의미를 살리지 못했다.

서울의 ㄷ고등학교는 교과교실 예산 5억500만 원 중 6714만 원(13.2%)을 목적 외 용도에 사용했다. 이 학교는 교과교실 예산으로 226만 원짜리 태블릿 컴퓨터 10대를 산 뒤 이 가운데 5대를 교과교실에서 수업을 하지 않는 교사들에게 나눠줘 사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또  2157만 원을 들여 설치한 출석관리 시스템은 시교육청의 전산시스템이 바뀌는 바람에 1년4개월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이밖에 무선인터넷시스템 설치에 708만 원을 사용했으나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결과 보고서는 이에 대해 ‘기자재 구입비와 강사비로 예산을 75% 사용해 정작 교육활동비로는 9.2%만 집행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교과교실제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도 부정적이었다. 이 학교에서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과교실제로 인한 변화가 긍정적인가’라는 물음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한 학생이 45.6%(26명)으로 절반에 육박한 반면, ‘만족한다’는 학생은 57명중 7.0%(4명)에 불과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은 보고서를 통해 중앙통제형 교육 과정과 입시 경쟁이라는 ‘알맹이’를 바꾸지 않고 교실 환경 변화라는 ‘껍데기’만 바꿨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학교와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교육 과정을 짜고 평가하는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학생들에게 교과 선택권을 주는 건 애초부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는 현재 전국 2050개교에서 교과교실제 사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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