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 갔었어?
아빠! 어디 갔었어?
  • 김원진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3학년
  • 승인 2013.02.22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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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0%다.
방송 6회 만에 시청률이 10%를 넘어섰다.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던 MBC 일요일 예능이 살아났다.

요새 어딜 가도 <아빠, 어디가>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준이, 준수로 시작해서 후로 정점을 찍는다. 이러다 출산율이 오르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꾸밈없는 아이들의 모습이 ‘리얼’과 ‘진정성’을 예능의 미덕으로 생각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도 (윤)후 같은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단꿈에 젖기도 한다.

방송이 끝나면 언제나 그렇듯 포털사이트에는 방송화면 캡처가 딸린 무수히 많은 연예 뉴스가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물론 알맹이는 없다. 방송분을 요약해줄 뿐이다. <아빠, 어디가>는 인기만큼이나 댓글도, 추천수도 다른 기사를 압도한다. 댓글이 여론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아빠, 어디가> 관련 기사에 달리는 댓글은 대체로 선플이다. 여느 댓글과 다르게 독하지 않다. 사랑스럽다. 일주일을 어떻게 기다리느냐. 내가 준이 때문에 죽겠다.

어쩜 그렇게 예의가 바르냐. 여기까지면 좋으련만 훈계조의 댓글도 많다. 가령, 역시 아이는 엄마가 집에서 키워야 한다라든지 아무리 피곤해도 아빠들은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라는 댓글들.

이런 댓글에 수많은 누리꾼들은 절대 동의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사랑이 부족하면 결핍으로 이어지고 결핍은 곧 아이의 상처가 된다.

여기까진 상식이다. <아빠, 어디가>의 성동일처럼 원래 성격이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동전문가는 이런 부류의 사람에게 “아이에게 먼저 다가가고 사랑을 표현해 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우리의 아빠는, 혹은 우리의 엄마는 정말 자기의 자식을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일까.

이번엔 직장인의 생활과 바둑을 비유하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화제의 웹툰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와 그 동료들을 떠올려 보자. <미생>은 한국 사회의 직장과 ‘일’을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무조건 까고 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다만 비정규직 문제나 과도한 노동시간, 여성의 노동 등에 대해 이야기할 땐 분명한 관점을 취한다.

특히 장그래의 직장상사인 선 차장은 모순을 드러내는 가장 전형적인 인물이다. 위키백과사전은 선 차장을 ‘여자로서 차장까지 오른 인물로 그에 걸맞게 강단이 매우 세다.맞벌이 부부라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있다’고 서술한다.

장그래의 직속상사인 오상식 팀장의 눈은 항상 충혈돼 있다. 작가는 다소 섬뜩하게 눈의 흰자를 빨갛게 처리해버린다. 업무에 찌든 이 땅 위에서 생활하는 직장인의 전형이다.

부모는 아이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사랑으로 키워야 한다는 당위는 당위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사회는 부모를 모두 일터에 보내고 보육문제는 얼버무린다.

주 40시간 노동은 이상향에 가깝다. 개인의 성격 문제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기보다 사회 분위기와 관습 그리고 제도가 부모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들에게 가정교육을 잘하라,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라는 요구는 공허하다. 예외는 있지만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뻐한다는데 어느 부모가 자식과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을까? 결국, 요구의 타깃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되어야 한다. 노동시간, 여성노동과 같은 노동환경, 보육에 대한 요구가 우선이다.

다시 <아빠, 어디가>로 돌아와 보자. 지난 6회분에서 후는 아빠 윤민수에게 반복해서 질문을 던졌다. “아빠는 후를 싫어하지?” 그토록 아빠와 친밀해보였던 후에게도 상처가 있었다.

후의 표현에 따르면 자신이 빵살(?)이었을 때 아빠는 집을 자주 비웠고, 집에서 잠을 자지 않았다.

아빠는 바빴기 때문이지만 후는 안 놀아주는 아빠가 자기를 싫어한다고 오해 아닌 오해를 하고 있었다. 이게 후네 가족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다.

아이의 질문이 “(예전에) 아빤 어디 갔었어?”가 아니라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아빠! 어디가”인 사회.
아직까진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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