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창의교육, 사교육 열풍 조장 우려
박근혜 정부 창의교육, 사교육 열풍 조장 우려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3.03.02 1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교육 한계 극복 밑그림만, 구체적 범위·프로그램은 아직 없어
▲ 1월 15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앞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선행교육 금지법 제정 관련 인수위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뉴시스]

박근혜 정부가 교육 국정과제로 내놓은 ‘창의교육’이 사교육 열풍만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대학입시 위주의 줄 세우기 교육에서 탈피해 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을 접목해 교과간의 경계를 허무는 통합 창의교육방식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벌과 스펙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사회에서는 개인의 꿈과 끼가 클 수 없다며 우리 사회를 학벌 위주에서 능력 위주로 바꿔가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일선 초중고 등 공교육 현장에서 이같은 창의교육을 진행할만한 자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일선 교육청의 정책도 창의교육에 걸맞는 콘텐츠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문용린 교육감이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를 11개 중학교에서 시범 운영하기로 했으나 2015학년도 고입 전형에 중1 내신성적을 반영한다고 밝히는 등 정책의 혼선을 보이고 있다.

고입전형에 중1 내신을 반영할 경우 자유학기제의 일환으로 마련한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를 시행한 학교는 내신 자료를 갖추지 못하게 된다. 또 창의교육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초등 1, 2학년과 중학 1학년 수학의 스토리텔링 교재에 대한 교사들의 준비도 충분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스토리텔링 수학교재 활용에 대한 교사연수를 새학기 시작을 한 두달 앞둔 지난 1, 2월 시행했다. 이와 관련, 8년 전부터 스토리텔링 수학교재를 만들기 시작해 지난해 말 출간한 이원영 (주)놀이나무 대표는 “정부의 수학교재 개편은 너무 늦은 감이 있다”며 “또 이를 제대로 활용해 아이들을 가르칠 교사도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교사들로 구성된 ㈔좋은교사운동 측은 “애초에 자유학기제에 대한 분명한 그림도 없었고 실천 의지도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며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1학년의 시험 부담은 그대로 존재하는 가운데 몇 가지 진로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추가하고 다분히 형식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학부모들도 창의교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초등생 자녀를 둔 김모(36·여) 씨는 “자유학기제나 융합 창의교육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적당한 학원을 찾는 학부모들이 많다”며 “결국 창의를 앞세운 사교육만 활개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교육업체들은 초등 고학년의 교과개념과 통합사고력 프로그램을 연계한 상품을 내놓는 공교육보다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결국 정부가 현행 공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나섰으나 구체적인 해법은 내놓지 못해 사교육 시장만 키울 여지만 커진 셈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