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소리-(5) ‘검은 돛배’ 사무치는 그리움
세상의 모든 소리-(5) ‘검은 돛배’ 사무치는 그리움
  • 다율(多律) (재)월드뮤직센터 이사장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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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두는 신세계를 개척하는 대항해시대의 문을 연 포르투갈인들의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는 음악이다.

당신이 탄 검은 돛배는 불빛 속에서 너울거리고
난 이미 떠나기 시작한 뱃전에서 당신이
나에게 팔을 흔드는 것을 보았습니다
해변의 할머니들은 말합니다
당신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포르투갈의 민요라고 볼 수 있는 '파두(Fado)'의 대표곡, ‘검은 돛배’의 한 구절이다. 이베리아 반도는 요즈음 세계경제라는 차원에서는 말썽꾸러기 취급을 받지만 문화적으로는 식민지 개발의 역사를 반성이라도 하듯이 ‘문화의 융합’에 기여하고 있는 곳이다.

아리랑의 기원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듯이 파두의 기원도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유럽의 서남쪽 구석 자리에 위치한 소국 포르투갈은 밀려서라도 대서양 쪽으로 나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그러한 진취성은 여러 세기를 거쳐 탐험과 식민지개척의 역사를 이룩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유럽 나라들이 식민지로 가족이 이주하여 그들의 개척사를 썼던 거와는 달리 스페인과 포르투갈인들은 고국에 가족을 남겨둔 채 남성들만의 개척사를 이루게 된다. 그래서 남아있는 가족과 그들의 남성, 남성들이 현지에서 이룬 새로운 가족, 그들 사이에는 ‘사무치는 그리움’이 교차하는 미묘한 정서(사우다지·Saudade)를 만들게 되었다.

이 ‘사우다지’가 파두의 기본 정서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파두를 ‘바다에 살고 바다에 혼을 바친, 사나이들을 위한 레퀴엠’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사우다지’는 포르투갈인 뿐 아니라 브라질인에게도 절실한 감정인 것이 두 나라의 민요 모두에 ‘사우다지’라는 제목의 표현을 흔히 볼 수 있다.

▲ 파두의 여왕이라고 공인된 포르투갈의 가수 아말리아 호드리게스(Am?lia Rodrigues).
관광 안내서에는 파두가 수도 리스본의 오래된 달동네인 알파마 지구에서 150여년 전에  탄생했다고 적혀 있으나 8세기경에 들어온 이슬람 문화, 그리고 남프랑스의 뚜르바두르(음유시인)의 음유시의 융합문화의 소산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사우다지’는 포르투갈인들의 기본정서로 우울과 고독, 향수, 사무치는 그리움 등의 복합 정서를 의미한다. 포르투갈인들의 자부심은 소위 ‘대발견의 시대’를 열었다는 세계사적 역할에 대한 것이다. 브라질, 앙고라 뿐 아니라 인도, 동남아시아, 중국 등 세계 곳곳에 포르투갈의 흔적은 지금도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 지역에서 대체로 문화적 융합의 흔적을 볼 수 있다.

파두는 남녀 모두가 애창하는 민요인데 최근에는 여성가수들이 더 주목을 받고 있다. 파두의 여왕이라고 공인된 가수는 아말리아 호드리게스(Am?lia Rodrigues)이다. 그녀는 리스본 알파마거리의 선술집에서 불리던 막장 인생들의 한의 노래를 세련된 ‘파두’로 만들어서 세계에 보여주었다.

파두의 남성가수들도 예전부터 전통적인 복장인 검은 망토를 걸치고 노래했지만 호드리게스는 검은 드레스를 입고 절규하듯 ‘사우다지’를 발산했다. 그녀가 1999년 10월 6일 79세로 사망했을 때 포르투갈의 수상이 3일간의 국장을 선포하고 ‘포르투갈의 목소리’라고 칭한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우리나라 판소리가 다른 나라 이들에게 이해가 어렵듯이 파두의 창법도 판소리만큼은 아니지만 ‘현대적’이지 않다. 그러나 그 진정한 맛과 ‘추임새’를 이해하면 그들의 ‘사무치는 그리움’이 내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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