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스 2013년 연중기획-우리가 모르는 서울 살림-(2)
서울타임스 2013년 연중기획-우리가 모르는 서울 살림-(2)
  • 강국진 나람살림연구소 연구위원
  • 승인 2013.03.08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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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타임스는 3월 1일부터 2013년 연중 기획 ‘우리가 모르는 서울 살림’ 집중연재를 시작한다. 오는 8월까지 6개월 동안 진행하는 이번 연중 기획을 통해 서울시의 예산을 집중 분석해 시민들이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예산을 꼼꼼히 짚어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흐름을 알 수 있다. 또 그 흐름의 방향과 질적, 양적 수준을 결정하는 정책 당국자의 의도까지 읽을 수 있다. 바로 우리 손으로 뽑은 서울시장과 25개 자치구 구청장이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투명한 창(窓)이 곧 예산이다.

본지의  ‘우리가 모르는 서울 살림’ 집중연재는 시민들의 시정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시정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가 활성화됨으로써 시민들이 ‘공동체 서울’을 함께 만들어가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 ‘우리가 모르는 서울 살림’은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을 비롯, 손종필·강국진·김상철 연구위원이 집필한다.  <편집자>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사업들은 예외없이 예산을 필요로 한다.
만약 시장 선거에서 어떤 후보가 그럴듯한 공약을 잔뜩 늘어놓으면서 정작 그에 필요한 예산 얘기는 모른 척 한다면 그 후보는 거짓말쟁이 아니면 자질이 부족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아름다운 약속이라도 예산이라는 핵심을 놓친다면 ‘앙꼬 없는 찐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복지냐 성장이냐 따라 예산 방향 결정

어느 분야에 얼마만큼 예산을 배분할 것인지도 시장의 자질과 성향, 철학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징표라고 할 수 있다. 예산배분은 단순한 숫자만 잔뜩 펼쳐놓은 서류덩어리가 아니다. 예산은 ‘정책의 최전선’이자 ‘정치의 최전방’이다. 서울시장이 누구냐에 따라 예산 배정 양상 자체가 천지차이를 보이는 것만 봐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당장 경제성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시장이라면 복지를 희생해서라도 대규모 건설예산을 늘리려 할 것이다. 시민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반대 방향으로 시정을 펼칠 것이다. 같은 복지정책이라도 노인복지를 중시하느냐 저 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느냐 하는 관점 차이도 고스란히 예산을 통해 구현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선 ‘예산 규모=세금 총액’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는 세금수입 말고도 벌금, 재산수입, 공기업매각수입 등 각종 세외수입도 적잖은 몫을 차지한다. 지방자치단체 전체로는32.1조원으로  전체 세입규모 151.1조원(당초예산 기준) 가운데 21.2%를 차지했다.  2012년도 서울시 세외수입 규모만 해도 1조 4276억 원(최종예산 기준)이나 된다.
서울시 세외수입에서도 특히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바로 시유지 관리다. 시유지 관리만 잘해도 서울시 살림살이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국제금융센터(IFC)는 공시지가만 2777억 원이나 되는 시유지를 엉터리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이 서울시민들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라고 할 수 있다.

63빌딩보다 높은 마천루, 입주율 0%
 

▲ 서울국제금융센터
여의도에 위치한 서울국제금융센터는 오피스타워Ⅰ~Ⅲ과 호텔 등 4개 건물과 지하쇼핑몰로 이뤄져 있다. 서울국제금융센터는 시에서 시유지를 임대해주고 미국 금융그룹 AIG가 투자·개발·운영을 맡고 있다. 서울국제금융센터는 당초 이명박 전 시장이 ‘여의도를 동북아 금융허브로 육성하기 위한 랜드마크 빌딩’과 ‘유수의 금융회사 및 다국적 기업 유치’를 명분으로 내걸었다.

서울국제금융센터는 원래 중소기업전시장으로 활용하던 시유지였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투자를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국제입찰 매각하려 했다.

그러나 두 차례 유찰되자 수의계약을 추진했고 AIG가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하자 2003년 6월28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기본의향서와 양해각서는 시와 AIG가 민관합동개발 방식으로 개발하며 시가 지분을 갖는 방식으로 추진하도록 했지만 기본협력계약부터는 임대계약으로 변경됐다.

화려한 명분과 달리 현실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지난해 11월 오피스타워Ⅱ(29층)와 오피스타워Ⅲ(55층)이 문을 연 뒤 서울국제금융센터 전체 공실률은 69.1%나 된다. 오피스타워Ⅱ는 8개 업체(17.3%)에 불과하고, 오피스타워Ⅲ은 현재 입주해 있는 업체가 하나도 없다.

63빌딩보다도 더 높은 284m짜리 건물이 4개월째 유령건물인 셈이다. 서울국제금융센터 사무공간 전체 임대면적은 32만 7297㎡다. 2011년 8월 개장한 오피스타워Ⅰ(32층)이 그나마 30개 업체가 입주해 입주율 99.3%를 차지하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속내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오피스타워Ⅰ에 입주해 있는 30개 업체 중에는 국내 업체는 금융기관 6곳, 금융지원 4곳, 비금융기관이 4곳을 차지한다. 국내 회사 14곳의 임대 면적이 5만 4703㎡나 된다. 특히 6개 층이나 임대해 가장 넓은 면적(2만 8023㎡)을 차지하는 딜로이트는 대부분 안진회계법인이 사용하므로 사실상 국내 금융지원기관으로 분류해야 한다.

반면 외국계 기업은 비금융사 4곳(1만 4524㎡)을 포함하고 있는데다 외국계금융기관들도 4곳을 빼고는 서울에서 이미 사업을 하다가 이전비용 지원과 1년 치 임대료 미납 등 파격적인 입주조건을 보고 입주한 것에 불과하다.

파격적 입주조건 유인효과만 반짝

▲ 서울국제금융센터 양해각서.
서울시로서는 부동산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입주율이 높아지기를 기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나마 오피스타워Ⅰ은 이전비용 지원 등을 통해 여의도나 종로 등지에 있는 기업들을 입주시켰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다다랐다.

온갖 특혜의혹을 무릅쓰고 여의도에 있는 금싸라기 땅을 AIG에 임대해준 서울시로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걸 시정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계약서 자체도 AIG에 유리한데다 곳곳에 독소조항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양해각서부터 시작해 시와 AIG가 맺은 계약서 자체가 영어로만 돼 있다.

서울시는 기본협력계약(2004년 6월 9일), 개별임대계약(2005년 8월 18일), 수정계약(2007년 1월 17일) 등 모든 계약서를 영문으로 체결했다. 계약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영어 사전을 뒤져야만 하는 투자유치과 관계자들도 “우리도 이유를 모르겠다”고 고개를 꺄웃거린다.

결국 투자유치과에선 임시직을 시켜 참고용으로 만든 국문 번역본을 쓰고 있다. 최근 방위사업청이 FX사업을 입찰하는 과정에서 록히드마틴이 국문 입찰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아 결격 사유가 돼 입찰을 연기한 사례에서 보듯 전례가 없는 황당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전 시장은 해외 유명 금융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라고 사업 이유를 내세웠지만 정작 계약서엔 외국 금융기업을 얼마 이상 입주시켜야 한다는 의무조항도 없다. 더구나 AIG는 2016년 이후엔 매각이 가능하고 서울시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동의하도록 한 것도 심각한 특혜 소지가 있다.

이 경우 서울시가 우선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규정도 없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이에 대해 “99년 임대에 계약서도 영어, 의무는 없고 권한만 있다. 딱 영국이 홍콩을 차지하던 역사가 생각난다.”고 꼬집을 정도다.

계약 당시부터 특혜 시비를 불러일으켰던 낮은 토지 임대료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건축공사기간(2006~2010년)은 임대료를 면제하고, 입주를 시작한 이후인 안정화기간(2011~2017년)에도 법정최소임대료(공시지가의 1%)만 받고 나머지 4%는 유예임대료 납부기간(2018~2024년) 이후로 유예한다. 정상운영기간(2025~2089년)은 순운영수익(NOI)의 약 9.12%에 해당하는 지분임대료를 징수하고, 마지막으로 2090년부터 2104년은 부채상환기간이다.

지난해 AIG가 납부한 2011년분 임대료는 공시지가 2777억 원의 1%인 27.8억 원에 불과했다. 
 
“욕먹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공교롭게도 서울국제금융센터 특혜 의혹을 처음 본격적으로 제기한 것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후보였던 박근혜였다. 당시 김재원 대변인은 이명박 시장 시절이던 2005년 서울시가 파격적인 조건으로 AIG에 토지를 제공하고,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게 해줬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다양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2006년 6월 5일 시공사도 선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명박 전임시장과 당시 시장 당선자 오세훈, AIG 관계자등이 참석한 가운데 화려한 기공식을 열었다. 그렇게 10년을 거치며 서울국제금융센터는 완공됐다.

공시지가만 2777억 원인 시유지를 활용해 임대료만 잘 챙겨도 세입으로 들어올 수 백 억 원을 날려버린 대가로 서울시가 얻은 건 무엇일까.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뒤 참모들은 서울국제금융센터 문제를 검토했다. 검토에 참여한 한 서울시 관계자는 “자료를 검토해보니 욕먹는 것 말고는 서울시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은 서울국제금융센터에 대해 보고받고는 ‘매우 나쁜 사업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시에서 서울국제금융센터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반면 AIG로서는 별로 아쉬울 게 없는 상황이다.

지하1~3층에 7만7827㎡를 차지하는 쇼핑몰(IFC몰)이 100% 임대를 완료한데다 임대료가 2011년부터 2017년까지는 공시지가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1조5140억원에 이르는 사업비 회수에는 큰 문제가 없다. 서울국제금융센터 설립 취지를 생각한다면 홍콩에 있던 AIG 아시아태평양본부가 서울국제금융센터에 옮겨오는게 합당했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결국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AIG에서 분사되면서 서울 이주는 사실상 물 건너 가버렸다.

서울국제금융센터와 관련해 논란과 의혹은 많지만 현재까지 불법으로 명확히 드러난 건 하나도 없다. 엄밀히 말해서 서울시가 시유지를 임대해준 것 말고 서울국제금융센터 설립과 운용 과정에서 예산을 투입한 것도 없다. 맥쿼리를 둘러싼 논란에서 자주 등장하는 최소운영수입보장을 AIG에 약속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서울국제금융센터가 예산낭비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시유지 재산수입도 재정수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할때 특혜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낮은 임대료로 인해 발생하는 기회비용 역시 예산낭비다.  시민들을 위해 써야 할 곳간을 자신의 치적을 위해 이용한 결과물인 서울국제금융센터는 이명박식 한건주의가 불러온 ‘밑 빠진 독’ 사례라고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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