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사회를 바라며
공감 사회를 바라며
  • 박 혁 동국대 외래교수·정치학 박사
  • 승인 2013.03.1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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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은 좋은 공직자를 가질 권리가 있다
▲ 박혁 동국대 외래교수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고 새 부대는 새 술을 담기에 적당해야 한다. 새로운 정부를 이끌어갈 새로운 사람들의 면면에 많은 국민들이 관심과 기대를 걸었던 까닭이다.

정부를 구성할 사람들의 능력이나 경력 등을 국민들이 쉽게 가늠할 수는 없다. 그래서 국민들은 신뢰의 근거를 갖고 싶어 한다. 공직자가 지닌 공적 도덕성이 바로 그 신뢰의 근거가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와 청와대를 구성할 것으로 알려진 사람들이 국민들에게 그 신뢰를 주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공직자가 좋은 업무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공직은 하나의 직업이나 경력 그 이상이다. 공직은 국민들의 삶을 책임지는 자리인 만큼 공적인 도덕성을 지녀야 한다. 공적 도덕성이란 국민에게 헌신하고 봉사하려는 마음과 태도를 뜻한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며 대통령이었던 제퍼슨은 공직자가 지녀야 할 공적 도덕성의 핵심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그리고 네 국민을 네 몸보다 더 사랑하라.”

오늘날 민주국가들에서 나타나는 권력의 문제는 폭압적인 전횡이 아니라 부패와 타락이다. 권력의 부패와 타락은 공직자들이 국민보다도 자신을 더 사랑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즉 부패와 타락은 공적 도덕성을 상실한 공직자가 개인이익을 추구할 때 생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세들이 일으킨 문제들을 보면 모두가 자신들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한 경우다. 심지어는 이명박 전 대통령 자신도 내곡동 사저 터 매입과정에서 국고를 유용한 혐의로 고소된 상태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에게서도 보았듯이, 공사의 구분이 없을 때 권력은 부패하고 타락한다.

장관후보자들이 저지른 탈세,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전관예우 등은 그럴 수도 있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권력과 그 권력을 향유하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치명적인 문제인 것이다.

공직자는 공동체를 관리하는 업무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삶은 시민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풀 위로 바람이 불어 풀이 눕거나 흔들리듯, 공직자의 행위 하나하나는 국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공직을 맡는 다는 것은 엄중한 일이다.

논어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한 정치가가 자신의 나라에 도둑이 많은 것을 걱정하여 공자에게 조언을 구하자, 공자가 이렇게 말한다. “진실로 선생께서 욕심을 가지지 않으시면, 비록 상을 준다 하더라도 백성들은 도둑질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공직자도 인간인 이상 끊임없이 권력남용의 유혹을 받는다. 공직자 자신의 부패는 자신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불행이다. 공직자의 부패와 타락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민들이 공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공직자들의 행위가 더 자주 시민들에게 드러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을 자신보다 더 사랑한 공직자에게는 시민들의 존경과 사랑이 전해져야 한다. 청문회와 같은 제도를 시간낭비나 비생산적인 제도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임명청문회 외에 임기 후 평가청문회를 도입하는 것까지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제퍼슨은 이렇게 고백한 적이 있었다. “우리 국민이 공적인 문제에 무관심했다면, 나는 물론이고 국회의원, 판사와 주지사들은 모두 늑대가 되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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