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한강 자연성회복 기본구상’ 곳곳 암초
서울시 ‘한강 자연성회복 기본구상’ 곳곳 암초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3.03.2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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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수중보․낙차공 철거 반대, 이촌․반포 생태경관복원은 용산개발과 충돌

서울시가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초점을 맞춘 ‘한강의 자연성회복 기본구상(한강 구상)’을 20일 발표했다. 시와 한강시민위원회(위원장 김정욱 서울대환경대학원 교수)가 함께 마련한 한강 구상은 생태숲과 습지 등을 조성하는 대신 수중보와 지천 낙차공을 철거하거나 구조를 개선하는 사업을 골자로 한다.

이같은 한강 구상은 과거 한강르네상스 등 개발에 치중해온 한강 정책을 전면 부정하고 자연생태 보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강개발 패러다임 전환에 방점

하지만 수중보 철거와 낙차공 철거 등 구조개선 문제는 찬반이 엇갈려 원할한 추진이 어려울 전망이다. 또 한강 구상에 포함된 이촌·반포권의 경우 강변을 인공구조물로 치장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과 맞물리게 된다.

먼저 수중보와 낙차공 철거는 그동안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던 부분이다.
환경단체는 수중보가 물길을 막아 자연생태계를 훼손하는데다 수질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며 철거를 주장해 왔다. 한강에는 현재 잠실과 신곡 등 2개 수중보가 설치돼 있다.

시는 “현재 수중보와 낙차공의 철거 또는 구조개선 방침이 결정된 것은 아니며 앞으로 두 시설을 어떻게 하는 것이 한강의 자연성 회복에 도움을 줄 것인가를 연내에 연구용역 등을 통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토부는 “수중보를 철거하면 수위 저하로 한강 상류 12개 취수장의 정상운영이 어려우며 취수장 이전에 1조 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생태 복원에 한강의 역사·경관 복원 개념을 더한 ‘통합적인 생태·경관복원 사업’도 본격적인 추진을 앞두고 있는 대단위 개발계획 구역과 중첩된다. 생태·경관복원 사업 권역 증 하나인 이촌, 반포권의 경우 한강변 서부이촌동을 포함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구역과 겹치게 된다.

지난 13일 디폴트 선언으로 파산 위기를 맞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 대해 서울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용산개발 적극 지원하면서 생태복원?

▲ 서울시가 생태·경관복원지구로 제시한 서부이촌동의 한강시민공원 이촌지구(왼쪽)와 용선국제업무지구 조감도. 그림 아래 부분이 서부이촌동 구역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오세훈 전 시장이 한강르네상스와의 연계를 요구하면서 서부이촌동까지 포함하게 됐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서부이촌동 앞 강변도로를 지하화 하고 빌딩 숲과 한강을 직접 연결한다는 마스터 플랜을 마련해두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서울시의 바람대로 정상적으로 조성될 경우 이촌지구는 이번 한강 구상과 다른 인공구조물 위주로 개발할 수밖에 없다. 한강 구상에서 제시하는 ‘겸재 정선이 그린 진경산수화의 수변경관을 자연스럽게 복원’한다는 계획은 실현하기 어렵게 된다.

하지만 서울시로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정상화를 위해 나설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한강 구상에서 이촌, 반포권 중 서부이촌동 지역은 예외로 하는 이중잣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한강 자연성회복 구상은 ▲자연하천 물길복원 ▲생물서식처 복원 ▲역사·경관 복원 ▲한강 숲 조성 ▲생태축 연결 ▲수질개선 ▲지속가능한 하천관리 기준 마련 ▲하천거버넌스 체계의 단계적 구축 둥 8대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추진된다.

‘구조개선 방안 결정된 건 아니다’

시는 이를 위해 앞서 지적한 잠실·신곡수중보와 지천의 낙차공의 개선 방안을 검토한다. 시는 현재 철거나 구조개선 방침이 결정된 것은 아니며 앞으로 연구 용역 등을 통해 한강 자연성 회복에 도움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어류·조류 등 생물서식처 복원한다. 안양천·홍제천 합류부, 여의도샛강·밤섬, 중랑천 합류부, 탄천합류부 4곳을 복원 후보지로 선정해 내년부터 자연호안, 모래톱 형성을 통한 미소생물 서식처 복원, 수변식생대 조성을 하기로 했다.

영양물질의 순환, 먹이사슬 유지 등 생물서식 환경에 중요한 천변습지도 조성한다. 치수안전성이 확보되고 천변습지의 잠재력이 높은 지역 중에서 5곳을 조성 후보지로 선정했으며 올해 옛 물길 분석을 통해 최종 조성대상지를 선정한다.

천변습지 후보지 5곳은 홍제천합류부, 안양천합류부, 노들섬, 중랑천합류부, 탄천합류부다. 시는 또 강서권역, 난지권역, 안양천·홍제천권역, 여의도·밤섬권역, 이촌·반포권역, 중랑천·저자도권역, 탄천·부리도권역, 암서·고덕권역 등 8곳을 ‘통합적인 생태·경관복원 사업’ 후보지로 선정했다.

시는 이 중 올해 4대 선도 사업으로 ‘반포 서래섬 생태·경관거점 복원 시범사업’, ‘탄천 합류부 등 4곳 한강 숲 조성’, ‘보전·이용이 조화를 이룬 관리기준 마련’, ‘한강 하천거버넌스 체계 구축’을 추진한다. 나머지 기본구상에 대한 실행방안도 시민 토론회, 설문조사 등을 통해 올 연말까지 완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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