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부추기는 영재학교, 공교육 평준화 정책 포기
사교육 부추기는 영재학교, 공교육 평준화 정책 포기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3.03.2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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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우열반 나누기, 285개 학교 영재학급도 문제투성이

서울시교육청이 4월까지 서울의 각 지역 영재교육기관에서 2013학년도 영재교육 대상자 1만9143명을 선발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지역교육청, 직속기관, 대학부설 영재교육원 등 다양한 영재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같은 영재교육 대상자 선발이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 영재학교 선발 분야는 수학, 과학, 음악, 국악, 뮤지컬, 미술, 창의예술, 문예창작, 인문사회 등이다.

문제는 이들 분야의 영재로 선발되기 위해 비싼 사설 영재교육업체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영재교육을 내세우는 일부 사설교육업체는 한 달에 최소 수십만 원씩을 받고 수학이나 과학실험 등의 영재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송파구 방이동의 이모 씨는 “강남의 W영재학원 출신들이 영재학교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는 말에 지난달부터 아이를 보내고 있다”며 “막상 아이가 학원에서 배우는 내용을 보니 한 두 학년 앞선 교과를 다루고 있어 선행학습이란 말을 실감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같은 선행학습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도 똑같이 진행된다. 결국 다른 학생보다 1, 2년 앞선 교과를 배우는 것만으로 영재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이같은 영재학교가 대학입시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선행학습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다음달부터 신입생모집에 들어가는 과학영재고의 경우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관계없이 특별전형으로 카이스트(KAIST) 등에 입학할 수 있다. 서울과학고의 경우 지난해 16.5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고 한국과학고와 경기과학고 등 다른 영재학교도 평균 17 대 1에서 20 대 1 등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들 영재학교뿐만 아니라 일부 초중고에 영재학급을 운영, 학내 위화감 조성은 물론 사교육을 유발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영재학급에 대해 영재교육의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재교육 활성화에 기여해 왔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일반 학부모들은 영재학급이 과거 우열반과 다를 바 없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노원구 공릉동의 고교생 학부모 양모 씨는 “영재학급에서 일반 학급과 다른 교과를 진행하는 등 아이들을 차별화하는 것은 평준화를 내세우는 공교육의 입장과 맞지 않는 것 아니냐”며 “더욱이 영재학급은 일반학급에 비해 교육비도 높아 아이들에게 우월감과 열등감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지역에는 285개 초·중·고에서 520개의 영재학급을 개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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