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섭의 세상만사
허영섭의 세상만사
  • 허영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보도·교양분과 특별위원
  • 승인 2013.03.29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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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접대 향응까지 검증해야

▲ 허영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보도·교양분과 특별위원
강원도 원주의 어느 호화별장에서 일어난 성접대 의혹사건에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내로라 하는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그렇지만 비디오 테이프에 담긴 속옷 차림의 화면이 말로 옮기기에는 너무 노골적이기 때문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우리 사회에서 잘나간다고 하는 일부 계층의 인사들끼리 은밀히 어울려 노는 모습이 바로 그런 것일 테지요. 이번 사건이 아니라도 이미 세간에는 대략이나마 알려져 있습니다. 이른바 끗발 있는 기관들과 업자들의 뒷거래 말입니다. 편의를 봐준다며 인허가권을 틀어쥔 공직자들이 업자들과 어울려 룸살롱 드나들고 골프장 출입하는 것이 그렇고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이런 사정이라면 앞으로는 고위 공직자 임명과정에서 성접대를 받은 전력이 있었는지도 반드시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비록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더라도 일단 본인에게 직접 다짐을 받을 필요까지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투기나 병역기피, 전관예우 같은 검증항목 이상으로 개인의 도덕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깊이 따지지 않더라도 인사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너무 실망스럽습니다. 장관 후보자로 거론되는 인사들마다 그동안 감춰졌던 속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위장전입은 거의 기본이고, 다운계약서로 세금을 빼돌리거나 심지어 해외에 거액의 비자금 계좌를 갖고 있는 사람까지 버젓이 공직을 맡겠다며 나서고 있습니다.

문제가 드러나면 뒤늦게 세금을 내거나 사과 몇 마디로 넘어가면 그만입니다.
공직자들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법 감정이 점차 무뎌지고 있는 것은 그런 결과입니다. 이제 위장전입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국무총리 내정자와 경제부총리가 위장전입으로 연달아 낙마했을 만큼 도저히 용납될 수 없었으나 지금은 으레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입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얼굴만 다를 뿐이지 거의 위장전입자들이었으니 군살이 박힌 것이겠지요. 그동안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난 공직자들에 대해 별도의 조치가 취해졌다는 발표조차 전혀 없었다는 점도 이해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지만 지금껏 혐의가 확인된 사람들이 과연 그러한 처분을 받았는지 궁금합니다. 설사 위장전입 사실이 양해되어 장관직을 수행하게 되었더라도 그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마땅한 조치가 따라야 할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부동산 투기나 논문표절 등에 대해서는 아직도 비교적 날카로운 검증이 이뤄지는 편입니다. 국민들의 공분도 여전합니다. 특히 병역기피 문제에 있어서는 거의 일치된 거부감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남북통일이 이루어져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 상태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병역 문제가 완전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장관직을 맡기지 말자는 얘기까지 나오는 마당입니다.

국무총리나 장관이 아니라도 공직자라면 당연히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합니다. 뒷주머니로 제 실속만 차리거나 업자들로부터 질펀하게 접대를 받는 사람들이 나라 살림을 맡게 된다면 국민들이 따라주지 않을 것입니다. 부처 정책을 이끌어갈 수 있는 실력 이상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교묘한 수법으로 재산을 모으거나 세금을 축낸 사람들이 출세를 하는 세상이라면 선량한 국민들의 가슴만 멍들게 할 뿐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우리 사회의 도덕적 불감증이 총체적으로 흐려질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지금은 부동산 투기나 과도한 전관예우에 대해 서로 흥분하면서 펄쩍 뛰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런 사람들만 공직 후보자로 추천된다면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권에서나 법과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마땅치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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