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고 3학년 강현아·신다연·김민주 양
오류고 3학년 강현아·신다연·김민주 양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3.03.29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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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 보도기사 분석하며 언론인 꿈 키웠어요’
▲ 진로탐색 동아리 활동을 하며 지난해 18대 대선에 대한 4개 신문사의 보도성향 분석 결과를 내놓은 구로구 오류고등학교 3학년 언론지망생 강현아·신다연·김민주 양.(왼쪽부터)

강현아·신다연·김민주 양. 이제 막 서울 구로구 오류고 3학년에 올라가는 푸릇한 소녀들이다.

이들은 같은 꿈을 꾸고 있다. 앞으로 기자나 방송PD 등 언론인이 되겠다는 것.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옛 속담이 있다. 이 소녀들은 될성부른 떡잎일까?‘ 일단 이들이 지난 겨울방학 동안 힘을 모아 만들어낸 연구 자료를 보면 떡잎 색깔이 보인다. 겨우내 딱딱하게 말랐던 흙을 뚫고 틔운 연둣빛 새싹을 닮았다.

진로탐색 동아리의 언론 지망 3인방

강양과 신양, 김양은 겨우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기사 299건을 뒤져 지난해 12·19 대선보도 성향을 분석, 자료집을 만들었다.

이들은 “마침 대학 신문방송학과에 대해 알아보던 중 대선이 겹쳐 자연스럽게 여러 신문이 보도경향을 분석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문방송학과를 알아보게 된 까닭은 함께 하는 진로탐색 동아리 ‘오디세이’ 동료들이기 때문이다. ‘오디세이’는 강양 등 3학년생 8명, 2학년 10명으로 구성된 동아리다.

김양은 “지난해 1년 동안 동아리에서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님, 미술치료사, 광고대행사 관계자 등 14명을 초청해 직업세계를 알아보았다”며 “이 가운데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님으로부터 선거보도 비교분석 제안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신양은 각각 드라마 PD와 다큐멘터리 PD를 지망하는 강양과 신양과 달리 신문기자가 될 계획이다. 그것도 NGO와 함께 움직이는 전문기자로서 기성 언론이 잘 다루지 않는 티베트와 같은 나라나 오지의 소식을 전할 생각이다.

아무튼 이들은 최 교수에게 지도해달라고 부탁한 뒤 보수성향 신문 2개와 진보성향 신문 2개를 정한 뒤 샅샅이 분석했다.

대선 기사 299건 일일이 분석

분석 결과에 대한 생각은 조금씩 달랐다. 강양은 “신문은 객관적이어야 하는데 신문사마다 자신의 성향을 담아내려 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하지만 이런 보도 형태를 무조건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반면 신양은 “생각보다 중립적으로 기사를 쓰고 편집하는 등 원칙을 지킨다고 보았다”면서도 “신문사마다 자신들의 입장이 명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김양은 “신문들이 각각의 성향에 치우치더라도 중립을 지킬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특히 기사에 인용하는 시민의 코멘트에도 신문사의 주관이 들어가 있었다”고 분석했다.이들의 연구결과를 보면 보수신문과 진보신문의 대선 보도성향에는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조선일보는 친새누리당 기사 37, 친민주당 기사 25, 중립 기사 45건으로 나타났고 동아일보는 각각 8, 4, 34건, 한겨레신문은 각각 4, 14, 20건, 경향신문은 각각 27, 29, 52건으로 집계됐다. 기사 건수는 다 달랐지만 친여, 친야 성향은 그대로 나타났다.

강양 등은 이번 연구에서 크게 ▲각 신문사별 보도 빈도 비교 ▲어떤 사건을 비중있게 보도했는지 여부 ▲기사의 전반적인 보도 성향 비교 ▲자극적 단어 사용 여부를 통해 본 보도기사의 객관성 분석을 진행했다.

국민이 더 잘 살게 돕는 정치 바라며

이런 연구를 진행하면서 정치에 대한 이해도 전보다 늘었다고 한다.

강양은 “기사를 보면서 대립구도에 치중하는 모습을 많이 알게 됐고 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정치권이 싸움만 하는 것 같아 좋지 않았다”고 했고 신양은 “아직 우리나라 정치는 발달하지 못한 것 같은데다 시민들이 자신의 주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언론의 자유가 미흡한 것 같다”고 했다.

신양은 “우리나라의 사회적 갈등이 정치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신양은 또 “정치권이 국민들이 더 잘 살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양과 신양, 김양은 같은 학년 친구들에게 이구동성으로 전하는 말도 털어놓았다. 이들은 “너무 대학입시라는 한 가지 길에만 매달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앞으로 우리에게는 다양한 기회가 있으니까 진정으로 원하는 진로를 찾아 노력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진로탐색 동아리 활동을 하며 앞으로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찾아온 ‘오디세이’ 멤버다운 말이었다.

이들 모두 천신만고 끝에 꿈에 그리던 고향 이타카 섬으로 돌아간 오디세우스와 같이 자신들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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