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왕후 성격 보여주는 자필 편지 서체
왕과 왕후 성격 보여주는 자필 편지 서체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3.03.3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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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한글편지 서체 자전’ 편지 400건 2100쪽 집대성
▲ 왼쪽부터 선조와 인현왕후, 명성황후의 자필 편지 서체. 한국학중앙연구원 어문생활사연구소는 ‘조선시대 한글편지 서체 자전’을 펴냈다.

효종은 진취적이었고 현종은 다정다감했다. 숙종은 올곧았고 정조는 굳건한 의지가 있었다.

글씨체로 미뤄본 역사 속 인물의 성격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어문생활사연구소가 조선시대 한글편지를 모아 펴낸 ‘조선시대 한글편지 서체 자전’에는 시원하게 뻗은 효종의 필체, 아기자기한 현종의 필체, 단정한 숙종의 필체, 굳은 세로획의 정조의 필체 등이 실렸다.

서체학, 문자학, 국어국문학, 서예계 등의 전문가 31명이 참여해 5년여 간 검토를 거쳐 400여건의 편지를 모아 2100여 쪽에 달하는 분량으로 집대성했다.

현재까지 선조, 효종, 현종, 숙종, 정조의 친필편지가 발굴됐다. 그 중 선조는 중국 사신들이 그 필적을 얻고자 애를 썼을 정도로 왕 중에서 최고의 명필이었다.

장렬왕후, 인선왕후, 명성왕후 등 왕비의 편지도 실렸다. 모두 뛰어난 달필로 사대부가 남성의 필체와 닮아 한문 서체가 한글 서체로 구현된 것으로 보인다.

인현왕후의 글씨는 중심축이 'ㅣ, ㅏ, ㅓ' 등의 세로획을 기준으로 글자의 오른쪽에 맞춰져 있다. 이것은 오늘날 '궁체'로 일컬어지는 서체의 특징이다. 세로획의 기필 부분 또한 궁체와 같은 형태를 띠고 있어 '궁체'의 완성으로 평가된다.

명성황후의 글씨는 줄이 인쇄된 시전지에 쓴 편지에서조차 세로줄이 똑바르지 않은 것이 많다. 줄을 맞추는 데 신경 쓰지 않고 흘림체로 거침없이 이어 쓴 필체에서 자기만의 신념과 정신으로 일국을 좌지우지하던 명성황후의 강인한 기질을 엿볼 수 있다.

공주의 한글편지가 온전하게 전하는 것은 효종의 둘째 딸 숙명공주의 편지 한편뿐이다. 단아하고 깔끔한 자형, 가녀린 획의 모습이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공주의 고운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 밖에도 왕실의 편지 대필을 했던 궁녀의 글씨, 추사 김정희와 그의 부친 김노경의 한글 편지 등이 실렸다. 추사에게서 배운 대원군의 필체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어문생활사연구소 황문환 소장은 “한글 편지 서체 자전의 내용은 한글 서예 작품 창작 서체로의 응용, 컴퓨터 폰트 개발, 패션 산업, 서체 디자인 등 예술과 산업에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품격까지 갖추고 있어 그 가치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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