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호신, 인왕산 호랑이바위
서울 수호신, 인왕산 호랑이바위
  • 나각순 서울시사편찬위 연구간사
  • 승인 2010.05.0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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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각순의 ‘서울 문화유산 둘러보기’ 4]

인왕산 호랑이바위는 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능선 가운데 봉긋하게 솟아 있다. 즉 제2봉우리 정상에 호랑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경복궁에서 인왕산 전체 모습을 볼 때 커다란 독수리가 양 날개를 펴고 하늘을 향해 나르는 모습인데, 그 왼쪽날개 부분이 호랑이바위이다. 아래에는 호랑이굴이 있고, 상처를 치료받은 호랑이가 박씨 성을 가진 효자를 매일 같이 아버지 산소가 있는 삼각산 북한동까지 등에 태우고 다녀오곤 했다는 전설이 있다.

▲ 인왕산 남릉 호랑이바위. ⓒ나각순
또한 인왕산은 조선 태조ㆍ세종 연간에 서봉(西峰)ㆍ서산(西山)이라 부르던 것으로, 풍수지리상으로 한양도성의 우백호(右白虎)가 되니, 서울의 서쪽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호랑이와 인연이 매우 깊다.

산 이름이 인왕산이니 인왕은 부처님을 모신 수미단의 좌우에서 불법을 수호하는 금강역사(金剛力士)를 일컫는 것으로, 일명 금강신이라고 하는 아름다운 부처님이다. 이 산에 옛날 인왕사(仁王寺)가 있었기에 인왕산이라 불리었다고 한다. 또 세종 때 인왕산에 내불당(內佛堂)과 금강굴을, 세조 때는 복세암(福世庵)을 두어 왕실의 안녕과 명복을 기원하기도 하였다. 

인왕은 부처님 수호하는 금강역사 

한편 인왕산은 일명 ‘필운산(弼雲山)’이라 하는데 필운은 서산을 뜻하는 이름이다. 조선 중종 32년(1537년) 명나라 사신 공용경(龔用卿)이 왔을 때, 중종이 사신 일행을 경회루에 초대해 연회를 베풀면서 손님을 최선으로 접대하는 풍습에 따라 공용경에게 주산인 백악과 서쪽 인왕산의 이름을 붙여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공용경은 북쪽의 백악을 ‘공극(拱極)’, 서쪽의 인왕을 ‘필운’이라 하였는데, 이는 ‘우필운룡(右弼雲龍)’에서 따온 것이다.

▲ 인왕산 필운대. ⓒ나각순

운룡이란 임금을 상징하므로 임금을 보필할 때 오른쪽에서 한다는 뜻인데,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에서 남쪽을 향해 보면 인왕산이 오른쪽에 위치하기 때문이었다. 필운산이라는 명칭은 명나라 사신에게 예의상 요청한 것이므로 산 이름으로 정착되지 못하고, 산기슭에 필운동과 필운대(弼雲臺)의 지명만이 남아 전한다.

이렇게 인왕산은 산신(山神)의 현상인 신령스러운 호랑이로서, 우리 조상들의 자연환경 사상을 표현한 풍수지리적으로, 불법(佛法)으로, 외국사신의 기원으로도 알 수 있듯이 서울의 안녕과 평온함을 지켜주는 구실을 하는 지위에 있다.

인왕산의 능선을 따라 서울성곽이 축조되어 있다. 서울성곽의 기본 구실이 외부로부터 오는 횡포한 힘을 물리치는 것으로서, 인왕산이 자연ㆍ인문ㆍ종교ㆍ외교적으로 서울을 수호하는 기능을 하는 것과 어울려 수도서울의 만년 안녕을 지켜주기를 기원했던 것이다. 짬을 내어 인왕산에 올라 서울의 전경을 바라보고 명상의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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