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다리, 청계천 낭만의 도시 서울
사랑의 다리, 청계천 낭만의 도시 서울
  • 서울타임스
  • 승인 2010.11.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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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나의 서울이야기> 수상작 ④] 장려상 이규인씨

서울타임스는 서울시가 주최한 ‘잊지 못할 나의 서울이야기’ 1차 공모전에서 수상한 8편의 작품을 서울시의 협조를 얻어 차례로 게재합니다. 서울시는 지난 7월 15일부터 9월 15일까지 ‘서울’이라는 주제로 서울의 숨은 명소와 감동적인 이야기, 서울 사람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을 그린 작품을 공모했는데, 총 303편의 응모작품 중 대상 1명, 우수상 2명, 장려상 5명을 선정한 바 있습니다. <편집자 주>

“이규인씨인가요? 저희는 청계천 청혼의 벽 담당자입니다. 보름 전에 저희 팀에 프로포즈 신청하셨지요? 연락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여성분이 신청하신 적이 처음인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괜찮으시겠어요?”

얼마 전 집에서 식구들이랑 텔레비전을 보다가 청계천 청혼의 벽에 대해 보도하는 뉴스기사를 보았다.

▲ 서울의 청계천. ⓒ서울시 제공

서울시에서는 청계천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사랑을 받게 되자,  ‘청계천 청혼의 벽’이라는 고백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며 이 이벤트가 생긴 이후로 전국 각지의 많은 연인들이 청계천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 달 뒤에 있을 화이트데이에 남자친구를 위해 무얼 할까 고민하던 나는 뉴스를 보고 청계천 프로포즈 이벤트에 신청했다.

보름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어 속만 태우던 나는 드디어 오늘 프로포즈를 해도 좋다는 연락을 받고 뛸 듯이 기뻤다. 담당자 분은 나에게 커다란 대형 스크린에 영상을 띄울 수 있으니 남자친구를 위한 동영상과 우리만의 사랑을 다짐하는 문구를 미리 생각해서 이메일로 보내줄 것과 프로포즈 당일에는 서로의 사랑을 채워두는 의식을 위한 자물쇠 두 개를 준비해 올 것을 당부하셨다.

신경 써서 노래를 선곡하고 나의 간절한 마음을 담은 가사로 개사해서 안무를 짜고 일주일 동안 맹연습을 하여 드디어 대형 스크린에 띄울 동영상을 만들었다.

특별한 프로포즈를 위해, 필요한 소품들을 구하기 위해, 매일매일 이벤트 가게를 돌아다녔다.

▲ 이규인씨의 프로포즈 장면. ⓒ서울시 제공
드디어 화이트데이 날, 남자친구와 나는 아침 일찍 서둘러 서울을 향해 출발하였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대학로로 간 우리는 이상한 나라에 도착한 앨리스처럼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역 입구에서부터 거리 곳곳에는 갖가지의 공연 포스터들이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았고 포스터를 따라 대학로 한 바퀴를 돌다보면 어느새 수십 편의 공연을 본 것처럼 머릿속은 행복한 포만감으로 가득 찼다.

화이트데이라 우리는 연인들의 사랑을 다룬 연극을 골라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 객석은 스무 개 남짓 소규모로 배우들의 표정 하나 하나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어 마치 안방에서 드라마를 보듯 자세히 관람할 수 있어 좋고, 배우들의 열정어린 땀과 진심어린 눈물을 생생히 느낄 수 있어 3D입체 영화를 보듯 흥미진진했다.

또한 객석의 반응을 즉시 알아채는 배우들의 노련한 애드리브로 공연장은 관객들의 웃음소리로 들썩거렸다.

대학로 공연 관람 후 우리들은 인사동으로 향했다. 하얀 실가락이 족히 수만 번 얽혔을 법한 달콤한 꿀타래, 보름달처럼 둥그런 모양이 먹음직스런 노르스름한 호떡, 형형색색 아름다운 색감과 보드라운 촉감의 전통 떡, 우리나라 전통 차향이 가득한 인사동 거리는 어딜 가나 맛있는 냄새가 코 끝을 자극하는 달콤한 데이트 코스임에 틀림없다.

어디 그 뿐인가? 전통자수나 문양을 제대로 살린 공예품이나 한지의 멋을 살린 색깔 고운 전시품들을 보노라면 마치 우리들은 그 옛날 춘향이와 이도령이 환생해 인사동 거리를 걷는 듯한 착각에 빠뜨릴 만큼 거리 곳곳이 멋스럽다.

인사동의 맛과 멋에 취해 거리를 돌아보던 나는 어느덧 프로포즈를 위한 시각임을 알아채고 서둘러 청계천으로 자리를 옮겼다.

추운 겨울밤 9시, 사방은 온통 어두워져 청계천은 마치 막이 드리워진 무대처럼 새까맣게 보였다. 우리가 도착한 걸 알아챈 프로포즈 담당자 분은 재빨리 청계천 다리 위 대형 스크린에 내가 미리 보낸 동영상을 띄워 주셨다.

마치 불 꺼진 무대 위에서 갑자기 뛰어나온 가수처럼 스크린 속 나는 생글생글 웃으며 노래 부르고 있었고 남자친구는 스크린을 바라보며 내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마음 착하고 배려심 많은 든든한 박찬규씨를 사고 잘 치고 고집쟁이인 이규인의 평생 연인으로 임명합니다. 저의 왕자님이 되어주세요. 당신의 사랑으로 진정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되찾는 공주가 될께요.”

준비한 임명장과 발품을 팔아가며 이벤트 가게 구석구석을 돌아다녀 찾아낸 왕관을 그에게 씌워주고는 내 마음을 담은 편지를 엮어 만든 세상에 한 권 뿐인 ‘분홍이의 사랑 이야기’ 책을 건네주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남자친구는 무릎을 꿇고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렇게 멋진 추억을 선물해 준 소중한 여자친구 규인! 나와 결혼해줘! 사랑해!”

▲ 이규인씨(사진 오른쪽)와 남편. ⓒ서울시 제공

그리고는 내 손에 눈부시게 하얀 반지를 끼워주었다. 내 눈에서는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고 주위에서는 격려의 박수와 부러움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두 분 사랑이 참으로 보기 좋네요. 여성분 혼자 어떻게 사랑고백을 할까 걱정했는데 결국 남자분이 멋지게 청혼하셨네요. 아직 프로프즈가 끝난 게 아니니 저희들을 따라와주세요.”

담당자 분과 함께 간 곳은 청계천의 언약의 벽이라는 곳이었다. 그 곳에는 내가 보낸 문구가 단단한 동판에 새겨져 청계천 다리를 더욱 아름답게 빛나게 하고 있었다.

「당신을 변치않고 영원히 사랑하겠습니다. 찬규 ♡ 규인」

“두 분 사랑을 단단하게 채울 자물쇠 준비해 오셨죠? 두 분 모두 자신의 사랑을 자물쇠로 단단히 채우시고 열쇠는 푸르른 청계천 물위로 힘차게 던지십시오. 두 분의 아름다운 사랑이 영원히 풀리지 않고 평생 함께 할 겁니다.”

2010년 2월 14일 청계천 프로포즈에 성공한 서른여섯의 노총각과 서른넷의 노처녀는 드디어 2010년 4월 18일 그토록 원하던 결혼식을 올리고 오랜 솔로 생활을 청산하고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2010년 현재 남편 닮은 귀여운 사내아이를 낳고 알콩달콩 신혼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다. 사실 우리는 대전의 같은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초등교사 커플이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커플이라 행여 동료들이 알아챌까 눈치 보고, 학부모님이나 학생들의 눈에 띌까 제대로 손 한 번 잡기 어려웠다. 이런 이유로 우리들은 주말이면 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하는 날이 많았다.

대전에서 서울까지는 KTX로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어 멀지 않고, 서울 안에서도 지하철 노선표 하나면 우리들이 원하는 장소는 어디든지 찾아갈 수 있으니 데이트에 큰 어려움을 없었다.

차 마시고 영화나 보는 따분한 데이트가 아닌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할 수 있는 문화체험이 많은 서울 데이트는 지금도 우리 부부에게 즐거운 추억의 장소로 떠오른다.

“사실 오늘이 여자친구와 사귄지 1년이 넘었는데 어떻게 프로포즈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출근길에 차 안에서 이런 라디오 사연을 들을 때면 남편과 나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음 짓는다.

지난 겨울 청계천 이벤트를 떠올리며 남편은 수줍음 많은 내가, 당당하게 사랑고백을 해준 나의 사랑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고, 나 역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릎까지 꿇으며 청혼해 준 남편의 진심 어린 마음에 지금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평생 독신을 고집하던 노처녀를 아줌마로 만들 만큼 강력한 사랑 에너지가 넘치는 청계천과 그러한 청계천 속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행복한 도시, 서울! 아마도 내 기억 속에 평생 잊지 못할 일생일대의 추억의 장소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며 해마다 결혼기념일이 되면 조금씩 자라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쳥계천 다리를 거닐 것이다.

이 곳이 엄마, 아빠가 사랑을 맹세했던 곳이라고 말해주며 우리들의 이름이 새겨진 언약의 동판과 단단한 자물쇠를 보여주며 아이들과 엄마 아빠의 소중한 추억의 순간을 함께 하고 싶다.

앞으로도 더 많은 추억과 더 많은 이야기가 기대되는 서울! 우리 가족에게는 아주 특별한 곳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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