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광주의 아픔을 아이러니와 위트로 ‘치유’
5월 광주의 아픔을 아이러니와 위트로 ‘치유’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3.04.0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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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푸르른 날에> 5월 4일부터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 지난해 5월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열린 연극 ‘푸르른 날에’ 프레스 리허설에서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80년 5월 광주의 아픔을 ‘21세기 신파극’이라는 장르로 그려낸 연극 <푸르른 날에>가 오는 5월 다시 무대에 오른다.

<푸르른 날에>는 지난 2011년 초연,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과 연출상 등 국내 연극상을 휩쓰는 등 호평을 얻은 작품. 5·18 광주 민주화 항쟁에 휘말린 남녀의 30년 인생 역정을 구도(求道)와 다도(茶道)의 정신으로 풀어냈다. 

고선웅 연출가는 올해 공연에 대해 “신파는 더욱 디테일해지고 더욱 통속적으로 연출 될 것”이라며 “창작연극이 매년 5월, 세 번째 무대까지 올릴 수 있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완성도 있는 작품을 기대해도 좋다”고 했다.

그는 촌철살인의 입담과 리듬감 넘치는 작품으로 각색, 광주의 아픔을 아이러니와 위트로 치유했다는 평을 받았다. 극중 녹차밭이 보이는 암자에서 수행 중인 승려 여산(과거의 오민호)은 조카이자 ‘딸’인 운화의 결혼 소식을 듣는다. 그의 기억은 30여 년 전 전남대를 다니던 야학 선생 시절로 돌아간다.

당시 민호는 전통찻집 아르바이트생인 윤정혜와 사랑에 빠져 있었고, 정혜의 동생 기준은 민호를 친형처럼 의지하고 있었다. 5월 광주민주화 항쟁이 터지고, 그 소용돌이 속에 정혜와 헤어져 도청을 사수하던 민호와 기준은 운명이 나뉘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 비겁한 자가 된 민호는 고문 후유증과 함께 정신이상을 겪고 삶을 포기한다. 결국 민호는 불가에 귀의한다. 민호와 정혜 사이에 생긴 딸 운화를 친형 진호가 거두었지만, 세월이 흘러 운화의 결혼에 이르러서는 끊을 수 없는 속세의 인연에 애달파 한다.

이같이 심각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고성욱 연출가는 과장되며 희극적인 연극어법으로 다시 꾸민다. 사실주의 극에 아이러니와 위트의 덧칠을 입혀 과거와 오늘의 역사에 더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푸르른 날에>는 서정주의 시를 송창식이 부른 노래. 극중 마지막 장면에 이 노래가 깔린다. 개인과 역사의 아픔을 기억하면서 희망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극적 장치로 쓰인다. 5월 4일부터 6월 2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일반석 25000원. 5월 11일 오후 3시 공연은 이미 매진됐다. 문의: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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