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 배달 나선 실버택배 어르신
카네이션 배달 나선 실버택배 어르신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3.05.08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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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날 지하철 타고 발걸음 재촉, 하루종일 일해도 2만 원
▲어버이날인 8일 아침 지하철 양재역에서 한 어르신이 카네이션 꽃바구 배달에 나서고 있다. [사진 정태권 기자]

어버이 날인 8일 아침, 지하철 신분당선과 3호선 환승역인 양재역에서 양 손에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들고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어르신이 눈에 띄었다.

어르신은 정작 자신의 가슴에 달아야 할 카네이션 대신 배달해야 할 꽃바구니만 들고 있었다.

자녀들이 부모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하는 어버이날, 서울 곳곳에는 다른 어버이에게 전할 카네이션 배달에 나선 '실버택배' 어르신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 '실버택배' 어르신들은 하지만 하루 12시간 일해도 수입은 2만 원을 채우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버택배'는 일반 퀵 서비스에 비해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 아래 번창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달 30일 실버택배 전문회사를 설립하고 오는 2015년까지 1000여 개의 노년 일자리를 만든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은 이달 중 별도 법인인 '실버종합물류'를 부산에 세워 노인 인력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4대 보험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금 서울의 많은 '실버택배' 업체의 어르신들은 대부분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에 의존, 퀵 서비스와 같은 일을 떠맡고 있다. '실버택배'의 경우 장거리 노선이라고 해도 서비스 수수료가 1만 원을 넘지 않는다.

더욱이 일감을 주는 업체 측에 수수료의 30%를 내야 하기 때문에 하루 9000원짜리 일을 3번 맡아도 손에 들어오는 돈은 1만9000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실버택배'가 늘어나는 이유는 취약한 노인복지 여건 때문이다. 1994년 7월 현재 55세 이상 인구 554만3000명 중 5인 이상 업체에 취업한 노인은 18만6000여 명으로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13.4%인 약 31만7000명이 생활보호대상자인데다 노인 인구의 15% 이상이 빈곤 상태다.

자녀들이 가슴에 달아주어야 할 카네이션 꽃바구를 들고 아침 일찍부터 택배에 나서야 하는 어르신들의 우울한 어버이 날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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