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회사 후배가 추천해 준 “행복의 특권”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생각이 많이 났다고 그가 이야기하기에 어떤 책일지 더욱 궁금했다.
하버드에서 12년 동안학생들과 기숙사와 연구실에서 생활하며 심리를 연구한학자가 쓴 이 책에는 ‘성공한 사람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명제에 대한 과학적이고도 경험적인 근거가 가득했다.
우리는 흔히 남들이 부러워하는 것을 성취하면 당사자가 행복할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하버드에서 공부하는 많은 이들은 자신만 똑똑한 줄 알았다가 자신보다 더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압박감과 우울증에 시달린다.
그건 아마도 우리나라의 서울대나 카이스트와 같은 명문대학 학생들이나 변호사, 의사와 같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몇년 전 서울대 학생들 중 약 절반 가량이 정신적인 질환을 앓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내 주변을 둘러 보아도 분명히 남들이 보기엔 성공한 이들인데 행복하지 않고 우울해하거나,다른 이들의 삶을 파괴하고 심지어 본인 스스로의 삶을 끝내버리는 이들을 가슴 아프게도 종종 보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후배가 왜 내 생각이 났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아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근거없는 낙관주의가 아닌 현실적인 낙관주의로 장밋빛 선글라스를 끼고 세상을 아름답게 보면서 매일 세가지 이상 기쁘고 감사한 일을 찾아 일기를 쓰는 것….
이미 오래 전부터 나의 삶의 단편인 것들이 그 책 안에 있었다.가장 흐뭇하게 웃으며 ‘역시’라고 공감했던 것은 마지막 부분이었다. 결국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즉 '사랑'이 행복감을 느끼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감동적인 책을 쓴 수많은 다른 저자들과 마찬가지로 이 하버드 학자도 똑같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생각과 느낌과 경험과 가치관이 다 다른 듯하지만,모두 결국엔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고, 하나가 되고 싶고,사랑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간절한 소망이며, 그로 인해 마음 속 깊이 진정한 기쁨을 느끼는 것은 참으로 모두에게 공통된 진리인 것 같다.
긍정적인 활동이나 습관을 가지기 위해 해야 하는 구체적인 조언으로서 작은 범위부터 할 수 있는 목표를 세워 점점 범위를 넓히는 '조로의 원'과 ‘20초의 활성화 에너지’를 낮추거나 높이는 구체적인 방법도 소개되어 더욱 감사하다.
정리되지 않은 어지러운 책상을 가진 나로서도, 매일 운동을 미루는 나로서도 당장 따라서 실천하고 싶은 것들이다.
모든 것을, 때로는 힘들고 어려운 것조차도 '특권'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간 저자는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실제로 살아낸 사람이기에 내가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읽었는지 모른다.
물론 보다 과학적인 근거를 찾는 논리적인 사람들에게도 설득력이 있도록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데이타들을 제시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자 자신이 실제로 살아낸 삶에 대한 경험을 나누었기에 이 책은 참으로 가치가 있다. 저자도 말했듯이,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내가 이렇게 기쁨을 느끼며 살 수 있었던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누군가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우쳐주었고, 그런 삶을 살아낸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으며, 내가 직접 만나지 않았어도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이렇게 살아내고 연구한 많은 사람들이 있어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살고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느꼈다.
지금까지 읽어오는 모든 책들이, 저자들이, 등장인물들이, 서로 다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무척 신나고, 경이롭고, 감사하다. 때로는 고통스럽고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매일 매순간이 내게 주어진 선물이며 바로 내가 누리는 특권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