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 송송이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혼인강좌 강사
  • 승인 2013.05.23 1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 초등 2학년인 딸을 위해 평일 오후에 큰 마음을 먹고 특별히 반차 휴가를 내어 데이트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매일 매일 엄마가 일찍 집에 왔으면 좋겠다고 하는 딸은 너무나 신이 나서 활짝 웃는다.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집에 왔을 때 엄마가 두 팔 벌려 안아주시던 그 때가 참으로 포근한 추억으로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집에 돌아왔을 때에 가장 사랑하는 이가 반겨준다면, 얼마나 위로가 되고 힘이 될까? 아마 그때가 가장 마음이 녹아 내리는 순간이리라.

그래서 어쩌면 태어나서 한 번도 엄마의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정채봉 시인도, ‘엄마가 하늘에서 단 5분만이라도 휴가를 나온다면 세상에서 가장 억울했던 일 한 가지를 말하고 엄마 품에 안겨 엉엉 울겠다’고 시를 쓴 것이 아니었을까?

가장 사랑하는 이가 나를 필요로 할 때에 그와 함께 있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더군다나 그가 한번 활짝 웃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나의 삶은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함께 해주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을 때라면, 나에 대한 합리화를 하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그 순간 상대방이 쓸쓸함을 느끼고 아파하는 것을 그저 지켜 보며 하늘에 맡겨야 할 것이다.

문득,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난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병 들고 아파 멀리서 치료를 받느라 떨어져 있는 엄마와 아이도 있고, 가정에서의 폭력으로 부모와 아이와 함께 있지 못해 가슴이 아픈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 어떤 부모는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아이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을 하며 힘겹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분명히 몸은 살아 있지만 의식은 없는 채로 누워있는 아빠와, 그런 아빠가 죽은 줄로만 알고 있는 엄마와 아이도 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랑하는 이들이 서로 헤어져 있고, 그리워하고 있을까…!

그래도 이들은 나으면 볼 수 있다는, 찾으려면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살아 있기 때문에…! 사랑하고 싶어도 더 이상 사랑할 수 없이 죽음으로 갈라져 있다면, 마음 속에 쌓인 그리움은 깊은 슬픔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이 밀려 온다. 우리의 삶은 언제 끝날지 모르고, 나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언제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니,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상대방의 마음에 귀 기울여 주리라.

나에게 듣기 심한 말을 쏟아내고, 때로는, 아니 자주 나를 비난하는 것처럼 들리더라도, 나는 상대방의 말 뒤에 숨겨져 있는 진정한 느낌과 간절한 바람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사랑한다. 지금 내 곁의 모든 존재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