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군가를 위한 선물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위한 선물이다
  • 송송이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혼인강좌 강사
  • 승인 2013.05.30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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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송이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혼인강좌 강사

어느 평일 아침 출근길, 매일 다니던 길에 새 아스팔트가 깔리고 새로 칠한 도로 표시 페인트가 눈에 띈다. 누군가 늦은 밤 우리들이 잠든 때에 이렇게 해 놓았으리라. 그분들은 비록 생업이어서 하셨을지라도 수고해주신 그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솟아난다. 그분들은 내게 보이지 않는 선물이다.

출근하자마자 나의 도움을 요청하는 후배에게 시간을 내어 그가 원하는 자료를 정리하여 이메일로 보내주었다. 또 다른 이는 내가 했던 일과 비슷한 일을 맡게 되어 나에게 자문을 구해 왔다.

나는 그에게 필요한 자료들을 주면서 그가 궁금해하는 것들을 설명해 주었다. 원하던 것들을 얻고 도움을 받은 그들은 참으로 기뻐한다. 그들의 기쁜 마음에 나도 함께 기쁘다. 문득, 매일 매일 읽고 나의 삶을 돌아보는 글에서 이 구절이 마음에 콕 들어와 박힌다.

"도움을 요청하는 누구에게나 보답이 돌아오기를 기대하지 않고 내어주는 것."

사람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기꺼이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아마도 타인에게 도움이 되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고, 그것이 진정한 기쁨이라는 것을 이미 마음에서부터 느끼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보답을 기대하지 않은 채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을 내어주게 된다. 물건뿐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 시간, 네트워크, 때로는 나의 평화로운 마음과 미소까지도. 

때로는 내가 도와준 이로부터 도움을 되돌려 받게 될 때도 있지만, 그보다는 내가 도움을 준 누군가로부터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받게 된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나 역시 내가 도와준 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게 된다.

얼굴도 모르는 다른 기관의 연구자에게 메일을 보내 필요한 자료를 요청했는데 고맙게도 즉시 이메일로 답이 도착한다. 오랫동안 목감기로 고생하고 있는 나를 위해 한 후배는 특효약을 직접 가져다 주었다. 나는 나와 똑 같은 증상으로 고생하는 다른 후배가 생각나서 받은 그 약을 나누어 주었다.

오래 전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던 ‘Pay it forward’라는 미국영화가 생각난다. 자신을 도와준 사람에게 은혜를 갚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선을 베풀어 자신이 받은 도움을 갚아 주는 것이다.

도움을 받은 이는 다른 이를 돕게 되고, 점점 더 많은 이가 도움을 주려고 하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표현한 영화였다.

몇 년간 지켜 보며 고민을 들어주었던 한 후배는 엊그제 다른 누군가의 말을 진심을 다해 귀 기울여 들어주었더니 상대가 매우 기뻐하며 스스로 답을 찾았다고 내게 알려준다. 그는 나의 기쁨을 위해 이 소식을 알린 것이었다. 바로 이런 것이 나에겐 정말로 선물이 된다.

나를 통해 사랑받은 누군가가 다른 이에게 온전히 사랑스런 존재가 되어 힘이 되고 기쁨이 되는 것 말이다. 보답을 기대하지 않고 내어주는 삶에서 얻는 선물들은 이미 이 땅에,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곳에서도 이렇게 누리게 된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이 되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났으리라. 감사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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