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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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진혁
  • 승인 2013.06.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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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시간표에 보이는 교육의 현주소

요즘 중·고등학교 시간표에서 볼 수 있는 중요하고도 불편한 진실 한 가지. 영어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모두 들었고 심지어 하루에 두 번 이상 들어 있거나 영어회화 등 결국 영어시간으로 볼 수 있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일주일 내내 영어에 몰입하는 교육이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반면에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글, 국어교육은 어떠한가. 국어 시간은 일주일에 겨우 세 번, 많아야 네 번 들었으면 참으로 다행이다.

이쯤 되면 영어과목이 ‘국어’이고 지금의 국어는 ‘한국어’로 바뀐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학생들도 그게 어디든 영어권의 해외 대학정도 나오면 한국어 맞춤법이나 발음 등 한국말 일상회화 따위는 좀 서툴러도 한국 사회에서 충분히 좋은 직업에 높은 대우 받는 게 현실이란 걸 이미 잘 알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도덕은 일주일에 많아야 한 번, 자국의 역사인 한국사도 많아야 일주일에 한두 번, 대학 가는데 필요 없고 취업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마저도 쓸데없는 시간 낭비로 여기는 게 바로 대한민국 교육 현실의 한심한 작태다.

주변에 학생이 있거나 교육 분야에 관심이 조금만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일이 당연히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한지 벌써 오래 전이다. 뒷북치듯, 굳이 가보지 않고 불행한 결말을 알 수 있는데도 기어코 가봐야만 “진짜 그렇구나!”를 외치는 우리나라에선 이제야 역사교육부재 문제가 핫이슈로 터져 나왔다.

그나마도 일본의 위안부 망언과 독도 영유권 주장 등의 문제가 아니었다면 과연 이보다 얼마나 더 훗날에야 심각해진 사태를 깨닫게 되었을지 아찔하기까지 하다. 문제는 당국이 당장 가장 시급한 문제로 여기지 못하고 아직도 사태파악을 하지 못한 채, 진짜 그 정도냐는 식의 단기성 가십거리로 넘기려고 한다는데 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다음 차례는 분명 우리가 말로만 그렇게 자랑스럽다고 떠들고 있는 모국어 문제다. 한국 땅에서 한국인이 모국어인 한글 맞춤법을 틀리는 것보다 영문법 틀린 것을 더 부끄러워하는 한심한 세태 또한 머지않아 핫이슈가 될 것이라 본다.

영어가 그렇게 중요하다면서 정작 언어학과 영어영문학이 포함된 인문학은 경시하는 아이러니가 엄연히 존재하는 또 다른 불편한 진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 나라와 정권의 교육철학은 아무리 떠들어봐야 ‘중·고등학교 시간표’ 하나면 진실이 다 드러난다. 현실이 이러한데 교육이 백년지대계라는 말은 사실상 그림의 떡이다.

정치와 교육을 분리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가는 한국 사회에서 교육의 현실과 미래를 하루라도 빨리 진지하게 다시 고민해야만 한다. 교육을 오년지대계로 착각하는 우리의 상황에선 지금도 너무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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