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자인 사업, 개발이냐 훼손이냐
서울디자인 사업, 개발이냐 훼손이냐
  • 김성배 기자
  • 승인 2010.05.06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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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ㆍ구로ㆍ마포ㆍ강남 4대 디자인 클러스터… 지역문화 획일화 논란도

서울시에서 6대 신성장 동력산업 중 하나로 추진 중인 ‘디자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4대 디자인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관심과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지난 해 9월, 서울시는 ‘디자인산업 지원 종합계획’ 발표를 통해 디자인 업체가 밀집된 강남구와 동대문구, 마포구, 구로구 지역을 ‘4대 디자인 클러스터’로 선정했다. 향후 강남 클러스터는 ‘디자인 트렌드 선도지구’로 육성하고 동대문 클러스터는 ‘디자인 인프라의 허브’로, 마포 클러스터는 ‘디자인 창작 중심지구’로, 구로 클러스터는 ‘디자인 상품화 거점지구’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

이에 따라 서울시는 이미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구로 클러스터와 마포 클러스트 외에 강남구, 동대문구도 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되도록 추진하겠다고 지난 5일 밝혔다. 마포구 서교동 홍대 인근 74만 7,000㎡와 동대문 디자인 파크(DDP) 주변, 강남구 가로수길 주변지역이 그 대상. 가장 먼저 지정된 구로 클러스터는 우리 나라 최초의 산업단지로 1만개 이상의 기업이 입주해 있는 구로디지털단지 중소기업에 디자인 원스톱 서비스를 현재 제공하고 있다.

▲ 4대 디자인 클러스터 개요 ⓒ서울시

서울시는 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되면 건폐율, 용적률, 높이제한이 20~50% 완화되며, 취등록세 50% 감면된다고 밝혔다. 또, 재산세 5년간 50% 감면과 건설자금, 개보수자금, 입주자금, 운영자금 등도 융자받을 수 있다.

이는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자인 서울’ 정책의 일환. 오 시장은 디자인 서울 정책을 통해 도시 공공디자인 체계를 정립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서민생활 및 경제적 가치와 직결된 사업 위주로 보다 효율적인 정책에 힘쓰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4대 디자인 클러스터, ‘지역문화 훼손 논란’ 피할 수 있을까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4대 디자인 클러스터’ 조성사업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는 이번 정책 역시 끊임없는 훼손 논쟁 속에 진행되어 온 ‘디자인 서울’ 정책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것.

서울 홍대 지역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최모 씨는 “홍대 인근 지역이 디자인 클러스트로 포함됐다는 게 기대보다는 우려가 되는 게 사실”이라면서 “자생적인 문화 거리가 자칫 개발 논리에 의해 훼손돼 고유의 분위기를 잃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지난 4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 서울’ 정책은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처럼 훼손 일변도라고 비판했다. 천 의원은 오랜 전통을 지닌 피맛골 거리를 파괴하고, 국내 스포츠 문화의 산실인 동대문 운동장 자리에 디자인 파크를 건설하려는 것도 개발 논리만 내세우는 근시안적인 행정의 표본이라고 주장했다. 

또, 현재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이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진행되어 지역의 정체성을 담아내지 못해 문화를 획일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지난 해 10월, 문래동 예술촌에서 열린 ‘문화 도시 서울, 어디로 가고 있나?’ 토론회에서 김상철 진보신당 정책기획국장은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을 ‘보여주기 식’ 사업의 전형이라고 혹평했다. 이는 인간 중심이라기보다는 기능과 효율을 중시하는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 행정 속에는 ‘브랜드화’, ‘경쟁력’이라는 몇 개의 키워드만이 자리 잡고 있을 뿐이라는 것.

▲ 동대문 클러스터가 형성될 동대문 디자인 파크 조감도 ⓒ서울시

이에 대해 정경원 서울시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은 지난 3월, ‘디자인 서울’이 홍보성 정책이 아니라 디자인산업을 집중 육성해 서울을 먹여 살리는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 본부장은 서울시가 그 동안 디자인을 통해 일궈낸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이 마치 시대를 거스르는 잘못된 정책인양 거론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디자인 개발 및 컨설팅 사업에 2015년까지 총 500개 기업을 지원해 연 매출액 200% 이상의 성장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또, 각 클러스터별로 디자인 업체를 꾸준히 유치하고 폭넓은 지원 체계를 정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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