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눈물’ 제비꽃, “나폴레옹의 표장”
‘별의 눈물’ 제비꽃, “나폴레옹의 표장”
  • 송홍선 /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05.0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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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7]

제비꽃은 겸양 또는 겸손을 상징한다. 영국의 처칠은 이런 상징 때문에 제비꽃을 좋아했단다. 제비꽃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사람들이 좋아했다. 나폴레옹을 비롯해 루소, 플라톤 등이 제비꽃을 좋아한 사람들이다. 괴테, 호메로스, 작스, 하이네 등의 시인은 물론 고대 그리스-로마 지도자들도 좋아했다.

나폴레옹이 사랑한 꽃

특히 프랑스의 나폴레옹과 그 추종자들은 제비꽃과 그 빛깔을 그들의 정치적 표상으로 삼았다. 나폴레옹 1세는 엘바 섬에 유배되자 “제비꽃이 필 무렵이면 다시 돌아가리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그 말의 약속대로 1815년 3월 9일에 튈르리 궁전으로 돌아와 다시 황제가 될 수 있었다.

나폴레옹은 젊었을 때 ‘제비꽃 소대장’이라 불렸으며, 동지를 확인하는 표장(標章)으로도 제비꽃을 사용했다. 부인들은 제비꽃 빛깔의 옷을 입었다. 나폴레옹의 첫째 부인 조세핀 보아르네도 제비꽃을 무척 좋아했다.

조세핀은 프랑스 혁명으로 남편과 함께 감옥살이를 할 때에 옥졸의 딸이 선물한 제비꽃 다발을 받은 후 석방의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제비꽃을 무척 좋아해 옷에 그 꽃을 수놓았고, 생일 때마다 남편 나폴레옹으로부터 한아름의 제비꽃을 선물로 받았다. 그러나 조세핀은 이혼 후에 제비꽃을 다시 보지 않았단다.

▲ 제비꽃. ⓒ송홍선

제비꽃의 탄생화 유래담도 재미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는 이나코스의 딸 이오를 따라다니며 사랑을 즐겼다. 제우스는 이오와의 사랑이 아내인 헤라에게 발각되자 이오를 흰 암소로 바꾸고 말았다. 그러나 헤라는 암소에게 잡초만 먹이는 것을 불쌍하게 여겼다. 그래서 헤라는 이오의 눈동자와 비슷한 제비꽃을 암소 주위에 피어나도록 했다. 제비꽃을 그리스어로 이오라고 하는 것은 여기에서 유래한다.

제비꽃과 관련된 신화와 전설은 이외에도 많은데, 해의 신 아폴론이 이오와 양치기 소년 아티스의 사랑을 질투해 이오를 제비꽃으로 만들었다거나 페르세포네가 하데스와 결혼할 때에 선물로 주었던 꽃으로도 전한다. 또한 아티스의 피와 이오의 숨에서 생겼다는 이야기도 있다.

예수 십자가의 고통도 의미

중세 유럽에서는 제비꽃의 목걸이를 성모 마리아의 제단에 장식했는데, 이는 예수가 매달렸던 십자가의 그림자가 이 꽃에 드리워졌기 때문이란다. 슬픔을 나타내는 자줏빛의 꽃빛깔이 예수의 죽음에 대한 고통을 의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스도교의 장례 때에 자줏빛의 옷을 입거나 미망인이 자줏빛의 수정을 다는 것은 제비꽃의 빛깔에서 유래한다.

또한 노래 자랑 때 우승자에게 이 꽃 모양의 트로피를 시상하는 나라도 있다. 오스트리아의 빈 궁정에서는 다뉴브 강가에 최초로 피는 제비꽃을 찾아 그 꽃에 인사하는 습속이 있다. 그리스의 나라꽃인 제비꽃은 유럽에서 대지의 소생을 상징한다. 봄맞이 행사에는 제비꽃이 봄의 전령으로 등장한다. 소녀들은 꽃 모양이 밤하늘의 별과 같다고 하여 ‘별의 눈물’로 통한다.

▲ 남산제비꽃. ⓒ송홍선
한반도 사람들은 제비꽃의 어린잎을 나물로 먹었다. 또한 제비꽃의 꽃줄기를 서로 얽어 잡아당기는 놀이를 즐겼다. 한방이나 민간에서는 피를 맑게 하고 가래를 삭이며 부스럼을 치료할 때에 썼다. 또한 염료로 이용하거나 과자에 넣거나 때로는 향수 등에 활용했다.

한반도에 자라는 제비꽃 종류는 많다. 그 중에는 남한의 수도 서울 이름이 들어간 종류도 있다. 서울제비꽃이 그것이다. 지금은 남한의 거의 전 지역에서 드물게 관찰되지만 서울에서 처음 발견된 점을 기념해 그 이름이 지어졌다. 서울제비꽃은 전 세계적으로 한반도에만 자라는 고유식물이다. 게다가 서울의 남산을 착각하게 하는 남산제비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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